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건설 붐이?"


'여명 거리' 건설 가장 활발해

공기에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아

부실공사 우려로 지난번 참사 재발 가능성도

화려한 주거단지 조성으로 '애민 사상' 과시

기본적 식량 문제해결, 지방 주민들 생활 개선에 집중해야


  북한의 잇따른 핵실험 도발에 국제사회가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지만 요즘 평양 거리는 표면상 매우 분주한 모습이다.

'건설 붐'이라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각종 공사가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북한이 조성 중인 여명거리에 3천 세대 주택에 대한 골조공사를 완료했다고 노동신문이 지난달 21일 보도했다. 

사진은 골조공사를 마친 현장의 모습. 출처 자유아시아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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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에 다녀온 한 유럽 인사는 익명을 전제로 2일 "북한 당국은 평양에 대규모 건축물을 계속 짓고 있다"며 "노후 거주지 개선을 위해 새 건물을 지으면서 축구장, 운동장 등도 신축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북한이 가장 공들이는 곳은 평양 시내의 '여명 거리'다.


여명 거리는 평양의 스카이라인을 바꿀 신도시 격의 대규모 주택단지다. 랜드마크에 해당하는 70층짜리 초고층 아파트를 포함한 각종 건물이 이제 거의 제 모습을 갖췄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김일성 주석의 생일(북한 태양절 명명)인 4월 15일까지 무조건 완공하라고 지시한 상태다.

2011년 12월 권좌에 오른 김정은은 사회주의 문명국가 건설을 기치로 내세우며 북한을 리모델링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유럽 인사는 "대규모 건축 사업은 대부분 군 조직이 맡아서 하고 있다"며 "덕분에 건설 자재 마련 비용을 제외하고는 인건비 등 추가로 드는 금액이 거의 없어 이런 대대적인 사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완공 앞둔 여명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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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에는 미림승마클럽, 마식령 스키장, 문수물놀이장, 능라인민유원지, 김책공대 교육자 아파트, 위성과학자주택지구 등의 거대한 시설이 새로 만들어졌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과거 김일성이나 김정일 시대에는 주체사상탑, 개선문 같은 정치적 기념물을 많이 지었지만, 김정은 시대에는 아파트 등 고층건물이 많이 들어서고 있다"며 "북한의 주택난 해결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공사가 너무 '빨리빨리' 이뤄진다는 점이다.


규모가 큰 건설 사업은 김정은이 언제까지 다 지으라고 지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기한을 맞추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공사가 이뤄지기 일쑤다.


이에 따라 부실공사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14년 5월 평양에서는 공사 중이던 23층 아파트가 무너져 수백 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2015년 11월 완공된 평양 미래과학자거리의 53층짜리 은하 아파트는 9개월 만에 다 지어 역시 붕괴 우려가 제기된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25일 '신화적인 건설 속도로 완공을 눈앞에 둔 여명 거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70층 골조 공사를 단 74일 만에 끝내는 기적이 창조됐다"고 과시했다.


이와 관련해 신종호 건국대 인프라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자재가 굳어지고 안정되려면 지켜야 하는 필수적인 공사 단계가 있다"며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등 우리 사례를 보더라도 이런 단계를 무시하면 참극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고 밝혔다.


신 교수는 그러면서 "70층 골조 공사를 74일 만에 끝냈다는 것은 그들 표현대로 '기적'"이라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런 대규모 공사가 김정은의 보여주기식 사업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정은은 평양에 화려한 주거단지를 조성해 자신의 '애민 사상'을 과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그보다는 기본적인 식량 문제를 해결하거나 지방 주민들의 생활을 개선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최근 '김정은 집권 5년 실정 백서'에서 "김정은의 전시성 사업은 자원 배분의 왜곡을 초래해 북한 경제를 오히려 후퇴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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