"꽃은 완벽한 건축의 원형"


"꽃은 완벽한 건축의 원형"

강철희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교수


"구조적으로 가장 확실해"


    최근 한국건축가협회 회장에 취임한 강철희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교수(종합건축사사무소 이상 대표). 그는 요즘 꽃에 꽃혀있다. 꽃을 모티브로 하는 건축에 푹 빠졌다. 스스로 ‘꽃의 건축가’라고 부를 정도다.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국립경기장 조감도. /종합건축사사무소 이상 제공


홍익대 도시건축대학원 교수인 강 회장은 “꽃이야말로 완벽한 건축의 원형”이라고 표현한다. 그가 설계한 에티오피아 국립경기장 역시 꽃을 형상화했다. 이 스타디움은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짓고 있는 6만석짜리 대형 스포츠콤플렉스다. 그는 “에티오피아에서 피는 야생화인 ‘데일리 꽃’을 모티브로 설계했다”며 “이 꽃이 에티오피아 민주화의 상징인 동시에 구조적으로도 확실하고 중력에도 가장 잘 버틸 수 있는 모양이어서 선택했다”고 했다.


그가 꽃에 빠진 계기는 2000년대 초반이다. 당시 중국 윈난성 수도 쿤밍의 꽃박람회장 컨벤션센터 설계가 시발점이었다. 그는 “꽃박람회 건물이어서 직설적으로 꽃을 이용해봤는데 꽃의 생김새가 로비, 정원 같은 여러 시설을 다양하게 넣기가 쉽더라”고 했다. 이후 중국 상하이 민항구체육관, 아시안게임수영장 등에도 꽃을 모티브로 한 건물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중국 윈난성 쿤밍 꽃박람회 컨벤션센터 조감도. /종합건축사사무소 이상 제공


꽃은 그의 건축 철학과 관련이 깊다. 그는 ‘겉과 속이 다르지 않은’ 건축을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볼륨(volume)과 매스(mass)가 일치하는 공간을 짓고 싶다”는 것이다. 건축에서 볼륨이란 3차원적인 공간 개념으로 벽과 바닥, 천장에 감싸여진 내부 공간을 뜻한다. 매스는 2차원적인 평면에서 나오는 외부 공간의 질량감을 의미한다. 근대 이전 건축에선 여러 이유로 두터운 벽체를 쓰다보니 내부 공간이 줄어들고 매스가 강조됐다면, 현대 건축은 벽체의 부피가 줄면서 내부의 공간감을 더 부각하는 추세다.


“건물을 외부에서 바라봤을 때 내부가 어떨 것이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데, 요즘 건축물은 외부에만 지나치게 치장돼 있거나 외부는 별로인데 인테리어 디자인에만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며 “안과 밖이 일치하는 조화로운 건축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가 꼽은 안팎이 조화를 이룬 대표적 사례가 영국 런던의 ‘세인트폴 대성당’이다.


꽃의 건축가로 불리는 강철희 한국건축가협회 회장. /심기환 인턴기자


강 회장은 홍익대에서 학사와 박사과정을 마치고 1984년 종합건축사사무소 이상을 설립해 30년 넘게 필드에서 뛰면서 후학도 가르치고 있다. 그는 국내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스포츠 건축의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1986년도 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 당시 사용된 서울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을 설계했고, 대구 월드컵경기장, 고양종합운동장, 중국 푸단대 100주년 기념 체육관 등을 디자인했다.


꽃과 함께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패브릭(천)이다. 가장 좋아하는 건축 재료다. 그는 “원형 곡선을 그리거나 변곡점을 일으킬때 가장 좋은 게 이 재료여서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패브릭은 1980년대 초반 강 회장이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을 지을 때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해 화제가 됐었다. 이후 대구월드컵경기장, 수원~인천 복선전철 월곶역사, 고양종합운동장 등에도 패브릭이 활용됐다.


세계육상경기연맹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10대 경기장으로 뽑은 대구월드컵경기장. /종합건축사사무소 

이상 제공


그는 패브릭을 ‘제 4의 재료’라고 표현한다. 강 회장은 “대부분 좋아하는 건축재료라고 하면 목재나 콘크리트를 이야기하는 이가 많다”면서 “패브릭은 곡선미를 드러내는데 특히 탁월한 재료”라고 했다. 다만 “강도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상당한 공을 들여야 한다”며 “과거 제주월드컵경기장에 사용된 패브릭이 찢어져서 결국 정교하게 수리할 수 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강 회장은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으로 대구 월드컵경기장을 꼽았다. 대구 월드컵경기장을 자연친화적 건축의 상징 같은 존재라고 했다. 대구세계육상대회를 치르고 난 뒤 경기장에 감동한 세계육상연맹(IAAF)은 대구월드컵경기장을 ‘세계에서 아름다운 10대 경기장’에 꼽기도 했다.


그는 “대구월드컵경기장은 천장의 패브릭을 활용해 바람길을 살리고 볕이 잘 들도록 디자인해 잔디가 그대로 살아있다”고 했다. 주변 자연 경관과 시야 곡선이 어우러지도록 설계해 6만석이 넘는 거대한 규모에도 주변과 위화감이 없도록 한 게 특징이다. 2002년 월드컵 당시 영국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Beckham)의 보험설계인은 경기장 잔디 상태 덕에 보험료를 깎았다는 일화도 있다. 그만큼 경기장 잔디질이 좋도록 설계됐다는 것이다.


중국 상하이 푸단대 100주년 기념체육관. /종합건축사사무소 이상 제공


그는 현재 아프리카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국립경기장 건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협회장 직과 교수직을 끝내고 나면 노후에 여행 가이드를 하고 싶다고 했다.

이상빈 기자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2/23/201802230260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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