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 했다가 감방 가는데"

카테고리 없음|2017. 8. 4. 14:22


평창올림픽 운영 자금 부족사태

돈 많은 대한민국 뭔 걱정이 있을까?

대기업에는 말 못하고

기업들 기부, 자의든 타의든 중대사안

공공기관에 기부금 요청...대부분 곤란 입장 밝혀

대기업 공공기관 기부시 나중에 국정농단 연계될 수도


   평창동계올림픽을 약 7개월 앞두고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조직위)가 고민에 빠져있다. 조직위는 올림픽을 치르는 데 필요한 총 예산을 2조 8000억 원으로 잡았지만 현재까지 확보한 예산은 2조 5000억 원이다. 부족한 3000억 원을 채우기 위해 조직위는 공기업에 후원을 요청하고 있다. 

 

평창 올림픽 개막식 스타디움 (사진: 2018평창동계올림픽대회 조직위원회 제공)


대통령 이어 총리도 공공기관에 지원요청 "동계올림픽 도와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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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은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에게 “정부가 나서 공공기관 후원 2000억 원을 도와달라”고 말했다. 또 지난 5일 최문순 강원도지사도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 대회지원위원회’에 참석해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한국전력공사(한전)와 강원랜드를 언급하며 공기업들의 후원 참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2월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 대기업 오너와 임원 21명을 만났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은 “평창동계올림픽 지원에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한다”고 전했다. 이후 5대기업인 삼성·현대차·SK·LG·롯데는 공식파트너(500억 원 이상 후원)에 이름을 올렸다. 이밖에 포스코·KT·한화·한진·현대백화점 등 상당수 대기업이 후원에 참여했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진 후 분위기가 바뀌었다. 대기업들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기금을 출연한 게 문제가 됐고 최순실 씨 일가가 평창동계올림픽 이권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기업들은 후원하기를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2015년 2월 박 전 대통령을 만났지만 후원에 참여하지 않은 한 대기업 관계자는 “최순실 사태가 터진 이후 평창동계올림픽 후원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며 “특별한 요청이 없는 상태에서 자발적으로 후원할 계획은 현재 없다”고 전했다. 이미 후원을 한 대기업 관계자는 “추가 후원 요청을 받은 적이 없고 추가 후원할 계획도 없다”며 “이미 수백억 원을 후원하기로 결정했는데 더 후원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정부나 조직위 역시 대기업에 후원을 쉽게 요청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6월 30일 기준 평창동계올림픽 공식파트너는 9곳, 공식스폰서(300억 원 이상 후원)는 8곳, 공식공급사(100억 원 이상 후원)는 14곳이다. 이중 올해 신규 후원사로 들어온 기업은 공식스폰서 1곳(KEB하나은행)과 공식공급사 1곳(서울텐트)뿐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하나은행은 과거 외환은행하고 합병해 국제적인 이미지가 있고 이를 부각시키기 위해 (후원을) 예전부터 추진해온 것”이라며 “정부의 요청에 따른 게 아니다”라고 전했다. 


사기업의 후원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조직위 관계자는 “최근 몇몇 사기업과 후원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며 “계약을 완료해 곧 발표할 곳도 몇 군데 있다”고 전했다. 최근 후원을 결정한 업체로는 철물업체 극동메탈휀스, 출판업체 인플루엔셜, 소문사 등이 있다. 하지만 이들의 후원금은 모두 100억 원 이하로 부족한 금액 3000억 원을 채우기는 어렵다.




조직위가 공기업에 후원을 요청한 것은 사기업이 거액의 후원을 하기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조직위는 지난 5월 말 한전과 강원랜드에 공식적으로 후원을 요청했다. 조직위 관계자는 “한전, 강원랜드와 후원 규모 등에 대해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한전과 강원랜드 모두 최근 실적이 좋지 않아 거액을 후원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강원랜드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1624억 원, 당기순이익은 1298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 1779억 원, 당기순이익 1428억 원에 비해 소폭 줄었다. 최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논란으로 중국 관광객이 준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강원랜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입장객은 79만 5000명으로 지난해 1분기 81만 7000명에 비해 3%가량 줄었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강원랜드의 실적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함승희 강원랜드 사장의 임기가 오는 11월 만료될 예정이라 성장보다 보수적인 운영에 치중하고 있다”며 “자회사 청산 등 체질 개선에 집중하고 있어 2017년 성장 기대감이 제한적이다”라고 분석했다. 


조직위는 강원랜드에 500억 원의 후원금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분기 기준 강원랜드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862억 원이다. 또 지난해 기부금으로 총 228억 원을 지출했던 것을 감안하면 500억 원의 후원금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강원랜드는 지역 특성상 평창동계올림픽 효과를 톡톡히 볼 것으로 보인다. 성준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018년에는 평창동계올림픽 개최 및 워터파크(하이원 워터월드) 덕분에 방문객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조직위로부터 후원 요청을 받은 건 사실”이라며 “후원 여부에 대해서는 논의 중이며 아직 정해진 건 없다”고 전했다.


한전의 사정도 비슷하다. 한전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1조 4632억 원, 당기순이익은 9000억 원이다.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 3조 6053억 원, 당기순이익 2조 1628억 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대폭 감소했다. 게다가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미래가 그다지 밝지 않다.


다만 한전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3조 원이 넘고 지난해 기부금으로 1141억 원을 지출해 상대적으로 자금 여유가 있다. 하지만 강원랜드와 달리 성공적인 평창동계올림픽 개최와 한전의 실적은 큰 연관성이 없다. 조직위는 한전을 설득하기 위해 올림픽 기간 동안 평창지역 전기료를 감면해주는 현물 후원까지 제안했다. 조직위 관계자는 “아무래도 올림픽을 진행하면 전기 사용이 많을 수밖에 없으니 현물 후원까지 포함해서 한전과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전 관계자는 “아직 후원을 할지 안 할지조차 결정되지 않았다”며 “구체적인 후원 금액이나 방식 등은 후원이 결정되면 생각할 문제”라고 전했다. 


이렇듯 조직위가 공기업에 후원을 요청하는 것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공기업에 후원 요청은 할 수 있지만 강요를 하면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데 지금 상황은 강요에 가깝다”며 “차라리 현재 진행 중인 추경 논의를 통해 올림픽 예산을 충당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한전과 강원랜드는 후원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지만 조직위는 이들이 후원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직위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한전이나 강원랜드와는 원활하게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강요는 절대 없었다”며 “최근 기부금도 많이 모이고 있으며 복권 발행 등 여러 방법을 통해 부족한 예산을 메울 것”이라고 자신했다. 


평창 경기장 사후 활용 ‘수익성 의문부호’ 

 평창동계올림픽은 총 12개 경기장에서 열린다.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에 따르면 12개 경기장 중 10개 경기장은 사후 활용 방안이 결정됐다. 강릉아이스아레나(피겨)와 강릉컬링센터는 강릉시, 평창올림픽스타디움은 강원도, 관동하키센터는 관동대학교, 강릉아이스아레나(쇼트트랙)는 영동대학교, 보광스노경기장은 보광그룹, 알펜시아슬라이딩센터는 한국체육대학교(한체대), 강릉하키센터는 대명그룹이 각각 관리한다. 정선알파인경기장과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은 아직 관리주체나 활용방안이 결정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대부분 선수훈련시설이나 시민체육시설로 활용할 계획이어서 수익성에 의문이 따른다. 수익사업으로는 강릉시가 강릉아이스아레나를 테마형 엔터테인먼트 플라자로 활용하고 한체대가 알펜시아슬라이딩센터를 교육 및 체험시설로 활용하겠다는 것 정도다. 관리 주체들이 수익 없이 지속적으로 운영하기는 재정상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당분간은 정부가 경기장 사후 관리에 일정 부분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지난 5월 7일 강릉 산불현장을 방문해 “경기장 시설 사후 활용을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전한 바 있다. 지난 6월 20일에는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조직위를 방문, 사후 관리와 관련해 “공공성과 수익창출이라는 경제성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운영방안을 정부와 강원도, 체육단체 등이 협의를 통해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일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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