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와 기찻길 따로 운영이 좋을까 나쁠까?
기차와 기찻길은 한군데서 운영해야한다는
코레일 주장 과연 맞을까
문, 대선 과정에서 한국노총에
한국철도공사(코레일)-한국철도시설공단 통합 약속 '파장'
전문가들, 양 기관 분리 추세
문재인 대통령이 선거 과정에서 한국노총에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한국철도시설공단의 통합을 약속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철도산업 구조개혁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기차와 기찻길을 따로 운영하는 것이 좋을지 함께 운영하는것이 좋을지에 대한 갑론을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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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지난 2004~2005년 철도청이 철도시설공단과 한국철도공사로 분리되면서 상하부가 분리됐다. 재통합을 주장하는 코레일은 전 세계적으로 철도운영기관과 철도시설기관을 통합하는 것이 대세라는 논리를 편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오히려 양 기관을 분리하는 추세라고 반박한다.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일까.
독일·프랑스 분리운영한다는 코레일 주장에… 전문가들 “껍데기만 본 것”
유럽연합(EU)은 1990년대 초반 국가간 자유로운 열차이용을 위해 운영기관과 시설기관의 분리(상하부분리)를 추진했다. 국영철도를 민영화한 영국을 비롯해 많은 유럽국가가 다양한 방식으로 철도산업 구조를 개혁했다.
독일 국영 철도회사(DB) 홈페이지./홈페이지 캡처
코레일은 EU의 상하부분리 지침에도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철도 선진국은 지주회사 형태 또는 그룹체제를 통해 여전히 통합형 철도산업구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조선비즈가 입수한 코레일의 자체 분석자료를 보면 코레일은 지난 2013년 기준 세계철도연맹(UIC) 회원 80개 국가 중 61개국 철도가 상하부 통합구조라고 주장하고 있다. UIC 철도통계연감의 회사분류에 ‘통합회사(IntegratedCompany)’ 등으로 표기된 국가들을 상하부 통합구조를 갖춘 국가로 분류했다.
그러나 상당수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의미에서 철도상하부가 통합된 국가는 거의 없다고 반박한다. 익명을 요청한 국책연구원 A 박사는 “최근 철도 구조개혁과 관련된 여러 사례를 보면 실질적으로 상하부를 통합한 예는 전무하다”면서 “실질적인 의미에서 상하부가 통합된 나라는 북한, 중국, 스위스 등 10여 개 국가에 불과하다”고 단언했다.
이렇게 상반된 해석이 나오는 건 상부, 하부 담당 기관을 유지한채 지주회사 등 그룹 산하로 관리하는 형태가 많아서다. 크게 보면 한 울타리에 있지만 실제 상하부 업무가 분리된 사례가 대다수다.
독일 국영철도(DB)는 지주회사 형태의 통합 그룹체제로 운영된다. 독일 정부는 지난 1994년 독일철도주식회사(DBAG)를 설립해 1999년 지주회사 및 사업부 재편이후 철도의 모든 기능을 통합 관리하고 있다. 지주회사는 자회사 예산 등 주요 결정에만 주주역할로 경영에 참여할 뿐 각 자회사와는 협력적 수평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프랑스 국영철도(SNCF) 역시 SNCF(총괄), SNCF Reseau(시설), SNCF Mobilite(운송) 등 3개 공기업이 하나의 철도그룹을 구성해 운영되고 있다. A 박사는 “프랑스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2015년 이후 상하부 역할 분리는 더 강화되고 있다”며 “보다 투명한 경영을 하라는 의미”라고 했다.
교통연구원 관계자는 “통합과 비통합의 기준을 시설을 이용할 때 시설사용료를 내느냐 안내느냐로 보는게 맞다”며 “거래비용이 발생하면 통합으로 볼 수 없으며 독일과 프랑스를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가 그렇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코레일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상하분리 체제가 철도산업에 적합한 구조인지에 대해 재검토되는 분위기”라고 주장했다.
일본은 아예 민영화하기도…
일본은 상하부를 통합해 운영한다. 하지만 민영화를 했다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일본은 지난 1987년 국철(JNR)을 지역적으로 분리, 6개 여객회사와 1개 화물회사로 분할해 민영화하는 구조개혁을 단행했다. JR동일본, JR서일본, JR도카이 등은 상장을 통해 완전히 민영화됐고, JR화물과 JR홋카이도 등은 공공기금 소유로 사실상 공영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지역별 여객운송회사는 철도시설을 소유한 것은 물론, 철로 건설유지보수까지 담당한다. 각 여객회사는 분리돼 운영자간의 직접 경쟁관계는 아니다. 코레일 관계자는 "일본은 지역별로 상하부를 통합한 구조로 자산을 활용한 부동산 개발 등 다양한 부대사업 추진이 가능해 이를 통한 안정적인 경영을 유지하고 있다"며 “JR동일본의 경우 역공간 이용사업, 쇼핑센터, 기타서비스 사업 등의 수입비중이 전체 매출액의 30% 이상으로 1987년 이후 30년 간 철도운임 인상없이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레일은 상하부 통합운영의 장점만 이야기할 뿐 민영화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코레일 제공
전문가들은 결국 철도 통합 논의는 비효율 제거에 촛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도시철도를 제외한 일반철도와 고속철도의 경우 매년 시설 유지관리비로만 1조원 가까운 돈이 든다. 이중 40% 가량은 정부가 매년 예산으로 지원한다. 지난 2004~2005년 철도청을 상부와 하부로 분리한 것도 비효율을 줄여 꼭 필요한 부분에 제대로 투자를 하겠다는 이유였다.
상하부를 다시 통합하면 가뜩이나 방만경영 의혹을 받는 코레일의 경영 투명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영업부분에서 나는 적자를 정부보조 예산으로 메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교통연구원 관계자는 “운영과 시설을 통합하면 경영 투명성이 훼손되기 때문에 양자를 분리해 두는게 낫다”고 말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시설공단과의 소송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고, 역세권 개발에도 장애가 있어 분리 운영은 비효율적”이라며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지 못해 해외수주도 어려운 만큼 시설공단과의 통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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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7/05/2017070501833.html?main_box#csidx61735e682d32b64813900b3e3a1e05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