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세종 고속도로, 구간 절반 이상이 방음벽


성남~안성 구간 38km 걸쳐 설치

왕복구간 절반 넘게 세워지는 셈

환경부 인증 저소음포장 외면하고

도공 자체 개발 포장 기술 고집

저소음 포장 쓸땐 방음벽 줄여야돼

업계 눈치보기ㆍ유착 의혹도 제기


   구간 절반 이상이 방음벽으로 도배돼 최악의 조망을 기록할 고속도로가 나타날 전망이다. 


고속도로 방음벽 설치 사례 출처 매일건설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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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소음 민원 때문이라지만 도가 넘는 방음벽 설치 배후에는 한국도로공사의 자사 이기주의와 업체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24일 한국도로공사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도로공사는 서울~세종 고속도로 성남~안성 구간 50.1㎞(왕복 6차로)에 38㎞(램프 포함)에 걸쳐 방음벽을 설치할 계획이다.


방음벽이 필요 없는 터널 14개소 16.4㎞를 제외하면 왕복 67㎞ 구간의 절반(57%) 넘게 방음벽이 세워지는 셈이다.

60여 곳의 방음벽 중에서 아파트 8~9층에 해당하는 높이 26m짜리도 있고, 길이가 1㎞ 넘는 곳도 3곳에 달한다.


방음벽은 조망권 저해는 물론 시각적 자극을 줄여 졸음운전을 유발할 수 있다. 또 겨울철 빙판길의 주범이기도 하다. 반면 저소음은 조망권 확보에다 투수율이 좋아 빗길 사고를 80%까지 줄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한 지자체 산하 연구원 관계자는 “주거지역이 많다고 해도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데 이 정도로 방음벽을 설치하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면서 “외국처럼 저소음포장 등을 활용해 방음벽을 적절한 선에서 설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계와 업계에서는 이 같은 방음벽 과다설치 배후에는 한국도로공사의 자사 기술 우선주의와 방음벽 업체 보호 의식이 깔려 있다고 보고 있다.


도로공사는 당초 설계 때 방음벽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전체 구간에 걸쳐 자체적으로 개발한 단층 저소음포장(Q-pave)을 깔기로 했다. 하지만 Q-pave는 3㏈ 저감효과밖에 없어 방음벽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세종 고속도로 노선도 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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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에 따르면 7~9㏈까지 줄일 수 있는 환경부 인증 고성능 저소음포장 기술이 개발돼 있으나 도로공사는 자사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Q-pave만 고집하고 있다. 반면 같은 국토부 산하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3년간 검증 결과 고성능 저소음포장의 소음 저감효과가 탁월해 향후 도로건설에 우선적으로 적용한다는 지침을 만들어 대조를 보이고 있다.


A저소음 포장업체의 B이사는 “방음벽은 고층 아파트의 경우 효과가 떨어지고 비용도 저소음포장에 비해 2배 이상 비싸다”면서 “도로공사가 고성능 저소음포장을 쓸 경우 방음벽을 대폭 줄여야 해 업계의 눈치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한국도로공사 산하 도로교통연구원 소속 연구원 O씨가 업자로부터 100만원을 받은 혐의로 파면 결정됐다. O씨는 고성능 저소음포장이 효과가 없다고 주장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수원지법 여주지원에서는 업체대표로부터 200만원을 받은 도로공사 직원 K씨에게 김영란법 위반죄로 벌금형을 선고했다. 또 올 초에는 방음벽 업체로부터 돈을 받고 저소음포장에 반대의견을 피력해온 국책연구원 P씨도 적발됐다. 특히 국정감사에서는 도로공사 전현직 직원모임인 ‘도성회’와 공사와의 유착 의혹이 꾸준히 지적되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이수형 박사는 “유럽, 일본 등지서는 미관, 효율, 비용, 안전 면에서 우수한 저소음포장 정책으로 가고 있다”면서 “방음벽 시장 보호를 고집할 게 아니라 조망권을 보장하고 소음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저소음포장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도로공사 관계자는 “업체와의 유착 의혹은 있을 수 없다”면서 “서울~세종 고속도로는 현재 환경부 심의 중으로 신기술이 있다면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범구기자 ebk@hankookilbo.com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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