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무서운 게 없겠어요?

 

세상에 무서운 게 없겠어요?


내가 오지 여행(奧地旅行)을 하고,

지금은 재난현장(災難現場)에서 일해서 인지,

가끔 사람들은 이렇게 묻는다


"세상에 무서운 게 없겠어요?"

왜 나라고 무서운 것이 없을까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하는 것은

다름 아닌 헛된 이름, 허명(虛名)이 나는 일이다


평가절하(平價切下)도 싫지만,

지금의 나 이상(以上)으로 여겨지는 것이 제일 무섭다


나의 실체(實體)와 남에 의해 만들어진

허상(虛像)의 차이(差異)를 매우기 위해

부질없는 노력(努力)과 시간을 들여야 하는 것이 제일 두렵다


실제(實際)로는 "오이"인데,

사람들이 "수박"이라고 생각한다고 가정(假定) 해 보자


그러면 길쭉한 오이는 남 앞에 설 때마다

크고 동그랗게 보이려고 무진장 애를 쓸 것이고,

있지도 않은 줄 무늬까지 그려 넣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빈틈없이 변장(變裝)을 했으면서도

자기가 "오이"라는 것이 드러날까 봐 늘 마음 졸이며 살아야 한다


기껏해야 백 년(百年)의 인생인데,

그렇게 남이 정해 놓은 허상(虛像)에 자기(自己)를 맞추느라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浪費) 하면서 말이다


나는 아무리

"수박"노릇이 근사하고 대접(待接)을 받는다 하더라도,

가짜 수박보다는 진짜 오이가 훨씬 재미있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얼치기, 함량 미달(含量未達), 헛 이름이 난 수박보다

진국, 오리지널 이름값하는 오이가 훨씬 자유롭고 떳떳할 테니까


그래야 제맛을 내면서

자기 능력(自己能力)의 최대치(最大値)를

​발휘(發揮) 할 수 있을 테고 조금씩 커 가는 과정(過程)을

스스로 만끽(滿喫)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오늘도 나에게 묻는다


가짜배기"수박"이고 싶은가,

진짜배기 "오이"이고 싶은가?.


 한비야  월드비전 긴급구호팀장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중에서

출처 레일뉴스


한비야 출처 온라인매체

케이콘텐츠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