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점에 선 한국 건설업, 대변신이 필요하다


김경준 부산대학교 연구교수

Ex Officer of North Carolina Department of Transportation, USA


  수년 전부터 한국 건설업계는 국내외 건설 시장 감소와 채산성 악화 등으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업계는 물론 관련 기관들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으나 뚜렷한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필자는 약 30년간 미국 건설 현장에서 일하면서 한국 건설업의 발전을 지켜보고 한국과 미국 건설업을 비교해 보았다. 대학 졸업 후 6년 동안 한국 건설현장에서 일한 후 1984년에 미국으로 갔는데, 그때는 두 나라 건설 기술과 인프라 상태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느꼈다. 그러나 80년대 중 후반부터 2010년대 초까지 한국이 국내 인프라 건설에 많은 투자를 하고 해외 건설시장에서도 괄목할 성과를 거두면서 건설 강국으로 부상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성장과 발전이 한계점에 도달한 것 같다. 작은 국토에 인구의 정체 또는 감소가 예상되니 국내 건설 수요는 줄어들고 해외 시장에서는 후발 경쟁국 업체들과 선진국 업체들 사이에서 점차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한국의 인건비는 이미 선진국 수준에 근접하여 있는데 반해 풍부하고 저렴한 인적 자원을 가진 중국, 인도 등 후발 경쟁국들의 기술 수준은 급속히 발전하여 이미 한국을 추월하려 하고 있다. 앞으로 해외 건설 시장에서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한국 업체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다.


이런 위기 상황에 처한 한국 건설업은 개발도상국 상태에서 선진국 상태로 대변신이 요구되는 전환점에 있다고 생각한다. 전환점에 선 한국 건설업이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 성장 발전하기 위해서는 건설 관련 법령과 제도, 건설 기술, 건설업 운영 방식 등의 선진화를 이루도록 건설업 전반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 오랜 시간 한국과 미국 건설업을 비교 관찰한 것을 바탕으로 필자는 다음과 같은 변화를 제안한다.


1. 건설업 관련 법령과 제도 재정비

해외 건설이 한국 건설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증가할 것이고 한국 건설업의 미래는 해외 건설의 흥망에 달려있다고 하겠다. 그러므로 해외 건설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여 건설업 관련 법령과 제도를 해외 건설에 초점을 두고 재검토한 후 해외 건설 수행에 장애가 되거나 불합리한 요소들은 과감하게 고쳐야 한다. 해외 건설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선진국들의 법령과 제도를 벤치마킹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하겠다. 또한 아직도 근절되지 않고 있는 건설 업계의 부조리와 불법, 부정행위 (담합, 발주자나 주계약자의 갑질 또는 부당 행위, 뇌물 등) 들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대형 건설사는 해외 시장에 주력하고 중소기업들이 국내 시장 점유율을 높여 상생할 수 있도록 법령과 제도를 보완하는 것도 필요하다 하겠다.


2. 국내 건설 및 용역 시장의 개방을 통한 선진 기술과 제도의 조속 도입

국내 건설 및 용역 시장에서 선진국 업체들이 국내 기업들과 자유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시장을 개방하는 방안도 신중히 고려해야 하겠다. 이 방안은 단기적으로 국내 기업들에게 상당한 부담과 어려움을 주겠지만 선진 기술과 제도의 조속한 도입을 통해 국내 기업들의 해외 경쟁력을 높여 장기적으로 이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장기적인 성장과 발전을 위해 단기적인 성장통을 감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하겠다.


3. 북미 및 서유럽 선진국 건설시장 진출 확대

한국 건설업의 해외 시장 진출은 현재까지 중동과 아시아 지역들에 편중되어 왔는데 이 지역들에서 한국 업체들의 입지는 후발 경쟁국들로 인해 더욱 좁아지고 날로 치열해지는 경쟁으로 인해 이윤 확보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우리 기업들은 이때까지 망설여왔던 북미 및 서유럽 선진국 건설시장 진출 확대를 모색해야 한다. 이런 선진 건설시장에서의 성공 없이는 한국 건설업의 미래는 없다고 필자는 확신한다. 선진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면밀하고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기업들은 현지 건설에 많은 경험과 지식을 가진 전문가들을 활용하여 준비해야 하고 정부는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이런 기업들을 지원해야 하겠다. 경험이 거의 없는 이런 시장에의 진출에는 많은 초기 투자 비용이 예상되고 한국 기업들의 현지 신용도가 낮으므로 금융 지원이나 Surety Bond의 보증 등 정부의 지원 정책이 요구된다.


4. 해외 건설 전문 인력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

국제 표준 시방서와 설계법을 국내 공사에 적용하여 건설 기술의 국제화를 도모하고 모든 건설 인력이 해외 건설을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도록 해야겠다. 대부분의 정부 기관과 공공단체 및 일부 기업체에서 시행되고 있는 순환근무제를 폐지하고 일정 직무에서 장기간 근무하면서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인사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또한 해외 건설 종사자들을 우대하여 건설 업계가 유능한 인재들을 확보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의 개정도 고려해야 하겠다. 국내 전문가가 부족한 해외 건설 관련 분야에 해외 동포와 외국인 전문가 고용을 확대할 수 있도록 관련 법과 제도의 개선 또한 필요하겠다.


5. 해외공사 수주의 양보다 질을 중시하는 기업 환경 조성

해외 건설 업체들이 지나치게 수주에 치중하여 수주의 성공 여부에 따라 담당 임직원들의 능력이 평가되는 경향이 있었고 이런 현상은 아직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듯하다. 프로젝트 수주 후 완공까지는 수년의 시간이 걸리고 수주 외에도 여러 가지 요소가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 (즉, 이익 또는 손실)에 영향을 미치므로 부실 수주에 대한 책임 추궁은 어려울 때가 많다. 대형 건설사가 해외 공사에서 일조원이 넘는 손실을 보았다는 뉴스를 여러 번 접했던 기억이 난다. 기업들이 다시는 이런 부실 수주를 하지 않도록 해외 프로젝트 사업성과 채산성 분석의 정확도를 높이는 방안을 강구하고 양 (수주액) 보다 질 (사업성과 채산성)을 기준으로 임직원들의 능력을 평가하는 기업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한국 건설업이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선진화를 향해 이런 제안들을 고려하여 대변신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데일리해외건설  webmaster@ic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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