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本 "원자력 포기하니 기업들 타격"


脫원전 3년만에 유턴


원전 끄자… 전기 많이 쓰는 IT·화학기업 "일본 탈출"

원전 멈춘 후 3년간 평균 전기료… 가정용 25% 산업용 38% 급등


대지진 후 '원전 제로' 해봤더니

미쓰비시·도레이 공장 한국으로… MS·아마존도 한국에 데이터센터

온실가스는 年 1000만t 늘어나


경제 살리려면 원전을 다시 켜라

2030년까지 50기 중 44기 재가동

한국 脫원전 추진에 뒤에서 미소 "일본 산업 경쟁력에 도움 될 것"


   지난 12일 일본 10대 전기회사 중 하나인 간사이전력이 다음 달부터 가정용 전기요금은 3.15%, 기업용은 4.9% 내리기로 확정했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계속 요금을 올리던 일본 주요 전기회사가 요금을 깎아주겠다고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4월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근로자들이 안전모를 벗은 채 원전 인근을 걷고 있다.

대지진 6년, 마스크가 사라진 후쿠시마 원전 - 지난 4월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근로자들이 안전모를 벗은 채 원전 인근을 걷고 있다. 2011년 3월 원전 사고 초기엔 우주복처럼 생긴 하얀 방호복을 입고 작업을 했지만 방사능 수치가 떨어지면서 대부분의 원전 시설을 안전 장비 없이 다닐 수 있게 됐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은 "간사이전력이 그동안 멈춰 서 있던 다카하마(高浜) 원자력발전소 3·4호기를 지난달부터 다시 가동하기 시작한 데 따른 조치"라고 전했다. 간사이전력은 "다카하마 원전 3·4호기가 다시 가동하면서 화력발전소 돌리는 데 들어가는 화석연료값을 410억엔 아낄 수 있게 됐으니 그만큼 소비자들에게 돌려 드리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에 "지난 6년간 일본이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 담겨 있다"고 했다. '아시아 최고의 원전 선진국'을 자부하던 일본은 2011년 사상 최악의 대지진과 원전 사고를 동시에 경험한 뒤 '원전 제로(0)'를 선언했으나 현실의 벽에 부딪혀 3년 만에 포기하고 원전 재가동을 시작했다. 가와무라 다카시(川村隆) 일본 도쿄전력 회장은 14일 일본 언론에 "산유국인 아랍에미리트(UAE)도 원전을 건설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원자력을 버리면 일본 경제는 쇠퇴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일본은 동일본 대지진 직전까지 전체 전력 생산량 29%를 원전에서 만들어냈다. 2030년까지 이 비율을 53%로 끌어올릴 계획이었다. 일본은 1960년대부터 원전을 중심에 놓고 에너지 정책을 세웠다. 값싼 청정에너지를 생산하면서 에너지 자급률도 높이고 기술도 축적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지난달부터 다시 가동하기 시작한 다카하마(高浜) 원자력발전소 3·4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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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본 대지진 직전에는 일본 전역에서 원자로 50기가 가동됐다. 하지만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도쿄전력 산하 후쿠시마 제1 원전에서 원자로 속 핵연료봉이 녹아내리는 사고가 발생하자 "일본처럼 지진이 자주 나는 나라에서 원전은 금물"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사고 넉 달 뒤 간 나오토(菅直人) 당시 일본 총리는 "2030년까지 '원전 제로'를 실현하겠다"면서 '탈(脫)원전'을 선언했다. 에너지 정책을 180도 뒤집는 결정이었다.


공포 속에 '탈원전' 

일본은 이후 1년 반 동안 안전 점검을 위해 전국 원자로 50기를 차례로 운행 정지시켰다. 노후한 6기는 폐로하기로 했다. 2013년 9월 간사이전력 오이 원전 3·4호기가 멈춰 선 것을 끝으로 일본은 1년 11개월 동안 전국에 가동 중인 원전을 모두 중지시켰다.


문제는 제조업 대국에서 과연 '탈원전이 가능하냐'였다. 전기회사들이 수력·화력·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최대한 늘렸지만 원전의 빈자리를 메우기는 역부족이었다. 일본 전력 생산량은 2010년 1조64억kwh에서 2011년 9550억kwh, 2012년 9408억kwh, 2013년 9101억kwh로 줄었다.


일본의 전력 1kWh당 가격


전기요금 최고 38% 급등

특히 2014년에는 1966년 이후 처음으로 '원전 제로의 여름'을 맞았다. 주요 전기회사들이 "전력 예비량이 4~5% 정도"라고 했다. 대규모 정전 등 비상사태에 대한 공포가 사회 전체를 짓눌렀다. 화력발전 비중을 늘리느라 들어가는 추가 연료비가 3조7000억엔에 달한다는 발표도 나왔다.


견디다 못한 일본 전기회사들이 두 차례에 걸쳐 전기요금을 인상했다. 그 결과 동일본 대지진 후 3년간 가정용 전기요금은 평균 25%, 산업용은 38% 올랐다(일본 자원에너지청).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 등허리에 얹혔다. 가정만 힘든 게 아니었다. 자동차 부품, 정밀 기계 부품 등을 생산하는 일본정공(日本精工)의 경우 절전 대책으로 전기 사용량을 10% 줄였는데도 전기료를 30%쯤 더 내야 했다.


온실가스 1000만t 증가

결국 해외로 생산 기지를 옮기는 일본 기업마저 나왔다. 도레이첨단소재·미쓰비시화학 같은 전기를 많이 쓰는 화학 기업들이 한국에 공장을 지었다. 다국적 기업들이 일본을 선택하려다가 전기요금 때문에 한국으로 방향을 돌리는 경우도 생겼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부산에, 아마존이 서울에 데이터센터를 지었다. 일본 IT 기업 소프트뱅크도 일본 대신 한국 경남에 데이터센터를 지었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연간 배출량도 1000만t 늘어났다(2010년 11억3900만t→2015년 11억4900만t). 전 국민이 절전 운동을 벌여 전력 사용량을 8%나 줄였는데도 돈은 돈대로 들고 온실가스 배출은 줄지 않는 구조였다. 일본은 불행 중 다행으로 석유·LNG 등의 국제 가격이 하락하는 국면에 '원전 제로'를 맞았지만, 언제라도 석유·LNG 국제 가격이 폭등하면 국가 경제 전체가 휘청거릴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한국은 탈원전, 일본은 유턴

결국 일본은 아베 정권 들어 2014년 사실상 '탈원전'을 포기하고 원전으로 회귀했다.


현재 일본은 동일본 대지진 이후 안전 검사를 마친 원전이 총 17기가 있다. 그중 5기가 운전 중이며 연말까지 2기를 추가로 가동할 계획이다. 2030년까지 44기를 재가동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탈원전을 선언하자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은 "한국의 탈원전 정책이 일본 산업 경쟁력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연내에 '국가 에너지 기본 계획'에 '원전 신·증설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명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최근 전했다. 우리 정부가 전문가 협의와 국민 여론 수렴도 거치지 않고 탈원전을 검토하기 시작할 때 일본은 필요하면 새로 원전을 짓겠다는 '탈(脫)탈원전'으로 유턴 중인 것이다.

조선일보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7/18/201707180018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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