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드라이브? 현실은 녹록치 않아

신재생에너지 경쟁력 없어...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판


환경부 공모사업에 청주시가 당첨돼 의욕적으로 추진했으나 

혐기성균 모두 죽어 바이오가스 생산 전무.. 고철 덩어리 전락 우려

청주시 "정확한 원인 모르겠다"..기술 검증 부족·무리한 운영이 원인

공법업체 "비전문가 청주시 공무원들 혐기성균 관리 못한 책임" 주장

전문가 "신재생에너지 고단위 기술, 지역 환경 등 꼼꼼히 고려해야"


   문재인 정부 들어 '탈원전 드라이브'를 걸면서 대안으로 신재생·친환경에너지가 많이 거론되지만 현실은 이상만큼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나왔다.


충북 청주시 옥산면에 설치된 청주 하수 슬러지 감량 시설은 지난달 11일 가동이 중단됐다. 232억원을 

들여 만든 시설로 가동 3개월 만에 혐기성균이 모두 죽었다. 최종권 기자


11일 충북 청주시에 따르면 청주시와 환경부가 232억원의 예산을 들여 만든 신재생에너지 생산이 가능한 생활하수 찌꺼기 처리시설이 가동 3개월 만에 멈춘 사건이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충분히 뒷받침 안된 기술력, 예산을 따기 위해 무작정 해보자는 무모함 등이 빚은 예고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이 차질을 빚고 관련 시설물이 사실상 고철 덩어리가 되다시피 한 주요 원인은 무엇일까. 당초 핵심 공정을 담당하는 3460㎥ 크기 소화조 2곳에 있는 혐기성균이 모두 죽었기 때문인데, 애초 기대했던 바이오가스가 발생하지 않았다. 폐자원 에너지화 시설 확대 등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 추진과정에서 기술과 운영·관리상 검증이 허술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 가락리 청주하수처리장에 설치된 하수 슬러지(sludge·하수처리 또는 정수과정에서 생긴 침전물) 감량화 시설이 지난달 11일 가동을 전면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4월 13일 준공 이후 석 달 만이다.


이 시설은 친환경 공법으로 하수 슬러지를 최대 66.4%까지 감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유기물 등 찌꺼기 양을 대폭 줄여 소각 및 위탁처리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준공 전까지만 해도 연간 70억원에 달하는 청주시 하수 슬러지 처리비용을 40억원 이상 절감할 수 있는 묘책이었다.


충북 청주시 옥산면에 설치된 청주 하수 슬러지 감량 시설. 최종권 기자


이 사업은 2013년부터 하수 슬러지의 해양투기가 전면 금지됨에 따라 대안으로 마련됐다. 청주시는 2012년 환경부의 ‘신재생 에너지화 및 하수 슬러지 감량화’ 공모사업에 선정돼 이 시설을 만들었다. 국비 116억4000만원과 도비 27억9300만원, 시비 77억5000만원, 기금 10억9800만원 등 232억8100만원의 사업비가 투입됐다.

보일러 열로 하수 슬러지를 열가수분해하는 가용화설비, 혐기성균이 슬러지를 분해하는 소화조, 가스 저장조, 악취방지 시설 등을 갖췄다. 고온의 혐기성균이 하수 슬러지를 소화하면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로 보일러를 가동하며 시설 전체가 순환되는 공법이다.


하수 슬러지는 하수처리장과 음식물 쓰레기 처리장, 축분 등에서 발생한다. 기존에는 수분을 제거한 하수 슬러지를 자체 소각하거나 위탁 업체에 맡기는 방식으로 처리했다. 청주시에서 발생하는 일 평균 하수 슬러지 양은 260t 정도다. 하수 슬러지 감량화 시설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매일 180t 정도의 처리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시에 따르면 준공 후 최초 한달 동안은 혐기성균이 정상적으로 활동했지만 5월 들어 바이오가스 생산량이 급격히 감소했다. 40여일 후인 6월 8일부터는 혐기성균에서 나오는 메탄가스로 보일러를 정상가동할 수 없게 돼 경유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혐기성균이 모두 사멸했고 보일러 가동이 어렵자 청주시는 7월 11일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청주시는 혐기성균이 죽은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권영복 청주시 하수처리과 팀장은 “소화조에 균열이 가거나 운영상 문제점은 없었는데 돌연 혐기성균이 죽어 메탄가스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시설을 설계한 A업체는 청주시가 직영에 들어간 후 혐기성균의 생육에 필요한 조건을 맞추지 못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A업체 관계자는 “회사 직원 15명이 7개월간 시운전을 할 때 문제가 없었다”며 “전문가가 아닌 시청 직원 6명이 교대로 설비를 가동하다 보니 혐기성균이 맞는 온도, 슬러지 양, PH 농도 등을 제대로 맞추지 못해 설비가 고장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시운전 과정에서 보일러 고장이 몇 차례 있어서 공법을 제공한 우리 회사가 3년 정도 의무운전을 맡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인건비 절감을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소화조 액을 떠서 시료를 분석하고 메탄가스 생산량과 슬러지 농도도 수시로 체크해야 하는데 이런 과정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기대정 환경부 폐자원에너지과 사무관은 “환경부는 하수슬러지 감량 사업 목적으로 국비를 지원한 것으로 공법 적용이나 시설 구성·개선은 청주시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시는 공정상 문제점을 발견할 때까지 시설 가동을 중단할 계획이다. 혐기성균을 이식해 가동하는 방법이 있지만 이식 비용이 5억원에 달한다. 이 기간 발생하는 하수 슬러지를 소각하거나 폐기물 업체에 위탁처리 하는 비용은 하루 2000


이에 대해 이동훈 서울시립대 교수(환경공학부)는 “폐기물 에너지화 기술은 신재생에너지 분야 중 신뢰도와 비중이 가장 높은 분야이며 설비 운전 과정에서 고단위 기술이 필요하다”며 “미생물을 살리는 게 핵심 기술인데 전문가가 아닌 시청 직원들이 시설을 운영했다는 것은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재영 서울대 교수(건설환경공학부)는 “외국에서 검증된 신재생에너지 기술이라고 해도 지역 환경과 지리적 여건, 발전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철저한 사전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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