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 철거로 "속타는 農心'..."강물로 농사 짓는데…"


내달 수문 개방땐 물 부족 

당장 모내기도 못할

녹조 심한 낙동·영산강선 "보 개방 조치에 환영"


4대강 정책감사  

"금강 공주보라도 있어 죽지 못해 버티고 있는겨. 공주보 수문을 활짝 열어젖히면 '쩍쩍' 갈라진 우리 논은 어쩔겨. 웬 날벼락이래유." 22일 충청남도 공주시 쌍신동 인근 논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모내기를 하고 있던 임 모씨(57·남). 새 정부가 다음달부터 공주보를 상시 개방할 계획이라는 소식을 전하자 역정 섞인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지난겨울부터 충청 지역을 덮친 극심한 가뭄 속에서 그나마 공주보만 믿고 물을 대고 모내기하고 있다는 게 임씨 얘기다. 쌍신동을 비롯해 공주시 일대 논밭 부근 하천은 공주보 물도 모자라 인근 하천 수로를 끌어오느라 공사판으로 변한 지 오래다. 


공주보 출처 전북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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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공사 대전·공주·세종지사 관계자는 "본격적인 모내기철에 포클레인까지 동원해 곳곳의 하천에서 농지로 연결되는 수로를 만들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 방울 물을 더 끌어오기 위해 난리를 피우고 있는데 공주보 상시 개방 소식이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는 반응이다.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는 "공주보가 상시 개방되면 보 수위가 낮아져 공주 일대 농지에 대한 물 공급이 크게 줄 수밖에 없다"며 "녹조보다 가뭄 피해가 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농어촌공사 측도 공주보 상시 개방에 따라 당장 공주시의 주 용수장인 원봉양수장, 장기1단양수장 등의 용수 공급이 마비되지 않을까 염려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충남 서부 지역의 주 용수공급처인 보령댐 일대 주민들도 가뭄 걱정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홍수기 이후 충남 서부 지역 보령댐 유역의 강수량은 821㎜로 예년(1291㎜)에 비해 64% 수준에 그쳤다. 이에 따라 보령댐 저수율은 역대 최저인 11% 선까지 추락했다. 


보령댐은 이미 지난 3월 '가뭄 경계' 단계에 들어서며 같은 달 25일부터 보령댐 도수로를 열어 4대강인 금강 용수를 일평균 10만t 끌어다 쓰고 있다. 보를 상시 개방하면 결국 금강 저수량이 줄면서 보령댐에 공급할 물도 부족해질 가능성이 크다. 한 보령 지역 농민은 "당장 모내기에 차질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다. 


실제로 올봄 가뭄은 심한 편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6개월간 전국 강수량은 평년(272.5㎜) 대비 85% 수준에 불과하다. 충남과 전남 일대는 물론 경기와 강원까지 가뭄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전국 농업용 저수지 역시 평년(85%)보다 낮은 81%의 저수율을 나타내고 있다. 


물론 4대강 사업 이후 녹조와 농경지 습지화로 피해를 입었던 낙동강 유역과 영산강 유역 일대에서는 보 개방 조치를 환영하는 분위기도 있다.


매년 낙동강은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는 6월부터 강정·고령보와 달성보, 합천·창녕보, 창녕·함안보 등 8개 보에서 녹조 현상이 발생해 환경단체들은 보 철거를 꾸준히 주장해왔다. 정수근 대구환경연합 생태보존국장은 "현재 남조류 개체 수가 증가하는 단계여서 수문 개방은 지금이 최적기"라며 "중부권과 달리 낙동강 수계는 원래 가뭄 하고도 상관이 없었다"고 말했다. 


보 설치 이후 농지가 습지로 변해버리면서 생산량이 크게 줄어드는 피해를 입었던 영산강 죽산보 인근 마을 100여 농가도 보 개방을 환영했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상시 개방보다는 녹조가 심할 때 보를 일시 개방하는 게 가뭄과 녹조를 동시에 막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주 = 홍종성 기자 / 대구 = 우성덕 기자 / 나주 = 박진주 기자 / 서울 = 유준호 기자]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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