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트해의 첼리스트" Mischa Maisky - Haydn - Cello Concerto No 1 in C major: VIDEO


북해(北海)하면 어떤 생각이 먼저 떠오르시는지?

전설적인 발레리노 미하일 바리시니코프, 

마리스 얀손스와 안드리스 넬손스 

미샤 마이스키 등


   북해(北海)하면 어떤 생각이 먼저 떠오르시는지? 세계 경제에 민감한 분들은 북해산 원유 가격을 비롯하여 이 지역의 자연광물 자원이 갖는 세계사적 영향력을, 여행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스칸디나비아 반도 특유의 거칠면서도 고요한 그 이율배반적 풍경이 주는 가슴 시린 위로와 눈부신 아름다움을 떠올릴 것이다. 



독일 사람들에게 ‘북해(Nordsee)’를 물어보면 일단 꼬마들은 프랜차이즈 해산물 식당을 생각할 지도 모른다. 튀긴 생선을 빵에 넣어 맛있게 먹는 광경을 볼 수 있는 곳으로, 맥도널드에 지친 우리의 독일 여행객들에게 플랜B로 가장 추천할만한 곳이기도 하다. 


북해는 유럽의 수많은 국가에서 발원한 강(江)들이 한데 뭉쳐든 바다다. 영국의 템즈 강, 독일의 엘베 강과 라인 강 등 셀 수 없이 많다. 그리고 딱 하나의 바다가 여기로 또 흘러 넘쳐오니 바로 발트해(海)이다. 우리는 발트해 연안의 아름다운 세 국가들을 잘 알고 있다.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인데, 그 중에서도 라트비아가 눈과 귀에 제일 익숙하다. 아마도 세계적인 예술가들을 가장 많이 배출했기 때문일 것이다. 



바이올린의 화신 기돈 크레머, 영화 <백야>의 주인공으로도 유명한 전설적인 발레리노 미하일 바리시니코프, 마리스 얀손스와 안드리스 넬손스 등 신구 세대를 대표하는 우리 시대 최고의 마에스트로들이 모두 라트비아 태생이다. 넬손스의 부인이기도 한 소프라노 크리스티네 오폴라이스는 지금 유럽과 미주를 오가며 세계 최고의 프리마 돈나로 그 성가를 드높이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미샤 마이스키가 있다. 수 십년 간 따뜻하고 온화한 사운드로 우리의 마음을 녹여주었던 이 마법의 첼리스트가 바로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 태생이다. 


리가(Riga)는 라트비아 공화국의 수도이며, ‘발트해의 파리’로 불리는 곳이다. 엄격하게 보존된 구시가지는 유럽 아르누보 건축의 성지로도 유명한데, 우아하면서도 화려한 건축양식이 매끈하게 다듬어진 발트해를 배경으로 펼쳐져 보는 이를 단숨에 사로잡는다. 지정학적으로 대국 러시아와 독일 사이에 끼여 불안한 상황이 거듭 되었지만 예나 지금이나 수많은 예술가들을 배출한 대표적인 ‘예향’(藝鄕)으로서의 자존심은 놓치지 않고 있다. 


마이스키는 라트비아의 불운한 현대사를 상징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소련의 지배에 신음하던 속국 출신이었고, 모스크바 음악원에서 수학했으나 유태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반체제 인사로 낙인찍혀 젊은 시절 수년간을 감옥에서 자유를 잃은 채 신음해야만 했다.


그러나 음악만은 언제나 영롱하고 순수했다. 로스트로포비치와 피아타고르스키 등 20세기의 대표 거장들에게서 배웠고 또 스스로 치열하게 갈고 닦았다. 


마이스키 첼로 예술의 키워드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칸타빌레(Cantabile)’가 아닐까. 스승들과는 달리 그는 엄격하고 무겁다거나, 강인하고 드라마틱한 음색이 아니다. 그렇다고 프렌치 첼리스트들처럼 섬세하고 고풍스럽지도 않다. 마이스키는 따뜻하고 우아한 선율로 우리를 위로한다. 그의 첼로는 어떤 순간에도, 엄격하고 대위법적인 바흐를 연주할 때에도, 침잠하는 고뇌로 가득 찬 브람스의 음률을 연주하는 그 순간에도 ‘언제나 노래’(칸타빌레)하고 있다. 따뜻하지만 피상적이지 않고, 우아하지만 연약하지 않은 그의 첼로에 수많은 사람들이 감동하는 이유다. 


(하이든 <첼로 협주곡>, 첼로 미샤 마이스키)


나의 ‘마이스키 편력’을 돌이켜 보자면, 그가 기돈 크레머와 함께 연주했던 브람스의 <2중 협주곡>이 첫 번째 경험이었다. 아마도 라디오 방송에 나오는 연주를 들었던 것 같다. 그 음악에 감격해 이름을 기억해뒀다가 동네 레코드집에서 그를 찾았다. 주인 아저씨는 마이스키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눈치였고, 옆에 자리를 지키고 계시던 마스터께서는 열렬한 그의 팬이었다. 주인장 눈치를 살짝 봐가며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음반 하나를 권해주시던 그 분의 손길과 눈빛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라흐마니노프 <보칼리제>, 첼로 미샤 마이스키)


그 후로 수십 년이 지났다. 그러나 마이스키의 첼로 예술이 지닌 따뜻함은 전혀 변하지도, 또 퇴색하지도 않았다. 마치 한 잔의 카페라테처럼, 그는 뜨겁다기 보다는 따뜻하고, 격정적인 다크함보다는 그윽한 브라운톤의 음색으로 언제나 우리의 영혼을 쓰다듬고, 감성의 허기를 채워줬다. 마이스키의 첼로는 우리에게 ‘영원한 노래’다.


출처 발코니

케이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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