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전문가…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

카테고리 없음|2017. 7. 18. 09:57


TV쇼엔 유사전문가 넘쳐나지만 

진짜 무서운 건

민주주의 빙자한 다수결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 중 하나가 전문가의 실종이다. 전문가란 무엇일까. 소생의 기준으로는 둘이다. 하나는 갑자기 강연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 대상이 초등학생이든 대학생이든 그 눈높이에 맞춰 바로 한 시간짜리 강연이 가능해야 한다. 둘째, 어떤 질문이든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질문한 사람을 논리적으로 설득하고 지켜보는 사람들을 지적으로 만족시켜야 한다. 이래야 전문가다.



TV 토크쇼를 보면 패널들이 계속 바뀌는 토픽에 대해 너무나 자연스럽게 퐁당퐁당 말을 던진다. 법률적인 문제에서부터 식품 첨가물 문제, 교육 문제, 심지어는 연예인들의 사생활까지. 그러다 보니 말의 끝은 항상 똑같다. "앞으로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쳇, 그런 식이라면 누가 패널을 못하나. 모르는 영역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어야 한다. 그게 예의다. 그런 하나마나 한 이야기를 듣자고 시청자들이 TV 앞에 앉아 있는 게 아니다.


비전문가의 전문가 행세보다 더 무서운 게 민주주의를 빙자한 다수결 논리다. 최근 탈(脫)원전 논쟁에는 '에너지 민주주의'라는 말이 등장한다. 주로 탈핵 지지자들의 성명서에 나오는데, 요지가 이렇다. "구체적 상황에서 발휘되는 주민의 지식보다 전문가의 지식이 언제나 낫다는 증거는 없다." 이건 무식한 게 아니라 무서운 거다. 정부도 뒤질세라 시민 배심원단을 통해 원전 정책을 결정하기로 했단다. 전문가는 '일부러' 배제하고 시민 배심원단이 3개월간 공부하고 결정을 내린단다. 그러나 공부를 한다는 건 스스로 전문가의 필요성을 느낀다고 고백한 거나 다름없다. 그럴 거면 뭐 하러 비전문가를 캐스팅하나. 자기모순이자 자가당착이다. 그리고 3개월이라는 공부 기간도 그렇다. 선무당이 괜히 사람을 잡는 게 아니다. 무식한 것보다 더 위험한 게 어설프게 아는 거다. 참고로 독일이 탈원전 공론화에 들인 시간은 25년이다. 3개월 대 25년, 100분지 1의 시간이다. 그렇게 급한가.


이제 진짜 무서운 이야기를 할 차례다. 정치인들은 툭하면 이렇게 말한다. "국민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대체 대통령은 왜 뽑고 장관은 왜 앉혀두나. 때마다 국민이 동시에 투표할 수 있도록 스마트폰에 앱만 깔아주면 될 텐데. 역사 한 토막 소개한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스파르타와 아테네가 막바지 전투를 벌일 때다. 스파르타 해군을 격파하고 돌아온 아테네 장군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환영이 아니라 비난이 쏟아지는 법정이었다. 스파르타 해군이 도주할 때 아테네의 장군들은 스파르타군을 추격할지 아니면 아테네 해군의 생존자와 사망자를 먼저 수습할지 의견이 갈린 끝에 아무것도 못하고 귀환하고 만다.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한 병사들의 유가족은 통곡하며 외쳤다. "장군들은 조국을 섬긴 사람들을 구하지 않았다." 몇몇 시민이 아테네가 처한 위기 상황을 내세우며 말렸지만 결국 유죄판결이 내려졌고 장군들은 처형됐다. 얼마 후 스파르타의 재침공이 시작된다. 전쟁을 지휘할 장군들이 없는 아테네 해군은 이미 최고의 해군이 아니었다. 전투에서 패한 아테네군은 산 채로 수장됐다. 그리고 아테네는 몰락했다. 아테네 '국민의 뜻'에 따른 결과였다. 책임감 있는 리더가 없고 전문가가 대접받지 못하는 나라가 가는 길이다.

조선일보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7/14/2017071401675.html

케이콘텐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