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탈원전 모험을 하지 않는 이유


후쿠시마 원전 사고 터지자 

中도 처음엔 신규 원전 중단

그러나 신재생에너지 한계에 

'원전 건설과 병행'으로 수정


최유식 국제부장


   베이징에서 북동쪽으로 300㎞ 떨어진 츠펑(赤峰)은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의 동남쪽 출입구에 해당하는 도시이다. 산허리를 타고 난 도로를 따라 안으로 들어서면 푸른 초원을 숲처럼 뒤덮은 풍력발전기들을 볼 수 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중국은 네이멍구와 신장(新疆), 지린성과 헤이룽장성 등 북부 지역에 풍력발전소를 대거 건설했다. 네이멍구는 그중에서도 여건이 가장 좋은 곳으로, 중국 내 최대 풍력발전 용량을 자랑한다. 사막이 많은 간쑤성 등지에는 태양광발전소가 집중적으로 들어섰다.


후쿠시마 사고는 대규모 원전 건설을 계획하고 있던 중국에 큰 충격이었다. 원자바오 당시 총리는 사고가 난 지 1주일도 안 돼 원전 건설 공사와 신규 원전 검토를 전면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대신 태양광과 풍력발전소 건설을 본격화하는 '신재생 드라이브'에 들어갔다. 지금까지 여기에 쓴 돈이 1000억달러를 넘는다고 한다. 그러나 신재생 발전이 확대될수록 중국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여기서 나오는 전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게 해줄 전력망(grid)과 고압 송전망 같은 기반 시설이 부족해 낭비되는 전력이 적잖은 탓이다.


계절과 기후의 영향을 많이 받는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은 원전이나 화력발전처럼 일정한 출력을 내는 전력원(源)과 짝을 이뤄야 활용도가 높아진다. 화창한 낮에는 태양광을 활용하다 날씨가 흐리거나 밤이 되면 원전이나 화력발전에서 나오는 전기를 쓰는 식이다. 이를 위해서는 태양광·풍력발전소가 다양한 전력원으로 구성된 전력망과 연결돼 있어야 한다. 중국은 이런 전력망이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다.


중국의 태양광 기업 썬글로우가 6월 9일 공개한 수상 태양광 발전소. 5월부터 인근 도시에 전력을 공급할 

예정이다. /Sungrow


신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지역과 전력 수요가 많은 지역이 멀리 떨어져 있다는 점도 문제이다. 네이멍구와 신장 등 태양광·풍력 자원이 풍부한 북부 지역은 전력 수요가 미미해 발전을 해도 전기를 쓸 곳이 없다. 이 전력을 수요가 많은 중남부로 보내야 하는데, 손실을 줄이면서 원거리로 전기를 보낼 고압 송전망이 절대 부족하다. 이렇다 보니 발전을 아예 못하거나 발전을 하고도 버리는 전력이 급증하고 있다. 네이멍구는 이렇게 낭비되는 풍력발전 전력이 전체 발전 가능 전력량의 21%(올 1분기 기준)에 이른다. 지린성은 그 비율이 44%나 된다. 풍력발전 시설의 절반 가까이를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태양광·풍력발전 회사에 주는 막대한 보조금도 부담이다. 중국 정부는 발전 원가가 비싼 태양광·풍력발전소가 상업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보조금을 지급하는데, 발전소가 너무 빨리 늘어 재원 마련에 허덕이고 있다. 결국 오는 2020년까지 늘리기로 한 태양광과 풍력발전 시설 용량 목표를 대폭 줄였다.


중국이 2015년 신규 원전 검토를 재개하고 다시 원전 건설을 본격화한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잠재력은 뛰어나지만, 신재생에너지는 아직 13억명의 인구 대국에 세계 최대 제조업 국가인 중국의 전력 수요를 감당할 만한 주력 전력원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중국 에너지 전문가들은 "독일식 탈원전은 중국 현실에 맞지 않는 환상과 허구"라고 잘라 말한다.


그렇다고 중국이 신재생에너지를 도외시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원전과 신재생에너지를 두 축으로 해서 60%가 넘는 석탄에 대한 의존도를 대폭 줄인다는 전략은 여전하다. 다만, 아직 기술이 성숙하지 않았고 발전 비용도 비싼 신재생에너지에 모든 것을 거는 모험은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새 정부 들어 시작된 탈원전 논란은 우리가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중 어느 한쪽을 당장 선택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우리나라 같은 제조업 국가의 입장에서 보면 이 둘은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청정에너지원이자 산업 분야이다. 아직은 아니지만, 신재생에너지가 몇 가지 기술적 난관을 돌파하면서 주력 전력원으로 부상할 날도 올 것이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가 미리부터 둘 중 하나를 택일하는 모험을 자초할 이유가 없다.

조선일보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7/31/201707310269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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