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여는 세 번째 열쇠 [방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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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여는 세 번째 열쇠

2017.07.14

온라인에서 ‘2030’세대들 사이에 부모의 소득과 가정환경 등 출신 배경에 따라 자신들을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 ‘흙수저’ 등의 계급 순으로 나열하는 ‘수저 계급론’이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어머니 뱃속에서 9개월여 동안 평화롭고 안락하게 지내다가 고고의 함성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며 세상 밖으로 나옵니다. 이때 쥐고 나오는 것이 ‘가문’이라는 열쇠입니다. 그리고 성장을 하며 ‘학벌’이라는 열쇠를 가다듬고, ‘태도’라는 열쇠로 일상을 열어가며 삶을 살아갑니다. 이렇게 삶의 여정을 열어가는 세 가지 열쇠들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일까요. 

태어날 때 간직하고 나오는 ‘가문’이란 열쇠는 부모로부터 선천적으로 물려받는 것이기 때문에 자신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는 열쇠입니다. 우리가 세상에 태어나려면 어머니와 아버지가 만나야 하고,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이 이루어진 다음 어머니 자궁에 안착해야 합니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만나려면 친조부모와 외조부모가 만나야 하고 더 위로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탄생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과정은 더 신비롭습니다. 난자에 정자가 수정되려면 3억 개가 넘는 정자가 사정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중 하나만 난자에 들어가 수정이 되는데, 나를 태어나게 한 정자가 아니라 옆에 있던 정자가 난자에 들어가 수정이 되었다면 지금의 ‘나’는 세상에 없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탄생’은 ‘축복’이라 부르는데, 이렇게 축복받고 태어난 우리가 가문이란 열쇠에 너무 의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학창시절을 거치며 가지게 되는 ‘학벌’이라는 두 번째 열쇠는 자신에게 선택의 기회가 주어지기도 하지만 자기 뜻대로 선택하는 데는 많은 한계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학벌의 중심이 되는 학력에 영향을 미치는 ‘적성’이나 ‘지능’에는 부모로 물려받은 유전자(DNA)가 관여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사춘기를 거쳐 성인이 되는 과정에서 주어지는 학벌에 대한 선택의 기회도 많은 것들이 부모나 학교 또는 주변 환경의 영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삶의 여정에서 자신에게 선택권이 주어진 ‘태도’라는 세 번째 열쇠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우리 삶은 10퍼센트 정도가 주변 환경에 따라 결정되고, 90퍼센트는 자신의 태도에 의해 결정된다고 합니다. 선천적 유전자가 아니라 후성(後成) 유전자가 주도하는 태도라는 열쇠는 자신의 관리가 가능하며,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삶의 가치 결정에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됩니다.  

좋은 가문에서 태어나 명문대학을 나와 세 개의 열쇠 중 두 개를 가진 사람은 무조건 성공할 수 있는 것일까요. ‘개천 용’이 사라졌다는 자조적인 얘기가 널리 퍼지고 있지만, 그에 대한 답은 확실하게 ‘아니요!’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좋은 가문과 명문대학이라는 두 개의 열쇠를 가진 사람에게 성공에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이 주어질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자신의 삶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는 '태도'라는 제3의 열쇠는 똑같이 주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삶의 태도에 따라 누구에게나 세상살이가 공평해질 수 있는 것입니다.  

성공과 관련한 태도에 대한 재미난 얘기가 있습니다. 알파벳을 A=1, B=2 ..... Y=25, Z=26으로 순서대로 점수화해서 성공으로 이끄는 100점짜리 단어를 찾아보는 것입니다. 열심히 일한다는 ‘Work Hard'는 98점이나 되지만, 재산을 상징하는 ’돈(Money)‘은 72점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태어나며 간직하고 나오는 열쇠인 ’가문(Family)의 접수를 계산해보니 57점(6+1+13+9+12+25)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성공으로 이끄는 100점짜리 단어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세 번째 열쇠인 ‘태도’를 의미하는 'Attitude(1+20+20+9+20+21+4+5)'입니다.    

삶의 여정은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로 이어지는 2박 3일에 비유되기도 합니다. 2박 3일의 삶에서 태도라는 열쇠를 가늠하는 가장 소중한 날은 바로 ‘오늘’입니다. 열심히 하다보면 무언가 되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태도 유전자’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지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새로운 습관이 새로운 운명을 열어준다.”고 했습니다. 새로운 습관으로 여는 새로운 운명에 대해 생각하다보니 잘 적는 사람이 성공할 수 있다는 ‘적자생존’이란 말이 떠오릅니다. 지나간 어제, 지금의 오늘 그리고 다가올 내일이라는 시간에 곁들여 자신의 습관과 행동에 대해 적어보며, 삶의 가치 결정에 매우 중요하게 영향을 미치는 ‘태도’라는 세 번째 열쇠를 가다듬어 보세요.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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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방재욱

양정고. 서울대 생물교육과 졸. 한국생물과학협회, 한국유전학회, 한국약용작물학회 회장 역임. 현재 충남대학교 명예교수, 한국과총 대전지역연합회 부회장. 대표 저서 : 수필집 ‘나와 그 사람 이야기’, ‘생명너머 삶의 이야기’, ‘생명의 이해’ 등. bangjw@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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