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마른 택지..."건설사들의 정비사업 수주전쟁"
정부 공급중단에 재건축·재개발 몰려
서울 대조1구역 설명회 15개사 참석
중견건설사까지 가세 달아오른 시장
각종 무상옵션 내걸고 조합원 유혹
초과이익환수제 부활 앞두고 가속도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시공권을 둘러싼 건설사간 수주경쟁이 한껏 달아올랐다. 정부의 택지공급 중단에 따라 중견 건설사까지 적극 가세하면서 기존 대형사 위주의 시장판도에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출처 중앙시사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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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정비사업 관련 규제가 완화된 데다 내년 부활할 것으로 예상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의 영향으로 사업속도를 높이는 곳이 많아 2ㆍ4분기 이후에도 시공사 선정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사업성이 좋은 수도권 요지에서는 과거에 맺은 계약을 뒤엎고 새 시공사를 물색하는 등 과거엔 좀처럼 보기 어려웠던 사업장도 여럿 생겼다.
3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시공사 선정을 위해 최근 열린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 시공사 현장설명회에는 현대건설 등 중대형 건설사 15곳이 참석했다. 총 4600억여원에 아파트 2400여가구를 신축하는 사업으로 서울 내 정비사업 가운데 규모가 큰 축에 속해 일찌감치 건설사들이 눈독을 들인 곳이다. 조합 측은 내달 중순 입찰을 마감한 후 총회를 거쳐 시공사를 정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주 시공사를 선정한 수원 115-12구역 재건축조합은 태영건설과 한진중공업 컨소시엄을 시공사로 정했다. 1320가구 규모로 새 아파트를 짓는 이 사업에서 시공사 측은 발코니 확장, 각종 가전제품 제공 등 무상옵션을 대거 포함시키면서 조합원의 선택을 받았다.
최근 재건축ㆍ재개발 등 정비사업장에서 시공권을 둘러싼 건설사간 수주경쟁이 치열해진 건 주택사업을 둘러싼 환경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우선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정부가 택지공급 조절에 들어가면서 과거와 같은 대규모 택지조성이 줄어든 영향이 크다. 앞서 지난 2~3년간 분양시장을 중심으로 호황 조짐을 보이면서 다수 건설사가 주택사업 조직을 키웠는데 신도시 등 택지공급이 끊기면서 대안으로 정비사업을 눈여겨 본 셈이다.
특히 이러한 경향은 택지지구 아파트 공급에 주력했던 중견사 위주로 두드러진다. 본지가 올해 1ㆍ4분기 전국 주요 정비사업장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서울 등 수도권을 비롯해 각지에서 중견 건설사가 수주경쟁에서 낭보를 올렸다. 부산경남에 기반을 둔 반도건설은 최근 서울 서대문 영천구역 재개발사업 시공권을 거머쥐었다.
호반건설은 이달에만 서울 신정2-2지구, 대전 도마변동11구역 재개발 시공권을 잇따라 수주했다. 지난달에는 안양 미륭아파트 재건축사업도 맡았다. 서울 둔촌동 삼익빌라 재건축사업을 수주한 한라나 지난 1월 서울 효창6구역, 의왕 오전나구역 등을 수주한 태영건설도 정비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브랜드나 자금력에서 앞서는 대형 건설사 역시 적극 나서고 있다. 올 1분기 정비사업 수주 1위를 기록한 대우건설은 최근 과천주공1단지 재건축, 부산 감만1구역 재개발, 대구 파동강촌2지구 등 굵직한 사업을 연이어 수주했다. 특히 과천 주공1단지의 경우 입찰에 참여한 대형 건설사 모두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어 눈길을 끌었다. 안양 임곡3지구, 의왕 고천나구역 재개발처럼 대형 건설사끼리 컨소시엄을 꾸려 수주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정부가 그간 재건축 관련 규제를 잇따라 완화한 가운데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추가 유예가 불투명한 만큼 일선 조합에서는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초과이익환수제가 부활하면 서울 강남권 시세가 많이 오른 단지의 경우 수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낼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일단 사업을 진행시켜놓고 보자는 기류가 강해서다. 최근 사업조건을 둘러싸고 조합과 건설사간 갈등이 불거져 시공권을 해지하는 사례가 늘어난 점도 변수로 꼽힌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조합 측 입김이 센 정비사업장에서는 사업규모만큼의 수익을 내지 못하는 일도 있지만 일단 기존의 주택사업 외형을 유지해야하는 데다 아파트 신축 후 홍보효과도 무시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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