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바이올린에의 추억 '기돈 크레머(Gidon Kremer)'



Gidon Kremer


  기돈 크레머(Gidon Kremer)에 대한 첫 인상은 대부분의 애호가들이 비슷할 것이다. 자기 얼굴 만한(?) 큼지막한 뿔테를 끼고 나와서는, 도무지 이 세상에 존재할 것 같지 않은 기교로, 강철같이 차갑고 냉열하며, 동시에 맹렬한 음색으로 연주되는 바이올린. 그런데 그게 또 우리의 마음과 영혼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는 것이다. ‘마법’이라는 말로도 설명이 불가능한 경이의 음악이었다.



* 기돈 크레머(Gidon Kremer), 1947~ 

라트비아 출신의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 

행동하는 음악 철학가이자 가장 자유로운 커리어의 소유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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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 같은 ‘소련’ 태생의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와 비엔나에서 연주했던 브람스 <2중 협주곡>의 감동을 아직도 잊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 완숙의 기교와 우아함, 치열한 예술혼이 서로 얽히고 부딪히는 그 아름다운 순간의 기록들.


  

(비발디 <사계> 중 ‘겨울’. 바이올린 기돈 크레머. 잉글리쉬 챔버 오케스트라)


(브람스 <이중협주곡>, 바이올린 기돈 크레머, 첼로 미샤 마이스키, 레너드 번스타인 지휘, 빈필하모닉)


세월이 지나고, 세상이 바뀌었다. 2차 대전 후에 은근슬쩍 소련이 합병해버렸던 발트해 연안의 작은 나라, 그러나 아름다운 보석과도 같은 땅 – 기돈 크레머의 고향이자 조국, ‘라트비아’가 제대로 된 이름을 되찾은 것이다. 지금 우리는 라트비아 태생의 수많은 세계적 음악가들의 이름을 잘 알고 있다. 마리스 얀손스, 안드리스 넬손스, 크리스티네 오폴라이스 등등. 그 라트비아가 제 이름을 찾고 몇 년이 지나서였다. 기돈 크레머는 발틱해 연안의 젊은 연주가들을 모아 실내악단 크레메라타 발티카(Kremerata Baltica)를 창단한다. 그리고 평생 클래식만 고집할 것 같았던 이 대가는 놀랍게도 온갖 실험적인 레퍼토리를 섭렵하며, 탱고와 현대음악 등으로 경계 없는 자유로운 음악적 질주를 감행하기 시작했다. 기돈 크레머에게 나이는 그야말로 숫자에 불과했던 것이다.


 

(피아졸라 <항구의 봄>, 기돈 크레머 & 크레메라타 발티카)



(피아졸라 <망각 Oblivion>, 바이올린 기돈 크레머)


지난 달 27일은 이 위대한 바이올리니스트의 70번째 생신이었다. 그러나 지금도 그는 ‘아방가르드’의 대명사다. 오소독스한 바흐와 난해한 필립 글래스를 완벽의 경지로 동시에 주파할 수 있는 유일한 바이올리니스트. 세상의 모든 음악을 연주해낼 것만 같은 폭발적인 정열의 대명사. 지칠 줄 모르는 호기심과 기적의 경지에 이른 완벽의 바이올린. 우리는 기돈 크레머의 모습에서 ‘위대한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하나의 해답을 발견하곤 한다. 존재 자체로 경이의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에게는 ‘Mr. 바이올린’이란 애칭을 붙여도 전혀 어색하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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