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보다 후보의 자질(資質)이 중요 [황경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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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약보다 후보의 자질(資質)이 중요

2017.04.20

우리 헌정(憲政) 사상 처음인 현직 대통령의 탄핵 파면으로, 반년 넘게 앞당겨진 5월 9일의 제19대 대통령선거에 역대 최다인 15명의 후보가 등록하였습니다. 선택폭이 넓어졌다고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원내에 의석을 가진 정당의 후보는 5명뿐이고 나머지 10명은 원외 정당이나 단체 대표이며 한 사람의 무소속 후보도 있습니다. 

금주 초 마감된 선관위의 후보등록으로 알려진 10명의 원외 후보자 중에는, 국회의원 5선 출신의 이재오 씨, 박근혜 전 대통령 정권의 초대 국정원장 남재준 씨 등 이름을 들으면 알 수 있는 사람도 있지만, 이때까지의 여론조사에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던 사람들입니다.

아무리 좁은 나라라 할지라도, 20일도 채 남지 않은 선거운동 기간은 유권자에게 출마 포부를 전달하기에는 너무나 짧은 시간입니다. 원내 의석을 가진 정당 후보 중에도 세 사람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호도가 아직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 상태가 계속된다면, 이들에게 던진 표는 결국 사표(死票)가 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1948년 8월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후, 간접선거로 대통령을 뽑은 몇 번을 제외하고는 모든 대선에서 투표해 왔습니다. 1952년, 한국전쟁으로 피난수도였던 부산에서의 제2대 대통령 선거부터, 이것이 제 인생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고 비잠한 각오로 투표장에 나간 지난 2012년 12월의 선거까지, 한 번도 거르지 않고 투표에 참가했습니다.

그 많은 선거에서, 박근혜 후보는 제가 던진 표가 사표가 되지 않은, 오직 세 번째의 대통령 당선자였습니다. 나이 들면서 보수 일변도로 변한 저에게는 지난 선거에서의 선택 고민은 적었습니다. 후보 개인에 대한 약간의 불안은 있었지만, 그렇다고 보수인 새나라당을 버릴 수는 없었습니다. 

지금에 와서는, 후회도 하고 유권자로서 책임도 느낍니다. 늙은 몸에 유세장 한 번 가본 적 없이, 그야말로 부화뇌동(附和雷同)에 지나지 않았으니까요. 그렇다고 그때는 선거운동을 할 기력도 열성도 없었던 저였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의 유신체제 때, 신흥종교 연구 전문가였던 탁명환 씨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를 통해 최태민 씨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외신기자로 일할 때의 일입니다.  한나라당 대선후보 지명을 위해 한참 공방을 벌이던 2007년, 박근혜 후보와 최태민 씨와의 관련 의혹은 이미 알려졌습니다. 2012년 대선 때, 이 문제가 그렇게 큰 조명을 받지 않은 것이 이 나라의 운명을 바꾸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대통령선거에 있어서 공약을 검토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중요시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북한의 핵위협에서 비롯되는 안보문제, 나라 살림을 위한 경제정책, 국민의 복지향상책 등, 유권자가 따질 공약에 신경을 쓰는 것이 각 후보 대선캠프의 일입니다. 

그러나 이번 탄핵 정국을 경험하고, 이런 공약 외에 유권자가 꼭 따져야 할 후보자의 덕목으로 우리는 대통령의 자질 중에서도 특히 소통능력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배웠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불통’은 그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그녀의 정권 말기에서도, 주위 보좌관이나 여야 정치 지도자들과의 소통 만 제대로 되었더라면, 위기를 막판에서 회피할 수 있는 기회가 몇 번 있었다는 것을 기억합니다.

이달 초에 타계한 김용환 전 경제전문 직업관료와 박근혜 전 대통령 사이의 소통에 관한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2012년 12월 대선 승리 직후, 당선자와 독대한 김요환 씨의 “이제는 최태민 씨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야 합니다‘의 한마디에, 그녀가 그와의 단절을 결심했다는 이야기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소통능력 부족을 증명하는 좋은 예입니다.

최태민의 딸 최순실과의 사이에 있었던 약간의 소통 외에는, 그녀의 비서실장을 비롯한 보좌관, 심지어 둘밖에 없는 동생들과의 소통도 제대로 하지 못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영도자로서의 자질에 큰 결격사유가 있었다고 봅니다. 

나라를 다스릴 정치가로서 필수 덕목인 이 소통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은, 그것이 박근혜의 원래 타고난 성격이든 최태민과의 관계에서 오는 것이든 간에 상관없이, 그녀를 위해 투표한 51%의 유권자의 불찰이었습니다. 

이번 대선 뒤에는, 이런 비극이 다시는 없어야 합니다. 공약도 중요하지만,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으로 끝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타고 난 성품은 하로 아침에 바뀌지 않습니다. 우리는 짧은 시간이지만, 국민과의 소통이 부족한, 주위 사람의 ‘아니 되옵니다’의 말에 싸늘한 눈총을 쏘아 붙이는 대통령을 다시는 뽑지 말아야 합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이 칼럼을 필자와 자유칼럼그룹의 동의 없이 상업적 매체에 전재하거나, 영리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필자소개

황경춘

일본 주오(中央)대 법과 중퇴
AP통신 서울지국 특파원, 지국장 역임

박대문의 야생초사랑

낚시제비꽃 (제비꽃과) Viola grypoceras

산과 들에 봄빛이 완연합니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완연한 봄빛 속에 
천연기념물 제173호로 지정된 자생 왕벚나무를 알현하고자 
해남 대둔산을 찾았습니다.
제주도 관음사 뒤쪽 왕벚나무 자생지 외에 
육지에서는 유일한 왕벚나무입니다.
  
왕벚나무 자생지를 찾아 대흥사 뒤편 산기슭의 산길을 오르다가 
중부 지방에서는 거의 만나 보기 어려운 낚시제비꽃을 만났습니다.
  
봄이 되면 해마다 어김없이 홍역처럼 앓아야 하는 제비꽃 신드롬.
거의 60여 종이나 되는 제비꽃이 종도 많지만 서로 비슷해 
제비꽃 식별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제비꽃은 종(種) 상호 간에 하도 교잡이 심해서 그 형태가 다양하고 변종이 많습니다.
하도 봄바람을 많이 피워서 제비꽃이라 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입니다.
봄 한 철 머리 싸매고 익혔다가 봄 지나면 금세 잊어 먹기 일쑤입니다.
다시 새봄이 시작되면 여기저기 피어나는 제비꽃 식별 방법을 익히느라
또다시 골머리 앓기를 해마다 반복합니다.
제비꽃 봄 앓이를 하다 보면 어느새 봄이 후딱 지나갑니다.
   
연보랏빛 꽃이 고운 낚시제비꽃은 
제주도와 남부지방 해안가에 자랍니다.
줄기가 곧게 서거나 비스듬히 뻗으며 
처음 잎이 올라올 때는 고깔 모양의 형태를 지니지만
조금 자라면 심장 모양의 잎이 됩니다.
대부분 제비꽃 식구는 줄기가 없는데 낚시제비꽃은 줄기가 있습니다.
줄기는 뿌리에서도 나오고 잎겨드랑이에서도 나옵니다.
특징은 포엽이 낚싯바늘처럼 휘어지고 턱잎이 빗살처럼 갈라집니다.
   
비슷한 종으로는 잎이 작고 줄기가 땅에 눕는 애기낚시제비꽃,
모습은 낚시제비꽃이지만 흰 꽃이 피는 흰낚시제비꽃이 있습니다.
어린순은 식용하기도 하며 
인후염에 달여 먹고 종기, 타박상, 외상에 짓찧어 붙이기도 했습니다.
   
(2017. 4. 9. 대흥사 왕벚나무 자생지에서) 

필자소개

박대문

환경부에서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과장, 국장, 청와대 환경비서관을 역임했다. 우리꽃 자생지 탐사와 사진 촬영을 취미로 삼고 있으며, 시집 『꽃벌판 저 너머로』, 『꽃 사진 한 장』, 『꽃 따라 구름 따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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