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시(詩) [김창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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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시(詩)

2017.05.19


‘소녀여 소녀여 나는 너를 사랑한다/아침에 핀 꽃이 천상의 공기를 사랑하듯이…’

오월을 찬미하는 시로 독일의 시성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 1749~1832)가 지은 <오월의 노래(Mailied)>를 떠올립니다. <오월의 노래>는 괴테가 '질풍노도시대(Sturm und Drang)'에 지은 시가집 <제젠하임의 노래>에 포함된 시편이에요. 감각적 리듬과 정열적 내용, 자연에 빗댄 연정의 서정적 형상화가 두드러집니다. 시에 나오는 소녀는 제젠하임 지방 목사의 딸인 프리데리케 브리온으로 청년 괴테의 첫사랑이었지요.

‘아름다운 5월에 꽃봉오리들이 피어날 때/내 마음속에도 사랑의 꽃이 피어났네…’ 

낭만파 시인 하이네(Heinrich Heine, 1797-1856)의 사랑 찬가 <아름다운 오월에(Im Wunderschoenen Monat Mai)>도 유명합니다. 슈만의 가곡집 <시인의 사랑(Dichterliebe)>에 제 1곡으로도 실린 이 노래 역시 꿈꾸는 듯한 봄의 청신함과 그에 걸맞은 사랑의 설렘과 감미로움을 노래하는군요. 제 13곡 <나는 꿈속에서도 울고 있었네>와 함께 특히 사랑받는 노래이기도 하죠. 요절한 리릭 테너 프리츠 분더리히의 노래로 가장 잘 알려져 있고요.

‘언제부터 창 앞에 새가 와서/노래하고 있는 것을/나는 모르고 있었다…’

우리나라로 눈길을 돌려보죠. 얼마 전 별세한 황금찬 시인의 시 <5월의 노래>가 생각납니다. 시인은 고백하네요. ‘저 산의 꽃이 바람에 지고 있는 것을/나는 모르고/꽃잎 진 빈 가지에 사랑이 지는 것도/나는 모르고 있었다…’고. 시인은 또 다른 시<5월이 오면>에서도 달콤 씁쓸한 회한을 토로하는군요. ‘우리들의 그 언덕에 5월이 오면/지금은 안 들릴까/우리들이 그 언덕에 남겨놓은 5월의 노래가/5월이 돌아올 때마다/돌아가고 싶은 언덕이 있다/부르고 싶은 노래가 있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모란이 뚝뚝 떨어져버린 날/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슬픔에 잠길 테요…’

5월을 노래한 시편 중 절창(絶唱) 중 절창은 김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는>이 아닌가 합니다. 5월을 두고 계절의 여왕이라고 찬미하지만 마냥 푸르르기만 한 것은 아니에요. 미세먼지 때문인가요? 하늘은 파란데 시야는 흐리군요. 5월은 화려함과 어두움을 함께 갖춘, 이중적인 달, 역설의 달입니다. 모든 찬란함의 뒤에는 끝 모를 어두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4월에도 마찬가지였지만, 5월에 들어서면 왠지 누구에겐가 빚진 것만 같은 마음을 떨쳐버릴 수가 없네요. 5월의 꽃은 폭죽처럼 피어오르고 탄피처럼 흩어져 내려요. 만천화우(滿天花雨)! 천지에 가득한 꽃이 비가 되어 울음 우는군요. 그에 섞여 먼 남녘으로부터 그날의 함성도 들려오는 듯. 영랑의 시를 마저 읊어보죠.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버리고는/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인용한 시는 일부 연과 행을 바꾸었음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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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김창식

경복고, 한국외국어대학 독어과 졸업.수필가, 문화평론가. 
<한국산문> <시에> <시에티카> <문학청춘> 심사위원. 
흑구문학상, 조경희 수필문학상, 한국수필작가회 문학상 수상. 
수필집 <안경점의 그레트헨> <문영음文映音을 사랑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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