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인의 오케스트라 VIDEO: Berlin Philharmonic Orchestra


독일인의 오케스트라


베를린 필하모니 관현악단 방한

Berliner Philharmonisches Orchester

Conductor Sir Simon Denis Rattle


독일은 '고급'...자동차는 타는 것

이탈리아는 '최고급'...자동차는 예술품으로


  유럽에서 자동차를 제일 잘 만드는 나라는 독일과 이탈리아입니다. ‘고급’ 자동차는 독일이 최고이고, ‘최고급’ 자동차는 전부 이탈리아 브랜드지요. 두 나라는 차를 바라보는 방향이 정반대입니다. 


(예술의전당 백스테이지에 가지런히 늘어선 베를린필 단원들의 cargo)


*사이먼 래틀의 베를린 필하모니 올해 마지막 공연

이번 19~20일에 있었던 사이먼 래틀의 한국공연은 이미 4번이나 한국을 찾은 사이먼 래틀이 이끄는 마지막 아시아 투어로 2018년에 러시아 태생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오케스트라 지휘자 키릴 페트렌코에게 바톤을 넘기게 된다.

(케이콘텐츠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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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donga.com/Main/3/all/20171120/87359620/1#csidx8aefc29430e5b318dd43f7356136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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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는 자동차를 ‘예술품’으로 봅니다. 그래서 예술적 가치가 별로 없는 양산형 자동차는 일부러(?)라도 품질이 좋지 않습니다(어느 해 제주도 일주를 했을 때 며칠을 빌려 몰았던 피아트 친퀘첸토(Fiat 500)의 그 괴이한 주행감각이 아직도 손에 생생합니다). 대신 소위 말하는 슈퍼카들은 기술적 완벽성과 함께 아름답다는 측면에서 가히 최고입니다. 이들은 효용성이 떨어집니다. 대신 ‘꿈’, ‘호사’, ‘환상’ 같은 키워드와 쉽게 연결되지요. 조임 나사 하나까지 전부 손으로 만들어 대당 수십 억대가 넘어가는 파가니(Pagani)가 가장 극단적인 예인데, 한마디로 르네상스 전성기 시대 유명한 공방(보테가 Bottega)에서 제작되었던 장대한 미술작품을 보는 듯 한 기분입니다. 이탈리아인들이 숭상하는 ‘벨라 피구라 La Bella figura’(아름다운 자태)의 미학이 여기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있는 것입니다.


(슈퍼카 브랜드 페라리의 창립자 엔초 페라리. 

그는 모데나 태생으로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와 동향(同鄕)이다.)


독일은 정반대입니다. 자동차는 기계이고, 그 가치는 ‘나를 빠르고 정확하게 목적지로 데려다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나치게 비싼 슈퍼카는 아예 만들지도 않습니다. 기술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니라, 필요가 없는 것이지요. 값비싼 포르쉐의 경우도 이탈리아식 슈퍼카처럼 드레시하지 않고 직선적이며 남성적입니다. 비즈니스맨이 람보르기니나 페라리를 타고 출장을 가는 모습은 상상하기 힘들죠. 포르쉐는 가능합니다. 


게다가 독일의 아우토반을 달리다보면 독일인들의 놀랍도록 질서정연한 운전 관습에 금새 반하게 됩니다. 이것은 전형적인 독일식 미학인데, 규칙을 지켜서 차의 흐름이 좋아 지는 게 아니라 차의 흐름을 원활하게 만들기 위해 규칙을 지킨다는 것입니다. 특히 ‘내가 먼저 가야겠다’라는 효율성이 아니라 ‘전체 차로의 흐름을 원활하게 만들어 한다’는 큰 크림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각자들 스스로가 조금씩 절제하고 양보하여 전체적인 조직이 일사분란하고 효율적으로 운영될 때 독일인들은 엄청난 희열을 느낍니다. 소속팀에서 시원찮은 활약을 펼치던 축구선수들이 독일 국가대표팀에만 들어오면 펄펄 나는 이유도 이 때문은 아닐까요. 자기절제로 단련된 뛰어난 개인이 모여 강한 집단의 힘으로 높은 목표를 달성해가는 압도적인 힘! 이것이 독일 사회를 지배하는 이념이며, 아마 오케스트라에도 똑같은 이야기가 적용될 것입니다.


베를린 필은 지난 토요일날 한국에 도착했습니다. 그들의 숙소인 강남의 어느 호텔에 들러 음악감독 사이먼 래틀 경과 악장 다이신 카지모토를 비롯한 수많은 스타 솔리스트들과 인사를 나누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베를린 필은 독일의 오케스트라 가운데서도 가장 특별하고 동시에 ‘특이한’ 관현악단인데, 그건 단원 개개인의 개성이 굉장히 강하고 그들 한명 한명이 스타라는 사실 때문입니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나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등에는 단원 개인이 도드라지는 예가 거의 없지요.


(일요일 아침에는 베를린필의 오보에 수석 알브레히트 마이어와 함께 예술의전당 뒤편 우면산을 올랐습니다.)


그래도 베를린필은 독일의 오케스트라였습니다. 현과 목관, 금관, 타악 등 파트별로 너무나 개성이 강한 스타 연주자들이 줄지어 포진하고 있지만, 그들이 연주하는 음악은 지극히 섬세하고 정밀하며 대단히 균질한 흐름을 보여줍니다. 파워풀하지만 미려하며, 압도적이고 드라마틱하지만 대단히 정치하게 다듬어져 있습니다.


‘왜 독일의 오케스트라는 그토록 수준이 높은 것인가?’ 독일의 여러 도시들을 주유하며 그들의 콘서트홀에서 수많은 오케스트라들을 만나다보면 자연히 드는 생각입니다. 물론 나라별로 최정상의 오케스트라들은 여럿 있습니다만, 그럼에도 독일의 관현악단들은 확실히 그 ‘결’과 ‘느낌’이 다릅니다. 예술에 관한 문제이니 딱 부러진 답을 낼 필요는 없겠지만, 저는 독일인 특유의 근면성실함, 정치(精緻)함에의 집요한 추구, 효율성 위주의 건전한 집단 문화 등을 그 이유로 들고 싶습니다. 


위기에 유독 강한 것도 그들입니다. 미증유의 전 세계적 불경기 속에서도 독일의 제조업이 굳건히 그 자리를 지키내고 있듯이, 21세기 유래 없는 클래식 음악의 위기에서도 독일의 관현악단은 쉽사리 흔들리지 않습니다. 혹시나 모릅니다. 점차 향유층이 엷어지고 발언권이 쇠퇴해가는 이 클래식 음악이 – 그리하여, 세상의 관현악단들이, 오페라단이 몇 백년 뒤에는 모두 소멸할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최후의 순간까지 살아남아 묵묵히 연주를 하고 있는 건 베를린필, 그리고 독일의 오케스트라들 일 것입니다. 



깊고도 심오하고, 고요하고도 강건한 그들의 완벽한 앙상블에 무한한 경의를 보냅니다. 


(드보르작 <교향곡 제9번> ‘신세계’. 클라우디오 아바도 지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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