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개편이 아니라...수학ㆍ과학 교육 죽이기?

카테고리 없음|2017. 8. 26. 13:37

교육부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 시안 7가지 발표

‘2015 개정 교육과정’ 도입이후  첫 수능


  8월 10일 교육부는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개편안 시안 7가지를 발표했다. 2021학년도 수능은 ‘2015 개정 교육과정’이 도입되고 학생들이 치르는 첫 수능이다. 올해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대상이다.

 

출처 에듀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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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개편 시안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문·이과 구분없는 융·복합인재 양성’을 특히 강조했다. 이와 관련, 과학계에선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새 수능 개편안을 둘러싼 쟁점 3가지를 보다 자세히 들여다 보고자 한다.

 

쟁점 하나 : 문·이과통합 하자면서, 수학은 가형·나형, 사탐·과탐 선택과목 여전!

쟁점 둘 : 과학II는 폐지하면서, 통합과학을 신설?

쟁점 셋 : 일부 과목 절대평가 vs 전과목 절대평가  

 

문·이과통합 하자면서, 수학은 가형·나형, 사탐·과탐 선택과목 여전!

과학기술계 5개 기관(전국자연과학대학장협의회,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한국공학한림원, 바른과학기술사회실현을위한국민연합)은 교육부가 새로 발표한 ‘수능 개편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모아 23일 성명서를 발표했다.


교육부 개편안이 문·이과 통합이라는 명분으로, 오히려 고등학교 교육 현장에 혼란을 주고 학생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공계 대학으로 진학하려는 학생들의 기초역량을 흔들만큼 약화돼 있는 수학·과학 과목이 큰 문제라는 이야기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성명서를 하나씩 언급하며, 먼저 “지난 2015 개정 교육과정을 정비할 당시, 한국사가 필수과목으로 선정되면서 상대적으로 수학·과학 과목이 크게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말로는 문·이과 통합을 주장하면서 여전히 수학은 가형·나형으로 나뉘어져있고, 통합사회·통합과학 과목을 새로 신설하면서 사회탐구·과학탐구 영역은 선택형 응시가 가능하도록 남겨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는 차세대 인재를 길러내려면 문·이과 학생들이 모두 같은 과목으로 시험을 치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과학II는 폐지하면서, 왜 통합과학을 새로 만드나?

교육부는 학생들의 기초소양을 더 견고히 다지고,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공부할 수 있는 선택과목 수를 늘리기 위해 “통합사회·통합과학 과목을 신설하고 과학II 과목은 원하는 학생만 공부하도록 수능 평가 과목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발표에 과학기술계는 “과학II를 일반선택이 아닌 (수능을 보지 않는) 진로선택 교과로 편성하는 것은 오히려 이공계 대학 교육에 필요한 기초 소양 교육 기회를 박탈하고 나아가 국제 경쟁력을 저하시킬 우려가 있다”고 반발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고교 교사는 “수능에서 제외된 과목을 일부러 선택해 공부하는 학생은 현실적으로 없을 것이고,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수능 고득점을 위해 과학II 시간에 입시 비중이 큰 다른 주요 과목 수업을 하게 될 것”라고 비판했다.

 

일부 과목만 절대평가 vs 전과목 절대평가 

절대평가 과목 선정에 대한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어떤 쪽을 선택해도 생기는 부작용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교육부 역시, 먼저 발표한 개편안에는 1안(일부 과목만 절대평가), 2안(전과목 절대평가)을 구분해 내놓은 상태다. 교육부는 내주 8월 31일에 권역별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을 모아, 수능 절대평가 적용 범위에 대해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1안처럼 ‘한국사’, ‘영어’, ‘공통사회ㆍ공통과학’, ‘제2외국어ㆍ한문’까지 4과목만 절대평가를 하면, ‘수능체제 변화를 최소화 할 수 있어 진로 지도하기가 쉽고, 수능 변별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기대와 ‘‘국어’ ‘수학’ ‘사회탐구·과학탐구’와 같은 상대평과 과목에 학습량이 쏠릴 것’이라는 우려가 함께 나온다. 


2안처럼 전과목 절대평가를 하면, ‘수능 부담이 줄어들어 학생이 원하는 희망진로에 따라 심화 학습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와 ‘수능 변별력이 약화돼 변별력을 위한 다른 전형 요소가 늘어나 또 다른 사교육 부담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함께 나온다. 서울 경희여고 홍창섭(수학 담당/고3 담임) 교사는 개편안을 보며 현실적인 문제를 언급했다. “절대평가 과목 변동으로 수능 변별력에 문제가 생긴다면, 대학에서는 인재 선발을 위해 새로운 장치를 만들 게 분명하다”며 “그러면 또 다시 교사, 학생, 학부모는 새로운 체제에 대비하기 위해 부담과 시름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업 정상화를 위해선 2안이 더 낫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절대평가 자체가 학력을 저하시킬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공계 학과 소속 교수들은 수학 과학 등 주요 과목에 절대평가 제도가 도입되면, 기준 점수 이상으로는 공부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국제올림피아드를 준비하는 등 성적 최상위권 학생들의 국제 경쟁력이 약화될 것을 우려했다.

염지현 기자 ginny@donga.com 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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