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책임형 CM의 법적성질


시공책임형 CM의 법적성질

정녕호 한국CM협회 건설산업연구센터장


   지난해부터 국토부 산하 발주기관(LH, 도공, 수공, 철도공단)을 중심으로 공공분야에서 시공책임형 CM 시범사업 추진 하고 있다. 올해는 대형 건설사 CEO 신년사에서 CM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어 세간의 관심이 CM을 향하고 있다. 시공책임형 CM(CM at Risk)은 시공사가 설계단계부터 참여해 시공사의 시공 노하우를 설계에 미리 반영(Pre-con service)하고, 설계가 종료되기 전, 발주자와 협의한 공사비 상한(GMP) 내에서 책임지고 공사를 수행하는 제도다. 이미 해외 선진국에서는 널리 활용되고 있으며, 국내 민간부문에도 적용된 바 있는 발주방식이다. 


현대사회에서 행해지는 모든 계약은 법적 성질을 갖고 있다. 건설관련 계약에서 시공과 설계는 도급의 성질을 CM과 감리는 위임의 성질을 갖고 있다. 계약의 법적성질은 판례를 통하여 결정되고 판례는 소송과정을 통해 사법부의 판결로 확정된다. 그렇다면 시공책임형 CM 계약의 법적성질은 어떻게 되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은 모른다’이다. 지금 시범사업단계에 있고 관련 소송도 없어 판례로 확립된 법적성질은 알 수 없다. 학설에 의해 계약의 성질을 규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고 학자의 역할이나 이와 관련된 학설을 주장한 학자도 아직은 없다.  


다만, 유추해 보면 도급계약과 위임계약의 성격이 혼재되어 있는 복합계약의 성질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도급계약의 법문을 보면 "당사자 일방이 어느 일을 완성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일의 결과에 대하여 보수를 지급할 것을 약정 하는"이라 명시하고 있다. 설계도를 완성해서 납품하거나 건물을 지어 발주자에게 인도하면서 그에 따른 대가를 지급받으면 도급계약의 이행은 완성된다.  


한편, 위임계약은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 대하여 사무의 처리를 위탁하고 상대방이 이를 승낙"하는 것을 계약의 내용으로 하고 있다. 위임계약은 ‘전문가 계약’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자주 보이는 위임계약의 사례로 의사에게 진료를 받는 행위를 들 수 있다. 진료행위의 궁극적 목적은 아픈 것을 낫게 해주는 것이나, 진료의 계약적 성질은 의사의 의료행위 즉, ‘사무처리’자체에 있다. 아픈 것이 낫든 아니든, 심지어 수술과정에서 환자가 사망을 하더라도 다른 과실이 없다면 진료행위에 대한 대가는 지급하여야 하고 이것이 위임계약의 법적성격이다. 


용역형 CM은 위임계약의 성질을 갖고 있다. 발주자의 대리인(Agent)의로서 자문을 하고 그 자문에 따른 대가를 받는 것이다. 설계도가 완성되지 않거나 건물이 완공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대리인(Agent)의로서 역할을 다했다면 발주자는 그에 따른 대가를 지불하여야 한다.  


시공책임형 CM의 계약이행과정에서 이러한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판단하여야 할까. 공사가 중간에 중단되었고 공정율은 공사초기단계라 미미하지만 CM으로서 공사와 관련된 O&M (Operating and Maintenance) 매뉴얼 등 관련 계획은 이미 다 완성 했다고 가정해보자. 시공책임형 CM을 도급계약으로 보면 발주자는 공사초기 달성한 미미한 수준의 구조물에 대한 대가만 지급하면 된다. 그러나 계약상대방 입장에서는 그간 공사 관련한 계획서 작성에 들어간 노력에 대한 대가는 받을 수 없는 불합리가 생긴다. 반대로 위임계약으로 보면 발주자 입장에서는 아무 필요 없는 계획서에 대가를 지불하여야 하는 불합리가 생기게 된다. 또한 이미 완성한 미미한 수준의 구조물을 만드는데 어느 정도의 ‘사무처리’ 비용이 발생하였는지 가늠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선진국형 발주방식인 시공책임형 CM이 우리나라에서도 널리 확산되 위해서라도 다양한 방면에서 제도 시행에 따른 문제점을 사전에 검토하고 대응방법을 연구하는 노력 또한 병행해야 한다. 국토부는 시범사업 성과평가를 거쳐 모범사례(Best Practice)를 타 발주기관과도 공유하고, 기재부와 협의하여 필요시 계약법령에도 반영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시공책임형 CM이 일상의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반화된 건설생산방식으로 자리 메김 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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