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지진시대...알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재난 알림보다, 재난 대비 교육이 더 중요

규모5.8과 진도Ⅴ는 어떤 차이인지

한국 실정에 맞게 개선해야

일본 자체적 진도 체계 갖춰


  한 번 제법 큰 지진이 육지에서 일어났기 때문일까요? 지진을 알리는 기사들이 자주 눈에 띕니다. 예를 들면 4월 10일 오전 4시 2분 쯤 경남 창원에서 규모 2.3 지진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포털과 뉴스 등을 통해 알려집니다. 지진이 났어도 피해는 없었다지만 지난 가을 큼직한 지진을 겪었던 사람들에겐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가슴을 쓸어내리는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포항지진 피해 모습. 출처 연합뉴스

문제점: 규모 5.8과 진도Ⅴ를 구분할 수 있나?

지난 세 편의 기사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제공하고 있는 지진 정보와, 앞으로 지진 알림이 어떻게 바뀔지 기상청의 입장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앞 기사의 내용을 간단이 요약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현재: 지진이 발생하면 규모(지진이 가진 에너지 량) 정보가 뉴스, 포털, 휴대폰 알림 등을 통해 1분 이내에 인근 지역 사람들에게 통보가 되고 있습니다. 다만 이 정보는 일반 대중이 보기에는 불친절하고 명확하지 않으며, 불안감을 부채질할 수 있습니다. 


미래: 10초 이내 규모 정보 뿐만 아니라 진도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며, 여러 기관으로 나눠져 있는 통보 과정을 기관 한 곳으로 모아 더 빠르게 전달할 예정입니다.

 

지진과 관련된 유관기관에서 알림 체계를 더 꼼꼼히, 빠르게 알리는 것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분명 고무적인 일입니다. 그런데 이보다 앞서서 해결되야 할 상황이 있습니다.

 

네이버 제공


문자를 통해 규모 대신 진도 정보가 대중들에게 알려진다고 가정해 봅시다. 현재 “09.12 20:32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8km 지역 규모5.8 지진발생/여진 등 안전에 주의바랍니다.”로 전달됐던 문자는 “09.12 20:32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8km 지역 규모5.8 지진발생/경주 지역 진도Ⅴ 예상, 안전에 주의바랍니다.”로 바뀔 겁니다. 규모5.8과 진도Ⅴ 달라진 점은 무엇일까요?

 

로마자로 표기하는 것은 일단 둘째치고라도 규모5.8과 진도Ⅴ를 구분할 수 있는 일반 대중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요? 솔직히 말하면 이 글을 쓰고 있는 기자도 진도Ⅴ라는 문자를 받았을 때 피해를 얼마나 입을 수 있는지 바로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지진 정보 확립이 우선

기상청에서 공지하고 있는 수정 메르칼리 진도 설명에 따르면 진도Ⅴ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지진동을 느낀다. 많은 사람들이 잠을 깬다. 그릇, 창문 등이 깨어지기도 하며, 어떤 곳에서는 회반죽에 금이 간다. 불안정한 물체는 넘어 진다. 나무, 전신주등 높은 물체가 심하게 흔들린다. 추시계가 멈추기도 한다.”는 현상입니다. 문제는 진도Ⅴ에 대한 이 설명은 우리나라 건축물과 지반 상황에 기초해 일어날 상황을 설명한 것이 아니라, 미국, 특히 그중에서도 캘리포니아 주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기록한 것이라 우리나라 현황에는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각 설명을 살펴보면 모호한 부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설계 및 건축이 잘 된 건물에서는 피해가 무시할 수 있는 정도이지만, 보통 건축물에서는 약간의 피해가 발생한다. 설계 및 건축이 잘못된 부실건축물에서는 상당한 피해가 발생한다.(진도Ⅶ)’와 ‘특별히 설계된 구조물에는 약간의 피해가 있고, 일반 건축물에서는 부분적인 붕괴와 더불어 상당한 피해를 일으키며, 부실 건축물에서는 아주 심하게 피해를 준다.(진도Ⅷ)’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사실 저도 명확하게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아무래도 오래된 진도 체계인데다, 우리나라와 다른 미국의 상황을 설명한 것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와 미국은 건물 체계도, 지층도 상황도 다릅니다. 판의 경계인 샌안드레아스 단층 인근에 있어서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캘리포니아 주와 판 경계에서 멀리 떨어져있고, 지하 지반이 안정돼 있지만 단층대 일부에서 지진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우리나라는 전혀 다른 상황에 있습니다. 건물 설계 상태도 당연히 다를 테고요.

 

이웃나라 일본은 자체적으로 진도 체계를 갖고 있습니다. 12단계로 나눠진 수정 메르칼리 진도와 달리, 8단계로 나눠져 있고, 일본 상황에 맞는 진도 체계를 확립해 적용하고 있지요. 우리나라도 상황에 맞는 진도 체계를 가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재난 알림보다, 재난 대비 교육이 더 중요

하지만 무엇보다 앞서야 하는 것은 지진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활 교육입니다. 지진이 일단 발생하면 매우 빠른 속도로 전파됩니다. 아주 단순하게 계산을 해보겠습니다. 부산에서 발생한 지진이 서울까지 얼마 만에 전파될까요? 지진파 전달속도 초속 6km에, 서울에서 부산까지 거리를 대략 450km라고 잡으면 75초면 지진파가 전달이 됩니다. 2분도 안되는 시간이지요. 서울과 부산만큼 거리가 멀지 않다면 수 초만에 지진파가 전달된다는 의미입니다.

 

익히 여러 매체에서 이야기하듯, 지진은 예측이 전혀 안되는 재난입니다. 게다가 전파는 빠르고요. 조금 잔인한 이야기입니다만 아주 가까운 곳에서 지진이 발생했다면 운이 나쁘다고 밖에 할 수 없습니다. 이를 대비해 지진이 자주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곳을 알아두고, 지진에도 잘 버틸 수 있도록 건물을 튼튼하게 지어야 하는 것이지요.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니까요.

 

즉 지진은 일단 발생을 하면 국가에서 뭘 알려주고 하는 것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일단 스스로 한 몸을 건사해야 하는 재난입니다. 이를 위해서 평소에 대비하고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지요. 책꽂이가 넘어지지 않도록 고정하거나, 지진이 난 뒤 흔들림이 멎었을 때 어디를 통해 밖으로 나가야 하는지, 이런 부분을 생활 속에서 미리 대비를 해놔야 합니다.

 

알림은 그 다음입니다. 사실 현재 지진 알림의 목적은 이미 발생한 지진에 대한 대비가 아닙니다. 그 뒤에 발생할 수 있는 ‘추가 지진(여진)’을 조심하라는 알림입니다. 여진을 알리는 체계는 이미 충분히 자리가 잡혔고, 또 발전할 계획이 잡혀 있습니다. 그러나 과연 그 알림체계를 유용하게 쓸 수 있을 만큼 우리 생활 속에서는 지진 재난에 대한 대비가 돼 있는 걸까요? 단순히 개인의 노력 뿐만이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캠페인과 교육이 함께 진행되어야 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오가희 기자 solea@donga.com 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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