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발주공사 할수록 적자만 쌓인다”
건설업계,
현금 확보위해 울며 겨자 먹기 수주
경영 위기 악순환
최근 정부가 경기부양책으로 지역경제 활성화, 녹색뉴딜 등에 150조원 규모에 이르는 공공건설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건설업체들은 공사를 딸수록 적자가 누적돼 적정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출처 국토일보
edited by kcontents
정부 공공공사에 참여한 업체 대부분이 적정 수준에 못 미치는 공사비 산정으로 대부분 적자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업체들이 공공공사 입찰을 꺼리면서 지난 2014~2015년 공공공사(기술형) 입찰은 절반 이상 유찰됐다.
3월 22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과 대한토목학회 등에 따르면 2015년 시공능력평가 상위 40개사 중 공공부문 이익률을 밝힌 14개사를 조사한 결과 11개사(78.5%)가 3~14%에 달하는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했다. 이익을 낸 3개사도 이익률이 0.5~1.0%에 그쳤다.
이에 정부 및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공공공사의 유찰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공사 예정가격이 턱없이 낮게 책정된 데다 최저가 낙찰제 도입으로 가격경쟁이 심화되면서 수익성이 크게 하락해 입찰 참여를 포기하는 경우가 늘면서부터다.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받던 공공공사의 사업성이 예전만 못하자 기피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달 PQ 서류를 접수한 턴키 및 기술제안 등 기술형 입찰 18건 가운데 10건이 유찰됐다. 전철, 고속도로와 철도, 항만, 단지 조성, 공공건축물 등으로 경쟁 입찰 미성립과 건설사 입찰 포기 등으로 유찰됐다. 추정금액은 최소 1조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공공공사 유찰은 2014년부터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2014년 당시 공공공사 주요 발주처가 발주한 기술형 입찰 31건 중 68%에 해당하는 21건이 유찰됐고, 작년에는 50건 가운데 50%인 25건이 건설사들의 입찰 포기 등으로 한 차례 이상 유찰됐다.
과거에는 공공공사가 이익률이 낮아도 안정적인 공사대금 확보가 가능해 선호하는 업체가 많았던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최근에 가뜩이나 업계 불황으로 리스크 관리에 들어간 건설사들이 수익성이 낮은 최저가공사 입찰에 참여 할리가 없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예전에는 공공공사를 맡으면 수익률이 적어도 5%에 달했는데, 최저가낙찰제가 시행되면서 수익률이 2~3%대에 머물고 있고, 턴키의 경우 설계변경 등이 이뤄지기라도 하면 자칫 적자를 볼 수도 있다"며 "수익성이 확실한 사업이 아니라면 무리한 수주는 지양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중견건설 B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일부 공사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다른 공사를 통해 만회할 수 있었고 인력 유지나 기술력 확보 차원에서라도 적자를 감수하고 공공공사에 참여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지금처럼 공사물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적자가 예상되는 공사를 수주하면 바로 회사 실적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에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형건설사들도 올해 공공부문 수주 목표를 낮춰 잡았다. 지자체와 공기업의 재정건전성 이슈 등으로 공공공사 발주량 자체가 줄어든 데다 해외사업에서의 연이은 '어닝 쇼크'로 기초체력마저 떨어지면서다. 작년 SOC 예산은 하반기 추경(1조3000억원)까지 감안하면 26조1000억원에 달하지만, 올해는 이보다 9.2% 줄어든 23조7000억원으로 책정됐다.
실제로 국내 시공능력평가 10위권 건설사들이 올해 계획한 공공수주 목표는 6조6900억원 수준이다. 8조2000억원을 웃돌았던 지난해 목표에 비하면 크게 줄어든 것이다.
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올해 항만과 도로 분야에서 어느 정도 발주물량이 있지만, 과거에 비해 절대적인 발주물량 자체가 줄어들고 수익성을 갖춘 일감도 적은 편"이라며 "여기에 중소형 건설사들의 공격적인 진입으로 경쟁이 한층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건설사 입장에서도 보수적, 현실적으로 목표치를 설정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건설화사 C사 관계자도 “전에 비해 기업 환경이 많이 바뀐 것도 공공공사의 적자의 원인으로 본다. 일이 힘들고 조금만 임금을 많이 주는 쪽으로 일할 젊은 층이 공사현장을 떠나며, 나이 먹은 사람들만 남아 공사 기일이 늦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 근로자로 대처하고 있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다. 노인층이나 외국인근로자로는 힘을 쓰는 것도 한계가 있고 익숙하지 않아 일의 강도가 약해지면서 공사기일을 맞추기 어렵다. 자연히 일이 늦어지니 공사단가가 늘어나는 원인의 한 요인으로 다가온다"고 덧붙였다.
건설사들은 100에 계약하면 공사가 끝나는 110으로 적자를 발생하고, 건설기업으로서는 적자가 나도 건설기업이 생존이유이기 때문에 일을 안 할 수 없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관계자는 또 "원활한 공공공사 추진이나 부실공사 사전 예방을 위해서라도 현실성 있는 적정 공사비 책정을 통한 수익성 보전 등 근본적인 대책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업계에서 지적하는 것은 적정 수준의 간접비 확보다. 전체 공사 비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자재·노무·장비 등은 항목별로 표준 시장단가·품셈 등을 통해 직접 계산된다. 하지만 회사 이윤·관리비용 등 간접비는 정부가 정한 요율에 따라 산정된다. 이에 따라 경쟁이 심한 입찰에서는 사실상 간접비는 삭감되기 일쑤다.
또 최초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검토에서 조달청 총사업비 검토, 발주기관 자체 조정, 주무부처 검토 등을 거치며 단계별로 1~7%씩 일률적인 예산 삭감이 이뤄지는 것도 업계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국토매일-박찬호 기자]
케이콘텐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