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음벽에서 에너지가?
방음벽에서 에너지가?
태양광 등 복합 기능의 방음벽 확산
올림픽대로 인근의 고층 아파트에 새로 입주한 최 모(54) 씨는 한동안 때 아닌 불면증에 시달렸다. 차들이 도로를 달리는 소리가 너무 커서 도무지 잠을 편하게 잘 수가 없었기 때문.
영등포구에 설치된 양방향 태양광 방음벽 ⓒ 연합뉴스
특히 차량 소음은 조용한 밤일수록, 고층일수록 더 크게 들린다는 알게 된 최 씨는 아파트를 팔고 조용한 곳으로 다시 이사를 가야 하는지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그런데 최근 들어 방음벽이 설치되면서 차량 소음이 한결 덜해지자 그런 고민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설치된 방음벽이 지금까지 봐왔던 것들과는 달리 외관부터 색다른 모습을 하고 있어서 최 씨는 궁금증이 생겼다. 기존 방음벽들은 단순한 디자인에 커다란 패널이 일렬로 세워진 모습이 대부분이지만, 이번에 설치된 방음벽은 전혀 다른 형태였기 때문이다.
이리저리 수소문 한 끝에 아파트 단지 앞에 설치된 방음벽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방음은 물론 태양광 에너지까지 함께 생산할 수 있는 복합 기능의 방음벽이었다.
융합기술 적용으로 진화하고 있는 방음벽
방음벽이 진화하고 있다. 자동차에서 나오는 소음을 플라스틱이나 아크릴 같은 물리적 소재로만 차단하던 방음벽이 이제는 융합 기술의 발전으로 에너지를 생산하거나 IT 기술이 적용되어 완전히 차별화 된 신개념 방음벽으로 거듭나고 있다.
태양광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방음벽은 서울 영등포구가 전국에서 두 번째로 설치했다. 처음 설치는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있는 노원 고등학교 앞에 설치된 방음벽으로서, 한 방향에서만 태양광을 받아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제품이다.
반면에 영등포구에 설치된 방음벽은 양면으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올림픽대로 인근에 위치해 소음과 먼지로 가득했던 영등포구자원순환센터에 방음벽과 태양광발전 기능을 동시에 갖춘 태양광 방음벽이 설치된 것.
서판교 부근에 위치한 터널형 방음벽의 모습 ⓒ 연합뉴스
‘양면태양광 방음벽 설치’는 지난 2016년 서울시 신재생에너지 특화사업 공모에 선정된 사업으로서 영등포구는 총 2억 5000만 원의 사업비를 들여 성산대교 남단 하부에 위치한 자원순환센터에 양면태양광 방음벽 설치 공사를 완료했다.
양면태양광 방음벽은 태양광패널과 투명방음패널, 그리고 흡음방음패널로 구성된 혼합형 방음벽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길이 143m에 높이 4m의 방음벽 상단에는 240W 양면태양광 패널 54장이 설치되어 있다.
영등포구청의 관계자는 “양면태양광 패널을 통해 연간 1만 6600Kwh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라고 전하며 “이를 통해 절감할 수 있는 전기 사용료는 연간 150만 원 정도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밖에도 도로를 터널 형태로 덮는 구조의 ‘터널형 방음벽’도 눈길을 끌고 있다. 현재 용인과 서울 고속도로 사이의 서판교 부근에 설치된 터널식 방음벽은 소음 차단 효과가 탁월하고 비산먼지까지 차단할 수 있어서 차세대 방음벽으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상쇄파 활용하여 소음 저감하는 디지털 방음벽
방음벽 설치에 있어 가장 큰 문제점은 시간이 갈수록 흉물처럼 보이게 된다는 점이다. 하루에만도 수십만 대의 차들이 오가며 내뿜는 먼지가 아무리 밝은 색으로 칠해진 방음벽이라도 금방 우중충하게 만들어버린다. 또한 성벽처럼 높이 설치되어 있는 방음벽은 운전자나 주민들의 시야를 막아 답답한 느낌을 주기 쉽다.
따라서 최근에는 물리적인 방음벽보다는 상쇄파라 불리는 음파를 이용하여 경적이나 달릴 때 발생하는 소음을 저감시키는 디지털 방음 기술이 각광을 받고 있다.
‘디지털 방음벽’으로 불리는 이 기술은 상쇄파를 쏴서 소음을 저감하는 IT 기술의 하나다. 도로에서 나오는 소음은 물론 발파나 시공과정에서 소음이 많이 발생하는 건설현장에서도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국내의 대학과 중소기업들이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는 이 디지털 방음벽은 도로 및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최대 90%까지 줄일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상쇄파를 활용한 소음 간섭의 원리 ⓒ centerpointaudio
기존의 물리적 방음벽은 흡음재로 소음을 흡수하거나, 이를 반사시키는 물리적인 방음 시스템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반면에 개발 중인 디지털 방음벽은 소음센서와 소음 상쇄파 발생용 스피커, 그리고 파워앰프 등 음향시스템 및 소음제어 시스템 등을 통해 능동적으로 소음을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이 공동 연구진의 설명이다.
공동 연구진의 한 관계자는 “1차 소음센서가 도로나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다양한 소음을 파장과 방향별로 측정하면, 소음제어 시스템은 소음에 대한 알고리즘을 분석하여 상쇄파의 송출시간과 방향 등을 결정 한다”라고 설명하며 “이후 파워앰프 같은 음향시스템이 소음을 상쇄하는 음파를 송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한 2차 소음센서는 방음벽과 소음 차단이 필요한 대상 사이에 시공해서 방음벽을 투과한 소음 발생량을 실시간으로 측정한 후 이를 다시 상쇄시킬 수 있는 음파의 규모와 세기를 결정하는데 활용한다”라고 덧붙였다.
공동 연구진의 설명에 따르면 도로나 건설현장의 소음은 디지털 방음벽을 통해 상당히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기존 방음벽의 높이와 두께를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외에도 연구진은 디지털 방음벽의 원리를 열차와 차량 내부에 적용하여 내부 공간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저감하는 연구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혀 주목을 끌고 있다.
김준래 객원기자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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