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발전 '거품 주의보'


"月수익 160만원·한전직원도 계약" 유혹

文정부 脫원전 정책기조에 중장년층 은퇴상품으로 각광

한국전력에 생산한 전력 파는 태양광 `매각대금` 5년새 반토막

정부 지원금도 들쑥날쑥한데 태양광발전시설만 우후죽순

"정부 정책 변화하면 투자자가 리스크 떠안아"


  "1억3000만원만 투자하면 매달 160만원의 순이익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 


양양 태양광발전소 분양 사업지 출처 해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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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태양광발전시설을 알선·분양한다는 A업체에 기자가 문의전화를 하니 팀장이라는 직원이 자신 있는 목소리로 내뱉은 첫마디다. 팀장은 "100㎾급 발전소 기준 토지를 포함해 대출금 1억원과 자기자본 1억3000만원을 투자하면 3000만원의 연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매달 이자와 원금상환액을 제외하고도 직접 손에 쥐는 돈이 160만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튿날 서울 강남의 사무실을 찾아가 상담을 받아보니 직원은 "한국전력 직원들도 계약하고 갔다"며 "원래 물량이 지난주 마감됐으나 오늘 한 곳이 새롭게 나왔으니 서두르시라"며 상담 시간 30분 내내 이런저런 이유를 들며 투자를 권유했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문재인정부의 탈원전·신재생에너지 전환 기조에 힘입어 은퇴를 앞둔 중장년층의 노후 대책으로 태양광발전이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소규모 태양광발전시설은 '돈 되는 투자처'로 입소문을 타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신규 상업용 소규모(100㎾ 미만) 태양광발전시설은 2012년 1450개에서 2015년 6340개로 급증했다. 업체들은 저마다 "적은 투자비로 별다른 관리 없이도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말로 투자자들을 모집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태양관발전시설 투자의 '거품론'도 제기된다. 불안정한 판매가격 구조로 인해 소규모 태양광발전 사업의 앞날은 '아무도 모른다'는 게 전문가들과 실제 투자자들의 설명이다. 


태양광발전 수익구조는 '매각 대금'과 '정책지원금' 두 가지로 구성돼 있다. 전자는 전력을 생산해 한국전력에 '전력판매가격(SMP)'을 받고 파는 것이고, 후자는 한국수력원자력 등 대형 발전사에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판매하는 것이다.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이들 대형 발전사에 전체 발전량 중 일정 비율을 신재생에너지로 납품할 의무를 부여했다. 그 의무를 민간 사업자(태양광발전시설)의 REC를 사들여 대체할 수 있도록 허용해 민간 사업자의 소득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직접 상담을 받아본 A태양광업체는 '2017년 상반기 평균가'인 SMP kwh당 84.08원, REC 1000㎾당 13만3669원을 적용한 투자분석 결과로 상담을 진행했다. 그러나 2012년 kwh당 160.83원까지 올랐던 SMP의 연평균 가격은 매년 하락세를 보이며 지난해 77.06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REC 가격도 불안정한 것은 마찬가지다. 2011년 하반기 1000㎾당 21만9977원을 기록했지만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며 2015년 하반기에는 7만3275원까지 떨어졌다. 올 8월 초 12만원대로 회복했으나 이 역시도 업체 투자상담의 기준에는 못 미친다. 


문제는 우후죽순 생겨나는 태양광발전시설들로 인해 전력 공급량이 늘면서 SMP가 더 오를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전력설비 예비율이 비교적 여유 있다는 점도 SMP의 가격 상승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REC 역시 오를 여지는 높지 않다. 정부가 대형 발전사들에 REC 의무 구매 할당량을 늘리면 가격도 덩달아 오를 수 있지만 반드시 태양광발전시설로부터 REC를 구매해야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전력거래소에 30년간 몸담았던 김광인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의무할당량이 늘어 REC 가격이 올라도 개인 태양광발전 사업자들의 수익 증대로 이어지진 않는다"며 "수입한 목재 펠릿이나 쓰레기를 소각해 발전해도 REC를 주기 때문에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시장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면 그 리스크는 그대로 투자자들에게 돌아간다"며 "태양광발전 분양 업체의 홍보를 100% 믿어서는 안 된다"고 부연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미 태양광발전에 투자한 투자자자들은 "퇴직금으로 주식 투자를 하는 심정"이라며 "걱정 없는 노후와는 거리가 멀다"고 호소한다. 2013년 태양광발전에 투자했다는 박 모씨(62)는 "태양광 업자들은 절대로 낙뢰나 우박 등 파손으로 인한 추가비용이나 시장 리스크에 대해선 자세히 말 안 하고 무조건 최고의 노후 대책인 양 선전한다"며 "막대한 초기 비용 때문에 팔지도 못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양광 투자에 나선 윤 모씨(57) 역시 "진입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 SMP 가격은 낮아지는데 REC는 제 가격엔 팔지도 못하고 있다"며 "갈수록 수익성이 악화되는 것 같다"고 답했다. 


세계에서 태양광발전 설비를 가장 많이 보유한 중국의 경우 향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노후 태양광 패널 처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재활용하기도 쉽지 않고 분리 과정에서 오염물질도 배출돼 발전비용이 크게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주민들의 반대도 넘어야 할 산이다. 발전소에서 반사되는 태양빛이나 발생하는 전자파가 농작물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소문이 돌면서부터다.




 이에 민원은 물론 행정소송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 태양광발전시설이 위치한 충북 단양 A마을의 허덕화 이장은 "태양광발전시설 한 곳을 허용하니 여러 업체에서 너도나도 마을에 발전시설을 짓겠다고 하고 있다"며 "업체에서 약속한 보상금도 너무 적어 동네 주민들이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있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태양광발전 지원금도 줄어들 수 있다고 예측한다. 김창섭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는 "과거 정부가 태양광발전 차액에 직접 보조금을 주던 시절에도 수요·공급 예측을 정확하게 하지 못했다"며 "수요·공급 예측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지불하는 지원금은 필시적으로 시장 왜곡을 발생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재영 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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