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도 무심하시지. 이젠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기우제 밖에는 없네유."


농민·기업들, 농업·공업용수 확보에 안간힘 쏟지만 

생활용수마저 부족

지난달 31일 보령댐 저수율 9.9%로

1998년 준공 이후 처음 10% 이하로 떨어져

공업용수 확보에도 비상불

충남 청양·서산·보령 등 지자체들 지하수 관정 개발

기우제 지내는 지역도 

정부, 재난안전 특별교부세 124억 추가 지원


   "하늘도 무심하시지. 이젠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기우제 밖에는 없네유."


충남 서부권의 유일한 수원인 보령댐이 1998년 준공 이후 처음으로 저수율이 10%대 이하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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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하늘과 갈라진 땅을 바라보는 농민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최악의 가뭄이 한반도를 덮치면서 충남지역 주민·기업들이 농업·공업용수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농민들은 가뭄이 이어지면 생활용수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까지 치닫고 있다.


충청·경기 등 중부지역 덮친 최악 가뭄 

4일 충청도와 기상청에 따르면 2011년 이후 강수량은 급감하고 있다. 충남지역의 경우 2011년 1704㎜였던 강수량은 2015년 절반 이하인 816㎜까지 줄었다. 최근 2개월간 강수량도 평년의 55.2% 수준인 90.5㎜에 그쳤다. 가뭄이 지속되면서 농업·공업용수의 공급처인 댐과 저수지의 물도 말라가고 있다. 지난달 31일 보령댐의 저수율은 9.9%를 기록해 1998년 준공 이후 처음으로 10% 이하로 떨어졌다.


가뭄에 말라버린 소양호 상류 출처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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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농업용 저수지 평균 저수율도 서산 17.2%, 예산 31.1%, 보령 35.3%, 홍성 35.8% 등 연일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특히 당분간 비 소식이 없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충청지역 지방자치단체와 농민들은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지하수 등 관정 개발에 나섰다. 충남 청양을 비롯해 천안, 부여, 보령, 예산, 서산 등 여러 지자체들이 시추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오랜 가뭄에 지하수마저 말라붙어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충남 보령에서 논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 유창선(68) 씨는 "지난주부터 지하수 관정을 뚫기 위해 여러차례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면서 "지하 수십m까지 파보았지만 계속해서 물길을 찾지 못해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충남도는 지난 1월부터 가동 중인 ‘봄 가뭄 용수 공급 대책실’을 ‘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대책본부)’로 격상, 가뭄 상황 종료 시까지 운영키로 했다. 대책본부는 △가뭄 상황 수습 총괄·조정 △가뭄 상황 관리 및 피해 상황 조사 및 지원 계획 수립 등 수습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특히 가뭄수준이 '심각' 단계에 돌입하면 △용수 20% 감량 공급 △시·군 자체 수원 활용 용수 대체 공급 △민방위 급수시설 활용(44곳 9941㎥/일) △병물 및 급수차 활용 용수 공급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경기지역도 가뭄 피해가 확산일로다. 경기도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3일까지 강수량은 총 137.2㎜로 평년(254.5㎜)의 53.9%에 그쳤다. 저수율도 평균 33%로 평년(65%)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전년의 70%에 비하면 53% 감소했다.


경기도는 이에 농업용수 및 생활용수 확보, 급수확보 등을 위해 긴급대응에 나섰다. 농업용수를 확보하고자 166공의 관정을 개발하고 40개소를 굴착할 예정이다. 간이양수장 9개소와 양수저류 6개 등을 신설할 방침이다. 가뭄 피해지역에는 급수차 362대를 동원했다. 생활용수 부족문제가 심각한 9개 마을 260세대(554명)에 총 139.6t을 급수했다. 고양·용인·남양주·시흥·김포·광주·온산·안성·여주·양평·가평 등에 11개 시·군에 소방차를 통해 총 1108t의 급수를 지원했다.


안전처 가뭄피해 지역에 124억 추가 지원 

물 부족으로 공업용수 확보에도 비상불이 켜졌다. 우리나라 3대 석유화학산업단지 중 하나인 대산임해산업지역(대산단지)내 입주 기업들은 아산공업용수도(아산정수장)와 함께 자체 정수 시설을 갖추고 인근 대호호의 물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가뭄이 이어지면서 대호호의 수위가 20%대까지 하락하고 취수정 수위인 15%에 근접해 용수공급에 비상이 걸렸다.


대산단지 한 입주업체 관계자는 "수위가 계속해서 낮아지면 생산설비의 가동 중단도 고려해야 할 상황"이라며 "가동 중단 시 대산단지 내 5개사의 매출 손실액이 하루 466억원에 이른다. 정부차원의 특단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기우제를 지내는 모습마저 나타나고 있다. 내포 앉은굿보존회는 최근 충남 서산의 팔봉산 봉안예단에서 기우제를 올리는 등 온 주민들이 비 소식을 애타게 기원하고 있다.


국민안전처는 가뭄피해 예상지역에 재난안전 특별교부세 124억원을 추가지원키로 했다. 전남 25억원을 비롯해 전북‧충남 20억원, 강원‧충북‧경기‧인천 10억원, 경북‧경남 7억원, 세종 5억원 등이다. 경기와 충남지역은 지난달 29일 70억원을 이미 지원했다.




안전처 관계자는 "추가 지원하는 특별교부세는 전국적 가뭄 상황을 고려해 관정, 양수장, 송・급수시설 등 긴급 용수원 개발과 저수지 준설 등을 지원한다"며 "지원 예산이 현장에서 빠르게 사용될 수 있도록 지자체를 독려해 실질적 가뭄 해소에 도움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령·수원=이데일리 박진환 김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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