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Q의 유전성,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방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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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Q의 유전성,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2017.10.13

우리 사회에서 영재의 개념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영재가 지능지수인 IQ(intelligence quotient)를 중심으로 평가되었는데, 지금은 다양한 기준을 통해 다원적으로 정의되고 있습니다. IQ와 상관없이 특정 분야에서 평범한 아이들과는 다른 특출한 기량을 발휘하는 아이가 영재로 불리고 있는 것입니다. 영재의 개념에 대한 이런 변화가 아이들이 공부에만 매달리지 않게 하는 전환점이 되어야 하지만, 아직 학업 성적에 집중하는 부모들의 마음은 열리지 않고 있어 아쉬운 마음입니다. 

지능검사는 1905년에 프랑스 심리학자인 알프레드 비네가 취학연령에 이른 아동들 중에서 정신지체아를 가려내기 위해 처음 고안한 것으로, 선천적인 지능의 검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정신지체아나 학습 불능아를 식별하기 위해 개발한 것입니다. 

IQ는 정신연령을 생활연령(또는 신체연령)으로 나눈 값에 100을 곱해 계산합니다. 같은 나이 또래에서 보통 수준의 지능지수는 신체연령과 정신연령이 같은 100입니다. 지능검사에서 10세 아이가 12세 아이들과 비슷한 문제 해결력을 보인다면, 그 아이의 생활연령은 10세이고 정신연령은 12세로 IQ는 120(12/10X100)이 됩니다. 그에 비해 10세 아이가 8세 아이들과 비슷한 문제 해결력을 보일 경우에는 IQ가 80(8/10X100)이 됩니다. 

IQ의 유전성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태어나며 부모로부터 받아가지고 나오는 IQ의 유전성은 청장년기를 제외하고 어린 시절과 나이가 많이 든 시기에 더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작용과 반작용의 유전 효과로 설명이 되고 있습니다. 

세상에 태어나 성장하는 과정에서 어린 시절에는 가족들과 지내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환경에 대한 선택권이 적어 IQ의 발현에 유전성이 크게 영향을 미치지만, 성장을 하며 주변의 환경에 대한 선택의 자유가 증가하면서 유전성보다 환경 요인이 더 크게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리고 장년기에 접어들면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높아짐에 따라 환경에 대한 반작용이 경감되며 다시 IQ의 유전성이 높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일 수 있습니다. 

IQ는 쌍생아를 대상으로 많이 연구되어 왔는데, 쌍생아 중 1/3 정도는 정자 하나와 난자 하나가 수정되어 2세포기에 갈라져 각각 발생해 태어나는 일란성(一卵性)으로 유전자가 거의 100% 일치합니다. 나머지 2/3에 해당하는 이란성(二卵性) 쌍생아는 함께 출생하기는 하지만 서로 다른 정자와 난자가 수정되므로 성(性)이 다르게 태어날 수 있으며, 다른 형제나 자매들처럼 유전자도 평균적으로 50% 정도 유사하게 태어납니다. 그래서 일란성 쌍생아들이 같은 환경에서 자랄 경우 겉모습이나 행동이 매우 비슷하게 나타나지만, 이란성 쌍생아들은 같은 환경에서 자라도 다른 형제자매들처럼 겉모습이나 습관 등이 많이 다르게 나타납니다. 

일란성과 이란성 쌍둥이를 대상으로 한 IQ의 평균 상관계수 비교 조사에서 일란성의 계수가 0.86으로 이란성의 0.60에 비해 훨씬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IQ의 형질은 50% 정도가 유전성인 것으로 여겨져 왔으나, 최근에는 IQ에 유전성보다 환경이 더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학업 성적과 관련해 지적 능력을 알기 쉽게 숫자로 나타낸 IQ에 대해 학부모들의 관심이 높지만, 지능이 곧 학업성적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IQ가 어느 정도 학업 성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IQ는 학습 능력을 측정한 지수가 아니라 여러 영역의 지적 능력을 합산해 나타낸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IQ만으로 소질이나 적성, 성공 가능성이 높은 분야를 판단할 수 없습니다. 

IQ가 높은 학생이 반드시 창의력이 높은 것도 아닙니다. 왜냐하면 IQ는 지수가 높은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활용하는가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IQ 100의 아이가 천재 소리를 들을 수 있고, 140이 넘는 아이가 둔재라고 여겨질 때도 있습니다. 이는 IQ가 높지 않아도 학습동기가 강하고, 충분한 학습시간과 바른 학습 태도 그리고 가정과 학교의 분위기 등이 최적 상태로 조성되면 IQ가 높은 아이들과 비슷한 수준의 성취도를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역사상 위대한 인물로 칭송받는 사람들이 모두 학교에서 우등생은 아니었습니다. 그 실례로 천재 과학자로 불리는 아인슈타인,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처칠 그리고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로 불리는 카프카 등은 재학 시절 학업 성적이 하위권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도의 민족운동 지도자인 마하트마 간디나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 그리고 생물진화론의 창시자인 찰스 다원 등은 학창시절 성적은 좋았지만 별로 눈에 띄지는 않았던 인물들입니다. 

특정 분야에서 독창적인 창의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인정을 받고 명예와 부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사회에서는 IQ가 높은 우등생이 낙오자가 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진정한 성공은 어떤 목표를 향해 열정을 가지고 끊임없이 노력할 때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학교 교육현장이 IQ라는 지적 능력의 개념에 얽매이지 않고,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며 독창적 사고와 창의력을 키워주는 장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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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방재욱

양정고. 서울대 생물교육과 졸. 한국생물과학협회, 한국유전학회, 한국약용작물학회 회장 역임. 현재 충남대학교 명예교수, 한국과총 대전지역연합회 부회장. 대표 저서 : 수필집 ‘나와 그 사람 이야기’, ‘생명너머 삶의 이야기’, ‘생명의 이해’ 등. bangjw@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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