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장현지구 민간분양 '올스톱' 위기..."학교설립 제동에"


경기교육청 "가구 수 적어 학교 못지어" 

5월 분양시기 앞두고 설립 백지화

건설사, 분양 무기한 연기 위기에 발동동

교육청·LH '학교용지 매입비' 갈등에 실수요자 피해

국무조정실 조정나서

학교 설립 제동에

시흥 장현지구 민간분양 `올스톱` 위기


  수도권 공공택지지구에서 올해 예정된 민간 아파트 분양이 학교 설립 문제로 줄줄이 차질을 빚을 위기를 맞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이 학교 설립 기준으로 적정 건립 가구 수 원칙을 적용하면서 주택 공급에 제동을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당장 경기도 시흥시 장현지구에서 오는 5월 K건설을 필두로 계획된 건설사들의 아파트 분양이 무기한 연기될 처지에 놓였다.


경기도 교육청이 경기도 시흥시 장현지구에 예정돼 있던 학교 건립을 백지화하면서 올해 예정돼 있던 민간분양이 불투명하

게 됐다. 그림은 장현지구 조감도. [사진=LH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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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택지지구에서 아파트 입주 후 학교가 제대로 설립되지 않아 입주자와 건설사가 갈등을 빚은 사례는 많았다. 하지만 입주 가구 수가 적다는 이유로 교육청이 공공택지지구에서 학교 설립에 난색을 표하면서 건설사들이 분양 승인을 받지 못하는 것은 장현지구가 처음이다. 


교육청 “장현지구 학교 신설 어렵다”… 분양승인 불허

1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경기도교육청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건설사 등에 장현지구에 학교 신설이 어렵다는 공문을 보냈다. 장현지구 공급 가구 수가 적어 학교 신설을 위한 충분한 취학 연령을 확보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시흥 장현지구는 2007년 개발계획이 승인된 공공택지지구로 LH가 학교용지를 유상으로 공급한다. LH는 택지지구 계획 설계에서부터 이러한 전제 아래 경기도교육청과 학교 신설에 대한 협의를 해왔다. 그러나 막상 분양 시점이 돼서 교육청이 학교 설립이 어렵다며 계획을 전면 백지화한 것이다.


현행 법령은 아파트 공급 주체가 학교 건립 대책을 교육청과 협의해야 지방자치단체가 입주자모집공고 승인 등 인허가를 내줄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인허가권자인 시흥시는 학교 설립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분양승인을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흥 장현지구는 2006년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된 이후 10년 만인 올해 5개 건설사에서 첫 민간 분양을 앞두고 있다. 올해 장현지구에 공급되는 아파트는 A-7블록 662가구, B-3블록 590가구, B-4블록 698가구, B-6블록 651가구, B-7블록 447가구, C-1블록 891가구, C-2블록 928가구 등 총 5356가구다.


교육청-LH 법정 다툼…학교용지 부담 떠넘기기

업계에서는 교육청이 건립 가구 수를 들어 학교 설립에 난색을 표한 것은 학교용지 무상 공급을 둘러싼 LH와의 힘겨루기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LH는 무상으로 제공한 고양시 원흥지구 내 학교용지를 놓고 경기도교육청에 부당이득금 1058억원을 반환해달라는 학교용지 매입비 청구소송을 벌이고 있다. LH는 또 지방자치단체들을 대상으로 학교용지부담금 부과 처분 취소 소송도 진행 중이다. 앞서 LH는 부천시와의 다툼에서 최종 승소했고, 성남·군포·수원시와의 2심 재판에서도 승소 판결을 받았다


‘학교용지 확보 등에 관한 특례법’(학교용지법)은 100가구 이상 주택건설용 토지를 조성·개발하는 사업자는 개발이익을 얻는 대신 학교 신·증축 비용도 함께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공주택지구(옛 보금자리지구)의 경우 특례법 대상이 아니었지만 LH는 그간 교육 수요를 발생한 주체가 그 비용을 부담하라는 법제처의 해석에 따라 비용을 지불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오면서 더 이상 무상으로 공급할 이유가 사라졌다. 


LH가 “학교 용지를 무상으로 제공할 수 없다”고 통보하자 경기도교육청은 LH가 무상으로 학교용지를 공급하고 추후 부당이득 환원을 주장하지 않는 확약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신설학교 설립을 승인할 수 없다며 초강수를 뒀다. 주택업계 관계자는 “이번 장현지구 학교 건립 백지화를 LH의 소송 취하 등 백기 투항을 압박하는 교육청의 실력 행사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분양 수요자·건설사 피해 커져… 국무조정실 조정 시도

가장 피해를 보는 곳은 아파트 분양을 앞둔 주택건설사와 분양을 학수고대하던 주택 수요자들이다. 시흥시 능곡동 최승원 까치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최근 광명·안양 일대의 집값이 뛰면서 전·월세 부담이 커지자 장현지구 공공분양 일정 등을 묻는 전화가 많이 걸려온다”며 “장현지구에 포함되는 장현·장곡·능곡동 일대 역시 지은 지 15년이 넘는 노후 아파트가 꽤 있는 데다 내 집을 장만하려는 수요도 많아 분양 일정이 미뤄지면 실망감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학교용지를 둘러싼 교육청과 LH의 갈등을 해결할 출구전략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LH는 내부감사에서 법적 근거가 없는 공공주택지구 학교용지 무상 공급을 중지해야 한다고 지적받아 소송 취하를 할 수 없는 입장이다. 지난 2일 국회에서는 학교용지법 적용 대상에 공공택지지구를 포함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현재 법정 다툼이 벌어지는 곳은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교육청과 LH 두 기관의 노력만으로는 갈등 해결이 쉽지 않은 만큼 현재 국무조정실에서는 LH·교육청은 물론이고 관할 부처인 국토교통부·교육부와도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더 이상의 분양 차질과 이에 따른 민간 피해는 없어야 한다는 데에 두 기관이 모두 공감하고 있다”며 “합의를 위한 법적 근거 마련과 이해관계 조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진철 정다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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