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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와이스의 NHK 홍백가합전 출연
2017.12.15
2017년의 한 장 남은 달력을 보니 20일이 빨간색이었습니다. 예정대로 실시하지 못한 19대 대통령 선거일이었던 겁니다. 누구에겐 기뻐서 뛴 한 해였고 누구에겐 아주 분노에 찼던 우울한 한 해였습니다. 이렇게 한 해가 또 역사 속으로 흘러갑니다. 거짓과 진실의 진검승부는 나중으로 미뤄진 채….일본의 유명한 섣달그믐 텔레비전 송년 프로인 공영방송 NHK의 ‘홍백가합전(紅白歌合戰)’은 한국의 인기 걸 그룹 트와이스(twice)가 출연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일본인도 낀 트와이스는 히트곡인 'TT'를 부를까,‘likey’를 부를까 궁금합니다. 남녀 가수들이 두 팀으로 나뉘어 대결하는 이 프로에 한국 가수가 얼굴을 보이는 것은 6년 만의 일로 그것이 한일 관계의 호전을 상징하는 것이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필자가 게이오대에서 뉴미디어를 연구하고 있던 해의 연말에 조용필이 처음으로 NHK 홍백가합전에 등장해 한국 가요를 불렀을 때의 감격이 떠오릅니다. 곡목이 '허공'이었는지 ‘돌아와요 부산항에’였는지 기억에서 사라졌으나 한국의 가요가 ‘원조 한류’로 일본의 안방에 나타남으로써 늘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한일 관계가 아주 가까워 보였습니다. 86 서울 아시안게임이 열려 친한 분위기가 달아올랐습니다. 매스컴은 한국의 언어, 음식, 여행지 등을 대대적으로 소개했습니다. 조용필은 NHK의 이 프로에 네 번 나왔습니다. ‘쓰가루 해협의 겨울풍경(津軽 海峡 冬景色)’를 부른 이시카와 사유리는 올해로 40회째 출연입니다. 2004년 고이즈미 총리는 ‘지우 히메(지우 공주)’로 불린 최지우를 공관으로 초대하여 면담했고 2011년엔 소녀시대, 동방신기, 카라가 NHK 홍백가합전에 나왔습니다. 지금과는 딴판인 분위기였습니다.한일이 너무나 멀어졌습니다. 전에 인터뷰했던 일본의 경제학자인 와타나베 도시오 교수는 한국이 일본 국민소득의 3분의 1만 넘어가면 한일 간의 갈등이 해소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었습니다. 지금 우리 국민소득은 일본의 80퍼센트를 넘으니 경제외적인 요인이 작용하는 것입니다. 이제 극복할 때도 되었건만 과거 파기에 열중하는 모습이죠. 한국은 국내외 곳곳에 소녀상을 넘어 강제징용 노동자 상을 세우려 하고 있고 일본은 독도가 일본 땅이라며 교과서에 영토 야욕을 대물림하고 있습니다. 일본인들의 한국 방문은 해마다 여행국 순위에서 하락하여 현재는 10위권입니다. 반면 올해 한국인의 일본 방문은 작년보다 40퍼센트나 급증하여 방한 일본인의 3배 규모인 700만 명을 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일본이 제1의 해외여행지인 것이죠. 방일을 놓고도 중국과 1,2위를 다투는 것입니다. 일본의 반공 우익 신문인 산케이는 ‘한국의 반일로 관광객 격감의 자업자득’이라고 비판합니다. 그들은 소녀상 설치와 트럼프 방한 때 만찬장에 종군위안부를 초대하여 트럼프 대통령이 포옹하게 한 것, ‘독도 새우’가 들어간 메뉴를 제공한 것에 매우 반발하고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북·중·러 공산, 사회주의 서클의 안보 위협에 대처하려면 자유민주국가인 한·미·일의 단합은 지상명제라는 사실입니다. 미국은 일본이 일으킨 태평양전쟁으로 11만 명이 전사하고 25만 명이 부상했어도 지금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로서 과거를 딛고 현재와 미래를 설계하고 있는 게 좋은 본보기입니다. 좌파가 집권한 우리는 아주 어정쩡한 혼돈 상태에 있습니다. 미국이라는 방위동맹을 젖혀 놓고 추가 사드 배치 반대, 한·미·일 군사동맹 반대, 미국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 불참 등 3불 정책을 중국에 쉽게 약속하여 국가안보 문제에 중국의 개입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의 한·미·일 합동 군사훈련 반대로 한미, 미일 따로 군사훈련을 하는 형편입니다. 좌파 정부는 노무현 시대에 ‘동북아 균형자론’을 주장하다가 얼마 전엔 그 짝퉁 같은 ‘한반도 운전자론’으로 변하더니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면서 중국의 북한 핵 미사일 실험 중단과 한미 군사훈련 중단의 ‘쌍중단’, 평화협정과 비핵화를 맞바꾸는 ‘쌍궤론’에 장단을 맞추려고 합니다. 미국은 ‘쌍중단’ 수용 불가입니다. 북한과 중국의 희망대로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고립무원의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을 어떻게 지킬까요. 북한의 미사일이 고도화하여 미국 동부를 위협할 수준이 된 마당에 중국은 북한 핵을 통제할 능력도, 의사도 없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가장 약한 고리인 한국만 월남처럼 끊어지고 있는 것인가 불안합니다. 중국에 붙으려는 듯한 안보 환경이 참 답답합니다. 우리나라가 어느 나라들과 협력하여 ‘한강의 기적’을 일구어 여기까지 왔는지 잊어서는 안 됩니다.일본을 경계하자면 종군위안부를 상징하는 소녀상이 아니라 1895년 10월 8일 경복궁에서 일본군 등에 시해된 명성황후의 동상을 세우고 그것이 부족하면 8월 29일의 일본의 강제병합 국치일, 나아가 1592년 5월 23일의 임진왜란 발발을 더 기념해야 할지 모릅니다. 한일 우호를 해치려는 세력은 반일의 상시화로 한·미·일 서클을 깨려는 친중, 친북 세력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일본은 G7다운 대국의 태도를 보여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10월 중국과 56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협정을 연장했고 캐나다와는 무기한, 무한대의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했습니다. 그런데 한때 700억 달러에 달했던 일본과의 통화스와프는 현재 끊겼습니다. 일본의 반한 언론들은 한국이 통화 위기에 직면하면 머리를 숙일 것이라며 통화 위기를 부추기는 악선전을 일삼고 있죠. 일본 정부야말로 정치적인 면을 떠나 한국과의 통화스와프 협정에 응하는 것이 일본을 진정한 이웃으로 생각하는 한국인들을 위해, 나아가 한일 관계의 바람직한 상징으로서 필요하다고 봅니다. 통화스와프는 유사시를 대비한 쌍방 국가의 마이너스 통장일 뿐인데 당장 돈이 들어갑니까? 한일 간의 미래 지향성을 중시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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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김영환
한국일보, 서울경제 근무. 동유럽 민주화 혁명기에 파리특파원. 과학부, 뉴미디어부, 인터넷부 부장등 역임. 우리사회의 개량이 글쓰기의 큰 목표. 편역서 '순교자의 꽃들.현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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