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대표주자 독일도 세계 최대 연구로 보유해"


국내 유일 연구로 가동 중단 3년째

의료·반도체 분야 피해 심각


  "탈원전 대표 주자로 여겨지는 독일은 세계 최대 연구용 원자로(이하 연구로)를 가진 나라입니다. 


'하나로'는 탈핵과는 별개로 가야 합니다.

2일 운전이 정지된 국내 유일의 연구로 '하나로'(HANARO)가 있는 대전 한국원자력연구원을 찾았다. 


하나로는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 건설된 열출력 30Mw급의 다목적 연구용 원자로로, 1995년 첫 임계에 도달해 21년 동안 가동해 왔다.


하지만 2014년 7월 전력계통 이상으로 일시 가동 중단에 들어간 뒤 내진 보강공사 부실 의혹 등을 이유로 3년째 운전을 하지 못하고 있다.


당시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시행된 안전성 평가 결과에서 하나로를 둘러싼 외부건물의 벽체 면적 일부가 내진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 보강에 들어갔지만, 공사가 끝난 이후에도 설계 변경 등 부실공사 의혹이 제기되면서 계속해서 보완하는 작업이 이뤄졌다.


지난 2월 공사가 마무리됐지만 내진 보강 구조물을 벽체 내외부에 고정하는 과정에서 누설이나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시민단체의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재가동이 다시 미뤄졌다. 




올해 말까지 대전 원자력시설 안전성 시민검증단의 성능 검증실험이 계획돼 있어, 연내에 재개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처럼 3년 넘게 하나로가 가동을 멈추면서 산업계뿐 아니라 의료·반도체 분야 전반에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하나로에서 만들어내는 방사성 동위원소 요오드(I)-131의 경우 희귀 소아암 치료에 쓰이는데, 가동이 중단되면서 연간 200여명을 치료할 수 있는 양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조선·건설현장에서 비파괴 검사에 쓰이는 이리듐(Ir)-192는 하나로에서 공급하는 원료가 국내 수요의 90%에 달한다. 


하나로를 통해 전 세계 시장의 20%를 점유했던 비파괴선원 제조기업의 매출이 가동이 중지된 3년 간 600억원 가량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세계 수요의 20%를 차지하는 '중성자 핵변환 도핑(NTD) 반도체' 생산도 중단됐다. 


NTD 반도체는 풍력발전, 태양열 발전, 전기차 등의 전력변환장치에 쓰이며, 하나로는 세계 3대 NTD 반도체 원료 생산처 중 하나로 꼽힌다.


정부의 신재생 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도 하나로가 NTD 반도체 소자 공급 등을 통해 기여하는 셈이다. 


원자력연구원은 신재생에너지 산업용 에너지저장장치(ESS)의 전력변환장치에 필요한 원료를 공급하기 위해 관련 분야 기업과 공동 연구를 추진해왔지만, 원자로 가동이 중단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세계 2위의 실리콘 웨이퍼 생산업체인 일본 '숨코'(SUMCO)의 경우 올해 자사의 NTD 반도체 생산계획에서 하나로를 배제하는 등 해외 고객의 이탈도 가속화하는 실정이다. 


이밖에 '기장로'(부산 기장군에 건설 중인 수출용 신형 연구용 원자로) 용으로 국내 최초로 개발한 우라늄-몰리브덴(U-Mo) 판형 핵연료 조사시험이 이뤄지지 못하는 등 연구 분야 타격도 크다. 


임인철 원자력연 방사선과학연구소장은 "신재생에너지의 대표 주자로 여겨지는 독일조차 세계 최대 연구용 원자로 'FRM-Ⅱ'에 대한 연구를 강화하고 있다"며 "탈원전이 탈원자력이 돼선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아무리 안전 조치를 강화해도 재가동에 대한 시민단체의 동의를 얻기가 어렵다고 토로한다. 


임인철 소장은 "설계값 만족을 위해 철제 H-빔으로 벽체를 보강했고, 시민단체에서 기술이 검증되지 않았다고 문제를 제기해 실험체를 만들어 시뮬레이션 검증도 했다"면서 "규제기관의 인허가도 받았지만, 원자력 자체에 대한 불신 때문에 더 보강해도 믿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구조조정 대상 대기업 줄었다


지난해 9월 12일 경주 5.8 규모 지진 등을 계기로 국내 원전 안전성에 대한 시민들의 경각심이 커졌기 때문이지만, 연구원에서 수년 동안 방사성폐기물을 무단 폐기한 것이 뒤늦게 알려지는 등 스스로 신뢰를 저버린 탓이 크다.


앞으로 방사성폐기물 처리실태를 적극 공개하고, 사용후 핵연료 재활용 연구 계획을 밝히는 등 활발히 소통함으로써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오수열 원자력연 하나로이용연구단장은 "하나로는 원자력발전소처럼 고온·고압에서 작동하는 것이 아닌 대기압과 30∼40도의 상온에서 쓰이는 데다 주변 콘크리트 두께도 2m로 두꺼워 방사능이 누출될 우려가 없다"며 "시민검증단의 조사 결과를 고려해야 겠지만, 다음 달 안에는 재가동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대전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j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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