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설치 고철덩어리 태양광 쓰레기통, 애물단지 풍력발전기
서울시 설치 고철덩어리 태양광 쓰레기통, 애물단지 풍력발전기
서울시 연초부터 고민
전문가들
"신재생에너지 확대 불가능한 국내 환경 고려해야"
서울시 "좋은 취지인데"
'태양의 도시, 서울' 프로젝트 추진
원전 1기 설비용량 대체 장담이 무색
서울시가 신재생사업에너지 정책의 일환으로 설치한 태양광 쓰레기통과 풍력발전기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 측은 논란을 정면으로 반박하면서도 근본적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해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서울시 종로구에 설치된 태양광 쓰레기통. 길을 지나던 한 시민이 태양광
쓰레기통이 아닌 일반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버리고 있다. ⓒ조선일보 DB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해 11월 '태양의 도시, 서울'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2022년까지 원자력 발전소 1기 설비 용량에 해당하는 규모(1gw)의 태양광 설비를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의 대대적인 태양광 홍보는 지난 2015년부터 시작됐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태양광 쓰레기통(클린큐브)'다. 이는 배선이 필요 없는 태양광으로 전기를 만들어뒀다가 쓰레기통이 차면 전기를 이용해 쓰레기를 자동으로 압축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시는 일반 쓰레기통 용량의 6~8배를 담을 수 있는 제품이라고 해당 쓰레기통을 대대적으로 홍보한 뒤, 중국인 관광객이 많은 명동, 청계천, 광화문 등에 시범설치해 운영에 들어갔다. 현재 서울 시내에는 총 64개(약 1억5,000만원 예산)가 설치돼 있다.
태양광 쓰레기통 1개의 가격은 약 500만원, 일반 휴지통이 40만원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약 12.5배의 가격이다. 일반 쓰레기통에 비해 6~8배의 쓰레기를 수거할 수 있다는 시의 설명을 고려하더라도 가격대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조선일보가 '시내 곳곳에 설치된 태양광 쓰레기통 중 일부가 고장나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를 내보내면서 잡음이 일고 있다. 신문에 따르면, 마포 및 종로 일대에 설치된 태양광 쓰레기통이 고장나 일반 쓰레기통이나 마대자루를 이용해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서울시는 조선일보의 보도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시 관계자는 3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사후관리가 안되고 있다는 것은 잘못된 보도"라며 "현재 64개 중 2개가 고장나서 수리 중에 있고 8개에 대해서는 자체 도색 등의 이유로 수거해 보관 중이며 54개는 정상가동 중"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쓰레기통이 고장 나 다른 쓰레기통을 설치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인사동 쪽이 워낙 사람이 많이 다녀서 태양광 쓰레기통만으로는 쓰레기가 감당이 안돼 추가 마대자루를 하나 더 설치한 것"이라고 했다.
시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굉장히 좋은 취지인데 언론에서 이렇게 타겟으로 하면 진행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말썽을 일으키고 있는 서울시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이뿐만이 아니다. 시가 마포구 하늘공원에 설치한 풍력발전기 5기 중 4기가 고장난 것으로 확인되며,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한 것.
1기 당 7,000만원이 투입된 하늘공원 풍력발전기 5기 중 4기는 장비고장과 소음 민원 등의 이유로 가동 중단됐고, 나머지 1기는 소음이 비교적 적은 제품으로 교체돼 시범 운영 중이다.
서울시 서부녹지공원사업소 한 관계자는 "9월 무렵 소음이 커지는 등 불안정한 운전으로 인해 4대를 가동 중지 시켰다"며 "12월 말 1기를 대상으로 시범교체운영에 들어간 상황"이라고 전했다.
해당 풍력발전기가 연간 생산하는 전력이 1,000kw 수준에 불과하다는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이 관계자는 "계산을 해봐야 알 것 같은데 여기가 재생공원이고 신재생에너지 홍보 차원에서 2011년부터 설치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환경 실정을 들어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표하고 있다.
성풍현 카이스트 교수는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태양광으로 만들어낸 전기로 쓰레기를 압축한다는 것이 사업의 핵심인데, 다른 소스를 통해 생산한 전기를 이용한다면 그 가격은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장담한다"고 했다.
성풍현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풍력과 태양광 사업이 효과를 보려면 각각 경기도 면적, 서울시 3배 면적에 달하는 부지를 확보해야 한다"며 "국내 전역으로 확대할 수 없는 정책을 홍보한다는 것은 전시행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성 교수는 풍력발전기의 소음 피해가 생각보다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풍력발전소를 시골에 설치하면 소가 임신을 못할 만큼 소음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1기당 7,000만원, 5기에 4억원에 가까운 돈을 들여 1년에 10만원어치의 전기를 생산했다는 것은 가성비가 형편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지적에 서울시 측은 "태양광 쓰레기통 사업은 2015~2017년 3년 동안 완료된 사업이며 추후 확대 방침이 아직 없다"고 밝혔다.
풍력발전소와 관련해서는 "소음이 비교적 덜 발생하는 풍력발전기 1기를 시범 운영에 있는 만큼 6개월 간 경과를 지켜보고 전체 교체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부작용이 좀 있더라도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취지를 감안해줬으면 한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임혜진 기자 hyejin0796@newdailybiz.co.kr 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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