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을 이겨내면 스펙이 된다"




2017 건국언론인상 

권혁재 중앙일보 사진전문기자


    중앙일보 사진전문기자 권혁재(신문방송학과 84학번) 동문을 만나러 가는 길은 설랬다. 권 동문은 올해 ‘건국언론인상’을 수상했다. 건국언론인상은 건국대 출신 현직 언론인들로 구성된 건국대학교언론동문회가 모교를 빛내고 언론 발전에도 기여한 언론인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평소 웬만한 상은 모두 사양한다는 그가 모교와 언론동문회가 선정하는 이 ‘작은 상’ 만큼은 ‘후배들을 위해’ 기꺼이 수상한 스토리가 궁금했다.




권혁재 동문은 건국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후 경향신문과 중앙일보에서 사진전문기자로 활동했으며 올해 24년차인 베테랑이다. 중앙선데이의 '不-완벽 초상화'와 중앙일보의 포토칼럼 '권혁재 사진전문기자의 Behind & Beyond', '권혁재의 뒷담화' 등을 통해 수많은 사회저명인사와 스타 등 유명인들을 만났고, 그들의 가장 진실한 내면의 모습을 끌어낸 사진으로 호평 받았다. 최근 권 동문의 역작을 모아 출간한 '권혁재의 비하인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새 파란’ 학생 기자가 ‘베테랑’ 현직 기자를 인터뷰하는 것이라 유독 긴장이 돼 한 시간 전에 도착했다. 근처 카페에서 인터뷰 질문을 수정하며 기다리려 했는데 갑자기 권혁재 동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저녁 먹었어요? 안 먹었으면 같이 하지. 오늘 너무 바빠서 점심도 못 먹었어요.”

인사를 하자마자 밥을 먹었다. “오후 1시에 약속 돼있던 취재가 길어져 점심 먹을 시간조차 애매해졌다”고 털어 놓는 모습이 날카로운 눈빛과는 달리 친근하고 소탈해보였다. 저녁을 먹어서인지, 식사로 먼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눠서인지 긴장감은 어느 새 사라져 편안한 분위기에서 인터뷰를 시작할 수 있었다.


'권혁재의 비하인드' 에서


아픔을 이겨내면 스펙이 되더라


중학교 때부터 기자의 꿈을 가지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성격이 원래 아주 내성적이에요. 어려서는 발표할 때나 책을 읽어야 할 때 우는 아이였죠. 중학교 때 국어 선생님이 자신의 미래에 대한 작문을 숙제로 내 주셨는데, 그 때 기자가 되겠다고 썼어요.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그 당시 동네에 기자 아저씨가 제일 잘 살었나봐요. (웃음)


기자가 되고 싶다고 쓰면서 기자가 뭔지도 좀 알아봤죠. 그런데 선생님께서 유독 저를 불러 반 친구들 앞에서 읽으라 하시더라고요. 부끄러웠지만 국어 선생님을 좋아해서 읽었어요. 다 읽고 나니 선생님이 저를 꼭 안아주시면서 "혁재야, 꼭 기자가 되라."고 말씀해주시더군요. 그날로 제 꿈은 기자가 됐죠.

그럼 사진은 언제부터 시작하게 되신건가요?

사진은 대학교 와서 알게 됐어요. 학교가 참 고맙죠. 사진기자가 꿈이었던 동기가 있었는데 고등학교 때부터 사진대회에 입상할 정도로 실력이 좋은 친구였어요. 그 친구가 학교에서 사진 동아리를 만들려면 애들을 모아야 하니까 저를 집어넣은 거죠. 그 친구가 암실이나 실습실 등 기본적인 것들을 다 만들었고, 사진 잡지도 동아리방에 갖다 놓고 하니까 놀면 뭐 하겠어요? 그런 거 보고. 그 친구한테 사진 다 배웠죠.


아, 그때부터 사진기자가 꿈이 된 거군요?

아니, 저는 뭐가 됐든 기자가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너무 힘들더라고요. 한 30군데를 떨어졌을 거에요. 될 것 같으면서도 안 되고, 또 될 것 같은데 안 되고. 방송, 신문 가리지 않고, 수도권 뿐만 아니라 전국의 거의 모든 언론사에 다 시험을 봤는데도, 어휴. 어떻게 그렇게 다 떨어졌는지 몰라요. 오기로 끝까지 한 거죠. 다행히 3년 만에 운이 따라서 경향신문 사진 기자로 데뷔했죠.


 


독자의 눈으로 찍는다


사진전문기자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사진에는 세 가지 관점이 있어요. 찍는 사람의 관점이 있고, 찍히는 사람의 관점이 있고, 보는 독자의 관점이 있죠. 돈을 받는 사진가들은 찍히는 사람을 예쁘게 잘 찍어줘야 해요. 돈값을 해야 하거든요. 또 직업 사진가들, 사진 작가들은 사진가의 관점에서 해석한 메시지를 사진을 통해서 던져야 하죠. 그럼 기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진가의 관점과 피사체의 관점, 독자의 관점이 삼위일체가 되면 금상첨화인데 그게 어디 쉽겠어요?


보는 사람을 위한 지면을 만들어야죠. 예를 들어 사진을 찍는다면 찍히는 사람을 위해서 포토샵을 해줄 수 있죠. 하지만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그건 내가 조작한 거잖아요. 미화시키고 포장한 거죠. 그러면 안 돼요. 기자는 독자를 위해서 존재하는 겁니다. 독자들을 위해서, 독자들을 대신해서 질문하고 어떤 메시지를 끄집어내서 그걸 독자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도록 메시지화하는데 집중해야죠.


그렇다면 사진기자에게 최우선이 되어야 할 것은 독자의 관점이군요.

그렇죠. 그래서 인터뷰를 집중해서 들어야 하는 거에요. 나한테 포토샵을 해달라 그러면 "지금까지 네가 한 얘기가 나는 아름다운, 잘난, 예쁜 누구라고 얘기한게 아니지 않느냐"고, "나는 어떻게 살아왔는지와 세상에 던지고 싶은 이야기를 사진에 담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설득해야 하거든요. 포토샵을 하긴 잘 하는데 (웃음) 독자를 위해서 하지 않으려 하는 거죠.


또 사진기자는 '이미지로 메시지화 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해요. 사진도 이야기니까요. 사진도 언어고, 커뮤니케이션 수단이기 때문에 어떤 것이든 이미지의 형태로 메시지화하는 훈련이 돼 있으면 좋죠. 그게 금방 생기는 게 아니더라고요.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구하고, 노력해야 돼요. 아직 나도 어려울 때가 많지만요.


94년도에 기자가 되셨으니 올해 24년차 이신데, 그 동안 쓰셨던 기사들 중 가장 보람있었다거나 기억에 남았던 기사가 있다면 하나 말씀해 주시겠어요?


너무 많아요. 다 재밌었고 기억에 남아서 어느 것 하나를 고르기가 쉽지 않은데요.


저는 지금 하나 생각나는 것이 있는데, 박운서 전 차관의 인터뷰를 보고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아, 저에게도 큰 의미가 있는 기사에요. 보통 기사에는 안 좋은 댓글도 하나쯤은 달리게 마련인데 박운서 전 차관의 이야기는 제 기억에는 그런 댓글이 하나도 없었거든요. 당시 '뒷담화'라는 이름을 정하고 고민이 많았어요. 온라인에 연재하는 형식이다 보니까 가볍게 뒷이야기를 쓰는 건 욕을 먹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남을 욕하거나, 흉을 보거나, 흠집을 내서 쓰지는 않겠다는 나름의 원칙을 정했었죠. 


기자들 은어로 '초친다'는 말이 있는데, 기사가 안 될 것인데도 초를 쳐서 기사가 되게끔 꾸며내는 것을 말해요. 박운서 전 차관과의 만남을 통해서 남을 구태여 깎아내리거나 이른바 '초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를 기사로 써내도 독자들이 좋아하고,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해도 되겠다는 확신을 준 그런 경험이었어요.

작성자 성민서 건국대 투데이건국 학생리포터 


[전문]

http://blog.naver.com/dreamkonkuk/2209400620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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