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사는 올레길 걸어봤을까 [고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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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사는 올레길 걸어봤을까

2017.03.20

걷기! 저는 즐겨 걷습니다. 2010년 6월부터 걷기를 시작했는데, 걷는 게 좋아서 걷는 모임을 만들어 한 달에 두 번씩 걷습니다. 산 타기, 자전거 타기와는 다른 묘미가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건강을 지키는데 아주 좋은 운동이고, 걷는 동안은 생각을 정리하기 좋습니다. 몸은 몸대로, 머리는 머리대로 움직이는, 유체이탈 상태를 즐길 수 있습니다.

걷기는 다리를 튼튼하게 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닙니다. 걸을 때마다 신체 장기가 흔들려 장기를 둘러싼 근육을 튼튼하게 하나 봅니다. 일주일에 닷새 동안 매일 30분 이상 걷는 방법(530운동)도 제시돼 있습니다. 저는 2010년에 독일사람 쿠르트 파이페 씨가 쓴 ‘천천히 걸어 희망으로’란 책을 읽고 걸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걷기 바람은 제주 올레길에서 시작됐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올레는 ‘집 대문에서 마을길까지 이어주는 좁은 골목’을 뜻하는 제주 사투리인데, 이 말을 딴 제주 올레길은 언론인 서명숙 씨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은 뒤 구상했다고 합니다. 전국 각지 지자체마다 걷는 길을 마련했습니다. 걷는 길의 원조인 셈이지만 정작 제주 올레길을 걸을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얼마 전 제주에 출장 갈 일이 생긴 김에 시간을 내 일부 구간을 걸었습니다.

올레는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과 독특한 문화를 걸으면서 즐길 수 있는 길이라는 소개대로,올레길  25개에는 제주 여행지가 대부분 들어있으며, 제주를 대표하는 바다와 포구, 해안 절벽, 오름, 마을 등이 이어져 있다고 합니다. 올레길을 걸어보니 산길, 들길, 바닷길이 어우러져 길마다 느낌이 새롭습니다. 들길을 걸을 때는, 구불구불 현무암 돌담으로 구분된 밭과 그 밭 가운데 작은 돌담으로 둘러싸인 무덤에서 제주 사람의 생활상이 떠오릅니다. 올레길은 명품 길이라 해도 이름이 아깝지 않습니다.

이렇게 좋은 길인데, 걸을 때 눈을 찌푸리게 하는 모습이 들어옵니다. 바로 바닷길을 걸을 때, 바닷가에 쌓인 쓰레기입니다. 주로 폐어구, 생수나 음료수를 담았던 페트병, 그리고 각종 생활 쓰레기입니다. 제가 걸어본 해변에는 어느 곳이든 이런 쓰레기가 파도에 밀려 지저분하게 널려있습니다. 또 다른 쓰레기는 걷는 사람이 버린 것입니다. 휴지와 빈 음료수병이 길가에 널브러져 있습니다. 좋은 길에 흠입니다.

길을 걷는 사람이 쓰레기를 버린다면 꾸짖어야 합니다. 걷는 사람이 조금만 신경을 쓰면 쓰레기를 버리지 않을 겁니다. 다음에 지자체의 구실을 물어야겠습니다. 바닷가에 쌓인 쓰레기는 어느 개인이나 사단법인 제주올레가 치우기는 불가능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제주도청이 해결해야 할 일일 것 같습니다. 올레길은 제주도의 이름난 관광자원입니다. 구 올레길 주변이 쓰레기로 뒤덮여 있는 것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제주도지사는 올레길을 걸어봤을까요? 올레길을 걸었다면 저 쓰레기를 봤을 것인데, 봤다면 쓰레기를 저렇게 내버려 두기 어려울 것입니다. 제주도청이 주기적으로 쓰레기를 치워야겠습니다. 제주도청이 치우기 어렵다면 각 시장 또는 면장이 책임을 지고 깨끗이 유지할 일을 맡게 해야 할 것이고요.

쓰레기 문제는 제주도에만 있는 일이 아닙니다. 경기도 의왕시 학의동에 있는 백운호수 주변도 마찬가지 상황이었습니다. 호숫가 둘레에 걷는 길이 있는데, 물에 밀려온 쓰레기가 호숫가에 가득 쌓여 있었습니다. 쓰레기를 치우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봄이 와 백운호수를 걸을 때, 쓰레기가 안 보이면 좋겠습니다. 2014년에 가봤던 울릉도 바닷가에도 온갖 쓰레기가 널려있었습니다. 2015년 여름에 가봤던 인천 앞바다 장봉도 해변에도 엇비슷했습니다.

환경은 관리해야 합니다. 길을 걷는 사람이 쓰레기를 버리지 말아야 합니다. 설령 걷는 사람이 버린 쓰레기가 있더라도 이를 관리할 조직이 있어서 치워야 하겠습니다. 올레길이나 둘레길을 걸은 사람이 다시 더 많이 사람을 불러오게 하려면. 걷는 길을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자자체장이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습니다. 다음 올레길을 걸을 때는 기분 좋게 해변을 바라보길 기대합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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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고영회(高永會)

진주고(1977), 서울대 건축학과 졸업(1981), 변리사, 기술사(건축시공, 건축기계설비). (전)대한기술사회 회장, (전)대한변리사회 회장, (현)과실연 공동대표, 성창특허법률사무소 대표mymail@patinfo.com

박대문의 야생초사랑

광대나물 (꿀풀과) Lamium amplexicaule L.

하얀 분칠에 빨간 피에로 모자를 쓴 어릿광대인가? 
봄이 채 오기도 전에 봄 길을 여는 
봄맞이 광대춤을 한판 벌이려나 봅니다.
빨간 점박이 아랫입술 길게 내밀고 텅 빈 목구멍 드러낸 채
히죽히죽 크게 하품을 하는 듯한 모습이 영락없는 어릿광대입니다.

하얀 바탕에 빨간  점박이 무늬 치장,
화려한 광대로 봄맞이 춤을 춰야 하는 슬픈 몸짓,
봄바람 일렁일 적마다 흐드러진 보랏빛 춤사위에
봄은 넌지시 다가오고 동장군은 슬금슬금 뒷걸음질 칩니다.

따뜻한 양지 녘 언덕배기에서 꽃망울을 
터뜨리는 광대나물입니다.
광대나물은 가을이나 겨울의 따뜻한 며칠 사이에 발아해서 
추운 겨울을 얼며 풀리며 모질게 버티다가
이른 봄에 본격적으로 꽃을 피우는 두해살이풀입니다.
생활 주변에 흔한 풀이어서 눈길을 받지 못하는 작은 풀꽃이지만,
빨간 점박이 색깔과 작은 꽃잎의 모양이 앙증맞게 예쁩니다.

보통 이른 봄에 꽃이 피는데 남부지방에서는 
겨울철에도 양지바른 곳에서 꽃을 볼 수 있습니다. 
화관은 통이 길고, 위쪽에서 갈라지며, 
아랫입술은 세 갈래로 갈라집니다. 

어린 식물체는 나물로 먹기도 하고, 
민간에서는 지혈제 약용으로 사용도 합니다.

(2017. 3. 10. 안산 풍도에서)  

ps:  그동안 개인 사유로 중단했던 ‘야생초 사랑’ 연재를 
    새봄부터 다시 시작합니다. - 풀지기 올림-

필자소개

박대문

환경부에서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과장, 국장, 청와대 환경비서관을 역임했다. 우리꽃 자생지 탐사와 사진 촬영을 취미로 삼고 있으며, 시집 『꽃벌판 저 너머로』, 『꽃 사진 한 장』, 『꽃 따라 구름 따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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