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행운을 빕니다 [허찬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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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행운을 빕니다

2017.05.09

오늘 밤이면 새 정부의 수장이 정해지며 대통령 탄핵 이후 어수선했던 나라 분위기가 정리될 것입니다. 모두 대선 뉴스에 몰입했던 지난주 5월 4일 코스피 주가지수가 2241.24로 6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주가가 작년 12월 이후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혹시 주식시장이 선거의 승자를 미리 알아 반기는 것일까요? 거두절미하여 세계경제의 뚜렷한 회복세에 힘입어 수출기업들의 성과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의 결과로 보입니다. 그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한국경제와 세계경제의 연결고리와 지난 십여 년의 궤적을 짚어보아야 합니다.  

오래전부터 수출주도의 경제성장 전략을 추구해온 한국 경제의 대외의존도는 2000년대 들어 더 높아졌기 때문에 2008년에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는 엄청난 충격을 줄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금융위기 이후,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에 비견되는, ‘대불황 (The Great Recession)’이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2008년 위기 직후 후폭풍을 비교적 큰 피해 없이 넘겼습니다. 당시 우리 정부는 2011년 상반기 주식시장의 호황을 증거로 내세우며 경제 체질이 개선되어 나온 결과라고 자평했지만 좀 성급했다 하겠습니다. 선진국 경제불황의 충격을 중국이 마치 승용차의 안전장치 에어백과 같은 역할을 하며 완화했기 때문입니다. 

근래 수출입 합계가 미국보다 더 큰 세계 최대 교역국인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한 후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으로 부상합니다. 특히 2000년대 들어 한국 기업들이 활발히 중국에 완제품을 만드는 공장을 세우며 중국은 중간재 제품의 수출행선지로 굳건히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같은 기간 중국은 고속 성장을 지속했는데 2008년 이후에도 그 여세로 7% 전후의 성장세를 이어갔고, 이런 추세는 2008년 이후 한국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한국 주식시장의 2011년 호황은 선진국들 중앙은행의 계속된 양적완화로 넘치는 자금이 우량 신흥국 한국으로 몰려온 결과였습니다. 하지만 그 해 하반기 그리스 등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고조되자 투자자금이 썰물처럼 빠지며 주가도 크게 떨어집니다. 2011년 기록된 주가 수준을 올 5월에야 회복했으니 그간 우리 경제가 지지부진했었던 것을 반증합니다.   

중국 경제가 국내외 사정으로 4~5년 전부터 성장세가 꺽이며 한국의 수출도 탄력을 잃게 됩니다. 국내에서는 그동안 수출경쟁력 제고를 위해 자본집약과 기술고도화를 통해 제조업의 고부가가치화에 매진해온 여파로 수출이 늘어도 고용이 별로 늘지 않는 산업구조가 자리 잡았습니다. 내수의 고용창출능력을 키우려면 서비스업 부문이 좀 더 다양하게 조직화되고 커져야 되는데 유통업, 의료서비스 분야에서 보았듯이 갈등과 장애 요인이 많아 진전이 없습니다. 

그나마 2012년 이전까지 수출증가로 경제 성장이 유지되어오다 이마저 부진해지며 2014년 박근혜 정부는 부동산경기 진작을 통한 내수 활성화를 시도합니다. 하지만 수출부문이 점점 위축되는 가운데 부동산에만 의지한 시도는 경기 진작효과가 미미했던 반면 주택담보대출과 가계부채만 키우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이런 가운데 2016년 하반기 미증유의 헌정위기 상황이 발생하며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으로 이어진 것이 지금입니다. 

우연하게도 한국경제는 작금 중요한 변곡점을 맞고 있습니다. 세계경제 여건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첨부한 그림은 2006년 이후 올해 초까지 미국, 유로화를 사용하는 약 20개 유럽국가의 평균, 그리고 일본의 실업률을 보여줍니다. 이들은 해당 국가들의 대체적 경제 사정을 잘 반영합니다. 한국 주식시장이 지난번 정점을 찍었던 2011년 이후에 유로지역의 실업률이 수년간에 더 오르며 경제사정이 악화되었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실업률이 2008년 이전 수준으로 낮아졌습니다. 

돌발 악재가 없이 선진국경제가 회복세를 지속하며 올 들어 반도체 등 한국의 수출도 빠르게 반등하고 있습니다. 수출 대기업들의 비중이 큰 주식시장에서 기업들의 성과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새 정부가 풀어야 할 일들이 녹록지 않습니다. 소득에 비해 지나치게 커진 가계부채와 자칫 불안정해지는 부동산 등은 당장 손을 써야 하는 문제입니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좌충우돌 보호무역주의 행태도 복병입니다. 

중기적 관점에서 일자리를 못 만드는 수출 대기업들을 대신할 수 있는, 4차 산업 혁명과도 부합하는 산업/기업들의 출현이 필요합니다. 서비스 부문, 규모를 갖춘 중소, 중견기업들의 부상이 절실합니다. 지난번 칼럼 (4월 6일)에서 지적한 저출산에 따른 위태로운 인구구조 극복은 더 어려운 과제입니다. 지금 출산율이 올라가야 한 20년쯤 후에 효과가 나타나는 과제입니다. 이런 구조적 성격의 문제들은 내일 바로 출범할 정부가 서둘러야 향후 5년 내지 10년 쯤 후에 효과가 가시화될 일입니다. 

여기서 일람한 것들이 필자가 발굴한 새로운 문제가 아니기에 새 정부도 나름 대책을 준비했을 겁니다. 선거 승리와 단기적 경기 개선을 자축할 시간적 여유가 별로 없어 보입니다. 새 정부, 행운을 빕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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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허찬국

1989년 미국에서 경제학 박사학위 취득 후 미국 연지준과 국내 민간경제연구소에서 각각 십년 넘게 근무했고, 2010년부터 충남대 무역학과 교수로 재직 중. 개방 경제의 통화, 금융, 거시경제 현상이 주요 연구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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