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기업 '두산중공업' 매각설 '파장'

 

두산중공업 매각설 '파장'


오전 매각설에 주가 한 때 13% 급락

신저가 기록


“사실무근” 해명에 낙폭 줄였지만 하락 마감

두산인프라ㆍ밥캣 등 계열사 주가도 하락

재무 구조, 수주 업황 개선되지 않는 한 

구조조정 이슈 지속 전망


지난 10월 심복같은 임원들 구조조정

아니땐 굴뚝에 연기나나?


원전산업에 특화된 회사

현정권 탈원전 정책 견딜 수 없어

당연한 수순이기도


 두산중공업이 ‘매각설’에 휘청였다. 


두산중공업 창원공장 전경/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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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무근”이란 회사 측 해명에도 시장 우려는 가라앉지 않았다. 불투명한 업황, 나아지지 않는 그룹 재무 구조 탓이다.  

 

17일 증시 개장과 함께 1만6450원(전일 종가)으로 출발한 두산중공업 주가는 38분 만에 1만4300원까지 추락했다. 장중 한때이긴 하지만 하루 전과 견줘 13.07% 급락했다. 1년 전 2만8000~2만9000원대를 오갔던 이 회사 주가는 반토막이 났다. 

 

두산그룹이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해 박용만 전 두산그룹 회장 주도로 두산중공업을 매각한다는 설이 시장에 번지면서다. 주가가 출렁이자 두산그룹은 오전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서둘러 공시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두산중공업은 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매각은 검토조차 한 사실이 없다”며 “근거 없는 일종의 ‘해프닝’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용만 전 회장의 매각 추진 개입설에 대해서도 “전 경영진은 현재 그룹 경영에 전혀 개입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두산중공업 역시 같은 입장이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그룹에서 입장을 밝힌 것과 같이 매각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아예 검토조차 이뤄진 적이 없기 때문에 ‘사실무근’이라는 입장 외엔 덧붙일 얘기가 없다”고 말했다. 

  

두산중공업, 신고리 원전 4호기 증기발생기 출하 모습/국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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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명 이후 두산중공업 주가는 낙폭을 줄였지만 여진은 계속됐다. 이날 두산중공업 주가는 전일 대비 2.74% 하락한 1만6000원에 마감했다. 다른 두산그룹 계열사도 영향을 받았다. 두산밥캣(-2.49%), 두산엔진(-2.57%), 두산인프라코어(-0.47%) 주가는 동반 하락했다. 지주회사 격인 ㈜두산 주가만 등락을 거듭하다 0.83% 상승하며 거래를 마쳤다. 

  

두산그룹이 두산중공업 매각설을 강하게 부정하는 이유가 있다. 지분 구조상 두산중공업의 위치 때문이다. 두산중공업은 두산그룹 지배 구조에서 허리 역할을 하고 있다. 두산그룹 내에서 지주회사 역할을 사실상 하고 있는 ㈜두산은 두산중공업 지분 36.82%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그리고 두산중공업은 두산인프라코어 36.39%, 두산건설 77.81%, 두산엔진  42.66% 등 주식을 갖고 있다. 유동자산 10조4836억원(지난해 9월 말 기준) 규모의 두산중공업을 팔면 그룹 재무 개선엔 도움이 될지 몰라도 그 전에 계열사 지분 개편이 우선돼야 한다. 두산중공업이 그룹 주력 산업을 맡은 핵심 계열사란 점도 매각 걸림돌이다.   

  

이동헌 한양투자증권 연구원은 “두산그룹은 사업 기반을 과거 식음료에서 중공업으로 조정을 다 한 상황”이라며 “매각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룹 계열사인 두산엔진은 이미 매물로 나와 매각 절차를 밟아가는 중이다.  

  

두산중공업을 포함한 계열사 매각설이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이유에 대해 이 연구원은 “지난해 신고리 5ㆍ6호기 건설이 일시 중단되고, 석탄 발전을 줄이겠다는 정부 정책으로 사업에 부담이 부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두산중공업이 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점은 맞지만 원자력 발전, 터빈 등 주력 산업의 성장성에 대한 우려가 지속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은 2014년(-855억원)부터 2015년(-1조7509억원), 2016년(-2155억원)까지 3년 연속으로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1~3분기 흑자로 돌아서긴 했지만 당기순이익 규모는 13억원에 그쳤다. 2016년 말 18조100억원이었던 부채 규모는 지난해 3분기 말 19조102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런 위험 요인이 확실히 해소되지 않는 한 두산중공업을 둘러싼 구조조정 이슈는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KB증권이 추정한 지난해 두산중공업 부문의 신규 수주액은 5조3000억원이다. 2016년 9조1000억원과 비교해 40% 넘게 줄었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탈원전, 탈석탄 정책에 대한 우려로 주가가 크게 하락했는데 노후 석탄 발전소 개보수, 원전 해체. 가스 터빈 유지 보수 등 새로운 사업 기회는 생기고 있다. 다만 이런 부분이 주가 모멘텀(변화 동력)으로 작용하려면 신규 수주 회복 등 가시적인 성과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조현숙ㆍ이현ㆍ윤정민 기자 newear@joongang.co.kr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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