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共·反北 버리자는 '이면헌법 폐기'론

카테고리 없음|2017. 4. 17. 20:56

이선민 선임 기자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진보좌파의 '숨은 신(神)'이다. 그는 보수우파의 '숨은 신'으로 불렸던 고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보다 더 오랫동안, 훨씬 강력한 이념적·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해 왔다. 그가 1966년 창간한 창작과비평은 반세기 넘게 진보좌파 진영의 굳건한 문화적 성채다. '민족문학론' '분단체제론' '변혁적 중도론' 등 그가 내놓은 이론은 학문의 영역을 넘어 현실을 분석하고 실천방안을 제시하는 준거틀이 돼 왔다. 백 교수는 정치에도 깊이 관여했다. 중요한 사안마다 진보좌파 원로들의 원탁회의를 이끌면서 훈수를 두었고, 지난 대선 때는 '2013년 체제론'을 내세우며 정권교체 추진에 앞장섰다.



진보좌파의 방향타 역할을 하는 백낙청 교수가 최근 역설하는 주장은 '이면(裏面)헌법 폐기'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 "군사독재를 허물어뜨린 87년 체제도 제거하지 못한 한국 사회의 질곡인 '이면헌법'의 폐기가 2016년 촛불혁명으로 시작됐다"고 했다. 창작과비평 봄호에 실린 글에서는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개헌이라면 이면헌법의 폐기"라고 했다. 백 교수가 말하는 이면헌법은 대한민국의 법질서가 '북한이라는 반국가단체와 대치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여 운용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내린 주요 논거가 된 암묵적 국가 관행이 헌법의 국민주권과 기본권 조항을 침해해 왔으며 이를 폐기하지 않고는 한국 사회의 본질적 변화가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2012년 3월13일 백낙청(앞줄 가운데) 서울대 명예교수,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등이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야권연대 공동선언 행사

에 참석했다. 백 교수 바로 뒤는 무단 방북했던 범민련 남측본부의 노수희 부의장이다.

조선일보 DB


'이면헌법 폐기'론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 창비 그룹의 논객들이 앞장섰다. 편집주간인 한기욱 인제대 교수는 '분단 고착화에 따라 우리 사회 깊숙이 뿌리내린 반공반북의 관습적 가치체계'를 규탄하며 "촛불시민은 이면헌법의 완전 폐지로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편집위원인 김종엽 한신대 교수는 "우리의 헌법은 이면헌법 위에 덧씌워진 것"이라며 '분단 체제를 내파해가는 작업'을 촛불혁명의 과제로 제시했다. 좀 더 노골적이고 과감한 주장도 나왔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민주당에 "확실한 포지션으로 분단의 벽을 들이받아라"고 요구했다. 김성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이면헌법의 바탕에는 이면모럴이 있다"며 "'친북·공산당은 절대악'이라는 분단의 모럴에 반기를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을 지키기 위해, 헌법에 근거하여 박근혜 전 대통령을 파면했다. 그런데 '이면헌법 폐기'론자들은 바로 그 헌법이 분단체제의 산물인 반공반북 의식 때문에 온전한 역할을 못하니 우리의 의식과 국가 관행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70년 지속돼 온 대한민국 체제를 허물고 북한을 '주적(主敵)'으로 보지 않는 새로운 체제를 수립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면헌법 폐기'론은 성문헌법보다 더 깊은 곳에 있는 불문헌법을 전복하려 한다는 점에서 혁명적이다. 북한 정권과 북한 동포를 구분하지 않고 남북관계 개선을 절대선으로 생각하는 것은 충격적이다. 촛불 집회에 참가한 시민 중 그런 주장에 동의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무엇보다 한반도 안보 상황이 6·25전쟁 후 가장 엄중해지는 지금 주요 대선 후보들, 특히 백낙청 교수와 가까운 문재인 후보는 이런 주장을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조선일보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4/12/2017041203614.html

케이콘텐츠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