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아시멘트, "한라시멘트 품었다"


점유율 12% 한라 인수전

'만년 꼴찌' 아세아가 승리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단숨에 대형 시멘트사 지위 확보


생산 공장 시너지 기대 

공격영업으로 경쟁 치열할 듯


   국내 시멘트업계의 ‘만년 꼴찌’였던 아세아시멘트가 지각 변동을 일으켰다. 시멘트시장의 마지막 대형 매물로 꼽힌 한라시멘트를 인수하면서 쌍용양회(24.3%)와 한일시멘트(22.3%)에 이어 3위로 뛰어올랐다. 한라시멘트를 품은 아세아시멘트의 국내 점유율은 19.1%(지난해 기준)가 됐다. 상위 3개 회사의 총 점유율은 국내 전체 시멘트 판매량의 3분의 2에 달한다. 단숨에 3위로 도약한 아세아시멘트는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로 상위권 업체들을 위협할 전망이다. 



내륙업체와 해안업체의 결합 

한라시멘트의 매각주관사인 시티글로벌마켓증권은 최근 최종 우선협상대상자로 아세아시멘트를 선택했다. 한라시멘트는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베어링 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PEA)가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아세아시멘트는 이번 인수전에서 차입금 4000억원을 제외한 인수가격으로 3800억원을 제시했다. 이달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는 등 거래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아세아시멘트가 한라시멘트 인수를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내륙사’와 ‘해안사’의 결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아세아시멘트는 생산공장이 충북 제천에 있는 내륙회사인 반면 한라시멘트는 해안가인 강원 옥계에 공장과 시멘트 전용항구를 갖고 있다. 


앞으로 아세아시멘트는 해상을 이용해 시멘트 운송료를 절감할 수 있게 됐다. 국내 시멘트시장에서 내륙사와 해안사의 인수합병(M&A)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세아시멘트는 인수전에 꽤 적극적이었다. 위기감 때문으로 해석된다. 아세아는 줄곧 하위권에 맴돌던 회사였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시멘트 제조업계에 가격 담합으로 과징금 1000억원을 부과했으나 아세아시멘트만 리니언시(자진 신고자 감면제)로 빠져나왔다. 


한 관계자는 “아세아는 그동안 공공연한 ‘업계의 왕따’였는데 앞으로는 상황이 좀 달라질 것”이라며 “아세아시멘트로선 높은 차입금 금리 부담을 덜기 위한 차원에서라도 시장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공격적인 영업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만성적 공급과잉 

석회석과 제철 부산물 등을 유연탄으로 구워 만드는 시멘트는 1960년대 제1차 경제개발계획이 수립되면서 ‘경제개발 전략사업’으로 지정됐다. 1964년 한 해에만 쌍용양회 한일시멘트 현대시멘트 등 세 곳의 회사가 생겼다. 시멘트 회사의 업력이 비슷하다 보니 업체들의 생산 방식이나 품질도 비슷하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이후 건설경기가 내리막을 걸으면서 시멘트는 공급과잉 산업으로 전락했다. 주요 회사의 공장 가동률은 2013년 59%까지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쌍용양회 한일시멘트 성신양회 삼표시멘트(옛 동양시멘트) 한라시멘트 현대시멘트 아세아시멘트 등 주요 회사의 점유율이 90%가 넘는 과점체제가 유지되고 있다. 이런 구도에 변화가 생긴 건 최근이다. 쌍용양회는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로 넘어갔고 레미콘 회사인 삼표가 동양시멘트를 가져갔으며 한일시멘트가 현대시멘트를 인수했다.

 

과거 7개 업체가 주도하던 시멘트 시장은 쌍용양회 한일시멘트 아세아시멘트 3강과 성신양회 삼표시멘트 2중 등 5개 업체 구도로 재편됐다. 건설경기 위축으로 인해 당장 내년부터 시멘트 수요가 급감할 것이란 예측도 제기된다. 합병과 설비 감축 등으로 구조조정에 성공한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한경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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