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Venice)에서 온 첼로(Cello)


"어느 날 당신이 암갈색 아니 적갈색을 띤 첼로와 마주친다면?"

18세기 최고 현악기 장인 마테오 고프릴레(Matteo Goffriller)


  어느 날 당신이 암갈색 아니 적갈색을 띤 첼로와 마주친다면, 그리고 그 첼로의 소리가 더없이 깊고 그윽하다면 아마도 그 악기는 베네치아에서 왔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18세기 최고의 현악기 장인 마테오 고프릴레(Matteo Goffriller)의 작품일 것이기 때문이다.


(돌로미티 산맥이 병풍처럼 늘어선 이탈리아 북동부의 남티롤 지방. 알프스 산맥을 낀 드넓은 티롤이 국경이라는 뚜렷한 

경계선으로 지역별로 구분되기 시작한 것은 근대 이후의 일이다.)


                      (마테오 고프릴레의 1727년산 ‘Ex Saphiro’를 연주하고 있는 첼리스트 다니엘 뮐러-쇼트)


성(姓)만 보면 이탈리아 사람인 것 같지가 않다. 뿌리를 찾아보면 그는 현재의 볼차노(Bolzano) 인근 브릭센(Brixen) 태생이다. 이탈리아 말로 브레사노네(Bressanone)라고 부르는 이 남티롤의 아름다운 마을은, 사실 이탈리아도, 오스트리아도, 스위스도 아닌 그냥 티롤 지방이다. 유럽에서 가장 맛있는 사과가 생산되고, 일본인들이 줄을 서서 입도선매하는 화이트 와인의 산지이기도 하다. 이탈리아 땅이지만 주민의 2/3가 독일어를 사용하는 이국적인 분위기도 꽤나 멋지다.


고프릴레는 베네치아로 갔다. 거기서 당대의 거장 마티아스 카이저의 제자가 되고 그의 딸과 결혼도 한다. 스승의 사후 단숨에 베네치아 최고의 현악가 장인이 되어 18세기 전반 베네치아파의 전성기를 이끈다. 도메니코 몬타냐나, 산토 세라핀, 프란체스코 고베티 등이 모두 그의 제자이거나 뚜렷한 영향을 받았다. 아직은 스트라디바리우스가 나오기 한 세대 전의 일인데, 크레모나 태생의 명가들 – 아마티, 과르네리, 스트라디바리 등에 비해 바이올린보다는 첼로가 더 유명하다는 것도 고프릴레의 특징이다.


(자신의 악기 1701년산 마테오 고프릴레를 설명하는 첼리스트 고티에 카퓌숑)


고프릴레는 프랑스의 젊은 첼리스트 고티에 카퓌숑의 애장악기다. 그는 이 첼로로 프렌치 첼리스트 특유의 섬세하면서도 고아한 기품이 흐르는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시적인 서정이 넘치면서도 의고적인 신비감이 후광처럼 감도는 느낌을 준다. 3백년이 넘은 악기와 30대의 젊은 첼리스트가 빚어내는 신화적인 콘트라스트는 놀랍기만 하다.


(베토벤 <헨델의 ‘보아라, 정복의 영웅이 오는 모습을’ 주제에 의한 12 변주곡> 첼로 고티에 카퓌숑,

피아노 프랑크 브레일리)


어느 악기 어느 음악이 그렇지 않겠냐만은, 첼로는 연주회장에서 그 물리적인 울림을 직접 경험했을 때 더없이 크고 놀라운 감동을 주는 악기이기도 하다. 공간을 꽉 채우면서도 언제나 품위 있고, 사색적이며, 또 고아한 모습으로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첼로. 오늘은 이번 달 말 우리를 찾아오는 젊은 프랑스 첼리스트가 옛날 베네치아 악기로 연주하는 음악을 들으며, 세월과 인생, 시간의 흐름이 주는 그 신비로운 조화의 섭리를 생각해보았다. 


임동혁 & 고티에 카퓌송 리사이틀 〈페노메논〉 >


출처 발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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