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신잡, 또는 알돈신잡 [김창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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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잡, 또는 알돈신잡

2017.07.18

종편 tvN에서 방영하는 프로그램(나영석 PD)이 눈길을 끌고 귓불을 당기는군요. 이름하여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말 빨 센’ 출연자 면면이 고개를 끄덕이게 하거나 갸웃하게 합니다. 작가 유시민, 음악 프로듀서 유희열,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소설가 김영하, 그리고 뇌 과학자 정재승에 이르기까지. 그렇고 그런, 아니 참으로 대단한 사람들이네요. 더 파이브(The Five Hearts)!

프로그램의 성격은 인문학 여행기라고나 할까, 일종의 예능 교양프로예요. 특별한 주제 없이 위에서 소개한 명사들이 전국의 이름난 곳(통영-순천-벌교-강릉-경주…)을 돌며 ‘이런저런’, 그 지역과 특별한 연관이 있거나 없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이야기를 주고받는 설정입니다. 그런데 무심코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어, 그래?’ 혹은 ‘왜 난 몰랐지?’ 하는 생각이  드니 별일인 것이지요.

이를테면, 벌교에 가서는 조정래의 <태배산맥>을 거론하며 “빨치산의 어원이 ‘파르티잔(Partisan)”임을 밝히고(아직도 ‘빨치산’이 무슨 ‘산’ 이름인 줄 아는 사람도 있다네요), 강릉의 에디슨 박물관에서는 에디슨의 어록인 “천재는 99%가 노력, 1%가 영감”을 언급하며 그 말의 본디 뜻이 노력보다 영감을 강조한 내용이라든지(노력도 안 하는 우리는 뭐가 되냐고요?), 경주에 새 공원이 있는 연유는 “박혁거세가 알(卵)에서 나온” 때문이라네요(‘증말’? 믿거나 말거나). 

‘알쓸신잡’을 두고 “재미를 내세우는 예능과 깊이를 추구하는 인문학의 상호작용으로 호기심을 자아내는 측면이 있다”(김교석 문화 평론가)고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술 마시는 아재들의 술자리 대화에 지나지 않는다”(배국남 문화 평론가)며 불편한 시각을 내비치기도 합니다. 일반 시청자들은 대체적으로 솔깃해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젊은 층이 그러합니다. 요즘은 ‘가벼운 인문학’이 추세거든요. 딱딱한 주입식 강의보단 스타강사를 활용한 가벼운 강연이 이제 예능 프로그램의 영역까지 확장된 형국입니다.

지난달 첫 방송에선 술을 마셔 달아오른 한 출연자의 얼굴을 여과 없이 방영해 민망하다는 비판이 있었어요. 지적사항은 겸허하게 받아들여 바루어야겠지만, 남자들의 보통 술자리에선 사실 ‘알쓸신잡’ 수준의 대화는 오고가지 않습니다. 그보다 훨씬 직설적이고 즉물적인 잡담을 나누죠. 가끔 낯 뜨거운 이야기도 섞어가면서. 이것저것 잡다하게 아는 것이 많은 필자 역시 기회가 닿는다면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싶습니다. 정중한 섭외가 온다면 말예요. 꿈 깨라고요? 그러니까, 그것이 참. 하긴 브랜드가 없으니까(No Brand. 최근 선 보인 할인마트와 무관)!

서론이 길어졌군요. 앞으로 몇 회에 걸쳐 나만의 ‘알쓸신잡’ 아니 ‘알돈신잡(알아두면 돈 안 되는 신선한 잡학사전’을 연재합니다. 우선,

#1. 클레멘타인이 사는 곳

어릴 적 부르던 동요에 나오는 클레멘타인은 바닷가에 살지 않습니다. 그럼 어디에 사나요? 탄광촌에 살죠. 그 같은 내용을 알게 된 것은 오래전 고등학교 음악시간 때였습니다. <Oh, My Darling Clementine> 노래를 목청껏 따라 부르다보니 첫머리 가사가 ‘In a cabin, in a canyon, Excavating for a mine~, Dwelt a miner forty-niner, And his daughter, Clementine~’으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요. 아버지가 '마이너(miner)'라면, 그러니까 클레멘타인은 광부의 딸인 셈이지요. 그동안 노래가사(박태원 번안)를 무심코 흥얼거리며 그런가 보다 여겨 금발머리 어린 소녀 클레멘타인이 어부의 딸로 바닷가에 사는 것으로만 믿어온 것입니다. 초등학교 2, 3학년 때인가 여름방학을 맞아 또래 친구들과 원정대를 조직해 클레멘타인을 찾으러 나선 적도 있었어요. 물론 실패했지만서도. 아니, 그러니까 클레멘타인이 바닷가에 살지 않고 탄광촌에 산다고? 

#2. 톰 소여와 허클베리 핀

톰 소여와 허클베리 핀은 미국의 국민 소설가 마크 트웨인의 소설 <톰 소여의 모험>과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 나오는 인물들입니다. 둘 다 미시시피 연안을 무대로 ‘껌 좀 씹고 침 좀 뱉는’ 말썽꾸러기들이며 서로를 제1주인공으로 내세운 소설에 우정 출연하기도 하죠. 같은 악동이라도 우리나라에는 어엿한 집이 있는 정착자 톰 소여가 ‘학원명작문고’를 통해 먼저 알려져 훨씬 친근합니다. 하지만 정작 미국에서는 주거가 없이 떠도는 방랑자 허클베리가 대표적인 악동으로 더 큰 사랑을 받습니다. ‘소싯적 친구’를 뜻하는 '허클베리 프렌드(Huckleberry Friend, 영화음악 <문리버>에 나옴)'라는 말도 있잖아요. 두 소설의 내용도 <톰 소여의 모험>이 흥미진진한 ‘모험’ 자체에 치우쳐 있는데 반해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인간 존중의 성숙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두 소년 모두 우리들 마음속에서 나이를 먹지 않고 사는 친구들이긴 하지만.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자유칼럼그룹은 특정한 주의나 입장을 표방하지 않습니다.

필자소개

김창식

경복고, 한국외국어대학 독어과 졸업.수필가, 문화평론가. 
<한국산문> <시에> <시에티카> <문학청춘> 심사위원. 
흑구문학상, 조경희 수필문학상, 한국수필작가회 문학상 수상. 
수필집 <안경점의 그레트헨> <문영음文映音을 사랑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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