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악하는 건축학부 교수


대진대학교 휴먼건축학부교수 겸 성악가, 

윤희철 (건국대 건축공학과 80)



국내외적으로 ‘융합’이 화두다. 그 뜻을 놓고 여러 가지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지만 핵심은 둘 혹은 그 이상의 영역간 구분이 없어야 한다는점이다. 서로 구별이 없게 하나로 합쳐졌을 때 비로소 융합적 사고력이 가능해진다. 윤희철 동문은 30여년이 넘도록 시각예술과 청각예술의 융합을 실행해온 인물이다. 건축공학과 음악, 미술이 하나로 합쳐진 ‘윤희철의 융합’은 ‘노력의 통합’이다.


영역을 구분 짓지 않는 것, 그렇게 학문은 완성된다


대진대학교 건축과 교수, 공학박사, 건축사, 성악가, 칼럼니스트…… 건네 받은 명함에서 윤희철 동문의 다양한 직업이 먼저 눈길을 끈다. 시작은 건축공학도였으나 어린 시절부터 이어져온 미술과 음악에 대한 관심이 결과적으로 그의 학문적 저변을 넓히는 구실이 되었다. 1980년대 초반 ‘디자인’을 내세운 건축공학의 새로운 흐름 또한 윤 동문에게 영향을 주었다. 건국대학교 건축공학과 재학 시절 학기 중에 음대 수업을 청강한다거나 방학 때면 화실에서 그림을 그리는 등 그의 행보는 일반 공학도와 달랐다. 학창시절 롤모델이었던 이호진 교수와 故김수근 건축가로부터 여러 문화활동을 아우르는 건축가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윤 동문은 말한다. 그가 건축공학 박사과정 중에 음악학 석사를 동시에 수학한 것도 음악이 건축을 위한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였다.


“학부 때 음대 수업을 청강하면서 건축과 음악이 연관되어 있다는 말을 듣고 상당히 고무가 됐어요. 일반적으로 음악도 음정이라고 하는 음과 음 사이 관계에 비례가 존재합니다. 그 비례에서 나오는 수학적 법칙이 건축에서 말하는 수학적 법칙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죠. 건축물의 비례를 따졌을 때 음악 화성의 비례와 일치한다는 것이 이와 상통하는 점입니다.”


윤 동문은 다채로운 음악의 형식에 매력을 느꼈다. 소나타, 론도, 푸가 형식 등 음악적인 언어를 통해 건축을 바라보는 관점을 키웠고, 수학적 또는 구조적인 접근방법을 통해 청각예술과 시각예술의 관계를 증명하고자 했다. 그 결과 윤 동문은 예술의 여러 영역을 몸소 실행하기에 이르렀다. 후학을 양성하는 건축학 교수로, 독창회와 오페라 무대에 서는 성악가로, 주기적으로 그림 전시회를 여는 작가로 말이다.


건축스케치에 담아낸 역사, 추억, 희망 감성을 일깨우다


‘그림 그리는 건축가’는 윤 동문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 중 하나다. 그가 말하는 건축과 미술의 만남은 ‘건축스케치’로 표현된다. 유명 건축물을 화폭에 담아 건축과 역사에 관한 지식을 전할뿐더러 건축물에 서린 옛 추억을 유쾌하게 털어놓는 것이 그의 주특기다. 몇 해 전 유럽의 아름다운 건축물과 장소를 스케치하고 글로 기록하여 엮은 책, <유럽을 스케치하다>를 펴낸 그는 지난해부터 경향신문 ‘윤희철의 건축스케치’ 칼럼을 통해 대한민국의 위대한 건축물을 주제로 건축 여행을 하고 있다.


“그림은 사진과 다릅니다. 사진을 보고 그려도 완성된 그림을 사진과 비교하면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오죠. 보는 이의 감성을 자극하고 움직이게 하는 힘이 다른 겁니다. 사진에 익숙해져 버린 사람들에게 달리 보면 그림은 더 매력적이고 가치가 있죠.”




지난 3월 윤 동문은 칼럼에서 건국대 일감호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체육대회, 마라톤 등 학창시절 일감호에 어린 추억을 꺼내 보인 윤 동문에게 30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의 일감호는 어떤 의미일까. 


“파랑새를 쫓아가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일감호를 떠올리면 미래에 대한 소망이 자라나요. 예나 지금이나 일감호는 제게 ‘희망, 기대’의 또 다른 말입니다.” 


윤 동문의 앞으로의 행보는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예술가의 역할에 무게를 둔다. 그가 몸담고 있는 대진대 인근 경기 포천 고모리 지역을 여러 예술가들과 합심해 ‘수목원 가는 길’이라 명명된 문화행사를 열어 공연과 전시 등이 행해지는 문화마을로 탈바꿈시킨 것이 한 가지 사례로 꼽힌다. 예술로 하여금 잊혀졌던 중요한 문화자산을 알리고 지역사회가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재조명 받는 일, 윤 동문이 그리는 내일의 모습이다.


유럽을 스케치하다윤희철 교수의 책 <유럽을 스케치하다>는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등 유럽 11개국의 47곳의 도시와 유명 건축물들을 펜과 색연필을 이용하여 그린 그림을 바탕으로 각 장소가 가지고 있는 흥미있는 스토리들을 모은 책이다.


윤희철 교수의 책 <유럽을 스케치하다>는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등 유럽 11개국의 47곳의 도시와 유명 건축물들을 펜과 색연필을 이용하여 그린 그림을 바탕으로 각 장소가 가지고 있는 흥미있는 스토리들을 모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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