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건설부문' 3년만 수주잔액 10조원 줄어..."건축 활황에 소극적 대처"


최치훈 취임후 수주 급감에 직원도 줄어

작년 정규직만 1670명 떠나, 국내 주택부문 조직·인력 축소

2014년 1건, 2015년 1건 수주, 작년엔 아예 수주 건수 없어

삼성물산 "외형적인 성장보다 내실 다지며 선별 수주한 때문"

3년 만에 수주 잔액 10조원 감소

올 들어 주택 수주·공공 입찰 재개

건축분야에 소홀히 한 것은 전략적 실수


   삼성물산 건설 부문에 다니는 A 과장(39)은 지난달 퇴사를 결심했다. 지난 1년간 일거리가 많지 않아 무의미한 시간이 길었다고 했다. 회사가 다른 회사로 넘어간다느니, 서울 강남에서 판교로 이전한 사무실이 또 이사를 가야 된다느니 등 떠도는 소리에 마음이 안정되지 않았다. 고민 끝에 마지막으로 희망 퇴직을 신청할 수 있는 기간에 사표를 던졌다. 그는 "축 가라앉은 회사 분위기를 견디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A 과장처럼 작년 한 해 동안 삼성물산 건설 부문을 떠난 사람은 정규직만 1670명에 달한다. 일거리가 그만큼 줄었기 때문이다.


조선DB


본지가 국내 시공 능력 평가 1~6위 대형 건설사의 사업 보고서와 IR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삼성물산의 수주 잔액이 3년 만에 10조원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4년부터 국내 최대 건설사 자리를 지키는 삼성물산이 수주 잔액만 따지면 5위로 떨어졌다. 수주 잔액 축소는 그만큼 회사의 미래 먹을거리가 줄었다는 뜻이다.


3년 만에 수주 잔액 10조원 감소

삼성물산은 '래미안'이라는 주택 업계 1위 브랜드, 초고층 빌딩 노하우 등을 앞세워 2013년까지 활발한 수주 활동을 벌였다. 2013년 말 기준 수주 잔액은 41조2780억원으로 대우건설·현대건설 등과 업계 1위를 다퉜다. 그러나 2013년 말 최치훈 대표가 취임하면서 주택 부문을 중심으로 수주 영업이 눈에 띄게 위축됐다.


삼성물산은 2014년 '부산 온천4구역' 재개발 현장 수주 1건만 수주했고, 2015년에는 재건축 조합이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직접 선정해 사업을 맡긴 '신반포 3차' 사업 1건만 수주했다. 작년엔 아예 수주 건수가 하나도 없다. 결국 2013년 41조에 달했던 수주 잔액은 3년 만에 10조원이 감소한 31조7400억원으로 줄었다. 6대 건설사 중 수주 잔액이 10조원 줄어든 것은 삼성물산이 유일하다.


삼성물산 측은 "외형 성장보다 내실을 다지며 선별 수주를 하다 보니 수주 잔액이 줄었다"며 "프로젝트별 사업 건전성을 판단하는 관리 기준을 높인 영향이 수주 감소로 이어졌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삼성물산은 2013년 4월 수주한 호주 '로이힐(Roy Hill)' 프로젝트에서 공사 납품 기간을 1년 동안 맞추지 못해 8000억 이상 손실을 입어 2015년 영업이익이 3450억원 적자가 났다. 작년에도 영업이익이 340억원에 불과하다. 최 대표는 작년 건설업계 CEO 중 최대인 20억4000만원을 연봉으로 받았다.


소극적 경영… 외형 줄고, 실속도 못 챙겨

최치훈 대표가 국내외에서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사업을 전개했다는 지적도 있다. 주택 경기 호조로 다른 건설사들의 실적이 대폭 개선됐던 2015년 삼성물산 토목 매출은 2014년보다 32%, 주택 매출은 9%가량 줄었다. 주택 부문 조직과 인력은 계속 축소됐고, 이 때문에 삼성물산이 '래미안' 브랜드를 매각하고 주택 사업에서 철수할 수 있다는 루머가 끊이지 않았다.


삼성SDI와 삼성카드 등 다른 계열사에서는 최고의 실적을 낸 최치훈 대표가 삼성물산에선 고전하는 데엔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한 재계 관계자는 "건설업 비전문가인 최치훈 사장이 대표 취임 후 건설업 본연의 임무 대신 다른 역할에 더 신경을 쓴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고 전했다.


올 들어 주택 수주·공공 입찰 재개

2015년부터 진행된 제일모직과의 합병 절차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자 삼성물산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국내 주택 수주와 공공 공사 입찰에 참여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2월 공공 공사와 재건축 사업을 담당하는 국내 마케팅TF를 신설해, 총 14명 규모로 조직을 꾸렸다. 7월로 예정된 서울 서초구 '신동아 아파트' 재건축 수주전에 뛰어드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조윤호 동부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은 건설 등 4개 부문이 함께 있어 이들 간의 예측 불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사업을 보수적으로 하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주택 시장이 호황일 때 다른 건설사와 달리 실적을 내지 못한 것은 삼성물산의 전략적 실수"라고 했다.

김성민 기자 이미지 기자 조선비즈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4/04/201704040304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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