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모듈러(modular) 공법'
'모듈러(modular) 건축'
건설연, 국내 최초 모듈러공법 중고층화 성공
11월 준공
유아들에게 최고의 장난감으로 통하는 '레고'. 알록달록 블록을 쌓아올려 성(城)도 짓고 빌딩도 만든다. 한 블록의 주택이나 오피스를 여러 개 쌓아올려 만드는 '모듈러(modular) 건축'은 마치 레고를 현실로 옮겨놓은 듯한 미래형 건설공법이다. 그동안 4층 이하 공공기숙사 등에 국한된 국내 모듈러 건축물 시장에 6층짜리 첫 모듈러형 공공임대주택(33~69㎡)이 올 연말 서울 강서구 가양동에 들어선다. 해당 기술을 연구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최고 15층까지 지을 수 있는 모듈러 건축 기술을 개발했다.
출처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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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인 가구 증가에 최적화
외국에선 이미 활성화된 모듈러 건축이 최근 국내에서도 서서히 부각되고 있는 이유는 1~2인 가구 증가 때문이다. 사회초년생이나 대학생, 신혼부부, 고령자 가구가 늘면서 이들의 주택 수요를 대도시 내에서 신속히 충족시키기 위해 모듈러 건축이 효율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반적인 건축물은 철근콘크리트(RC·Reinforced Concrete) 공법으로 짓는다. 철근을 세운 뒤 거푸집을 만들어 콘크리트를 타설해 넣는 방식으로 지반과 함께 우뚝 솟은 건축물을 만들게 된다. 하지만 여기에는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반면 모듈러 건축은 단위 주택 유닛을 공장에서 미리 만든 뒤 현장에선 이들을 하나씩 쌓아올리고 옆으로도 붙여 조립하는 방식으로 건물을 세운다. 이러면 기존 RC 공법에 비해 공사기간을 50%가량 단축할 수 있다.
백정훈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우기가 긴 여름철 등에 공사가 지연될 수 있는 기존 RC 공법과 달리 모듈러 방식을 택하면 신속히 공사를 마무리할 수 있다"며 "특히 도심의 빈 땅이나 주차장, 철도역사 등의 공간에도 건물을 쉽게 지을 수 있어 주택 수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같은 사회경제적 특성 때문에 영국 런던의 도시컨설팅기관 에이럽(ARUP)은 미래 건축의 핵심 기술 중 하나로 모듈러 건축시스템을 꼽기도 했다.
대량 생산으로 건축비 절약
지반을 타설하고 터를 잡는 것까지는 모듈러 공법이나 RC 공법 모두 같다. 하지만 이후부터 확연히 다르다. 모듈러 건축 방식은 크게 라멘식과 벽식, 인필식 등 세 가지로 구분된다. 독일어로 라멘(Rahmen)은 뼈대 구조, 곧 '프레임'을 말한다. 따라서 라멘식은 기둥(세로)과 보(가로)가 하중을 받는 방식으로 쌓아올리는 모듈러 공법이다. 반면 벽식은 기둥과 보 대신 벽면체가 하중을 받는 공법이며 인필(Infill)식은 라멘처럼 기둥과 보 형태로 구성된 기본구조체에 박스 모듈을 하나씩 끼워넣는 공법을 말한다.
일단 서울 가양동에 들어설 모듈러형 공공주택은 라멘식 1개동과 벽식 1개동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유닛을 삽입하는 특성상 좀 더 정밀한 기술이 요구되는 인필식의 경우 내년께 또 다른 지역의 모듈러형 공공주택에 적용될 전망이다.
라멘식과 벽식은 장단점이 있다. 벽이 하중을 받는 벽식으로 모듈을 쌓아올리려면 바닥 두께가 210㎜ 이상 두꺼워야 해 모듈러를 들어올려 적층하기가 더 힘든 반면 소음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반면 라멘식은 바닥 두께를 150㎜ 정도로만 하면 되기 때문에 모듈러가 가볍고 공사 일정도 단축할 수 있지만 방음력은 떨어질 수 있다. 기둥과 바닥 골조를 미리 만들어둔 상태에서 박스 모듈을 하나씩 끼워넣는 인필식의 경우 공정은 상대적으로 오래 걸릴지 몰라도 방음력이나 에너지 효율은 올라간다.
다만 이 같은 모듈러 공법도 아직 걸음마 수준인 국내에서는 그 비용이 일반 RC 공법에 비해 상승할 수 있는 우려도 있다. 관건은 모듈러 시장을 키우고 단위주택 유닛 생산을 대량화하는 일이다. 백 연구원은 "모듈러 공법의 경우 RC보다 더욱 강도가 높은 철 소재가 투입되기 때문에 1개동의 건물 공사만 놓고 보면 모듈러에 더 많은 비용이 든다"며 "하지만 시장이 넓어지고 대량 생산만 확보된다면 향후에는 기존 RC의 90%가량 공사비만으로도 모듈러 건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방음·내화성 위한 과학 구현
건축물이라면 구조적 안전성, 방음성과 함께 불에도 어느 정도 견딜 수 있는 내화성을 갖춰야 한다. 이를 구현하기 위한 모듈러 건축에도 과학이 숨어 있다. 라멘식을 예로 들어 하나의 주택 모듈이 다른 모듈과 결합할 땐 모듈 밖으로 나온 철근끼리 조립해야 한다. 기존 건축물의 대다수 철근 용접 방식은 모살(fillet) 용접으로 철근과 철근을 맞닿게 한 뒤 녹여붙이는 방식이다.
하지만 모듈러 건축에서는 그루브 용접이라는 개선된 기술이 응용된다. 사각 모양의 강관에 C형 또는 H형 강관을 맞대면서 사각 강관에 45도 각도로 홈을 파고 C·H형 강관을 일부 집어넣은 뒤 용접하는 것이다. 이 같은 그루브 용접은 강관끼리의 결합력을 더욱 끌어올려 구조적 안전성을 돕는다.
방음을 위해서도 역발상에 가까운 건축과학이 응용된다. 보통 바닥 슬래브 콘크리트는 발을 딛는 면을 평면으로 하고 그 아래 T자형 구조가 이어붙은 형태로 힘을 지지한다. 이렇게 미리 만든 바닥판을 '리브 PC(Precast Concrete) 슬래브'라고 하는데, 모듈러 건축에선 이를 뒤집어엎은 '역리브 PC 슬래브'가 쓰인다. 이상섭 건설기술연구원 박사는 "T자가 거꾸로 솟은 모양의 콘크리트 사이에 스티로폼 같은 가벼운 소재를 넣고 다시금 콘크리트를 타설해 입히면 무게는 가벼우면서도 방음이나 진동에 강하고 불에도 잘 견딜 수 있는 경량 합성바닥재가 탄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위 주택 유닛을 여러 개 쌓아 올려 만든 실제 공공주택 조감도. 사진은 올 연말 서울 강서구 가양동에 들어설 국내
1호 공공주택 모듈러 건물.
외부와의 단열도 에너지 효율을 위해 필수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기술이다. 모듈러 공법의 경우 사각 유닛의 네 세로 기둥을 둘러싼 외벽패널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는 패널 한 면과 다른 한 면을 'L'자 형태로 붙이지만 이 경우 틈새가 생겨 외부의 차가운 공기가 새어들어올 우려가 있다. 따라서 모듈러에선 각 기둥의 외벽을 일체형으로 구성한다. 패널과 패널을 붙여 코너를 구성하는 게 아니라 코너를 하나의 'L'자 패널로 만들어 버리면 틈새가 생기는 걸 완벽히 차단할 수 있다.
여러 외벽패널을 붙일 때도 그냥 편평하게 맞대어 결합하는 게 아니다. 양 패널의 이음새를 Z자 형태로 꺾어 만들면 편평하게 붙일 때마다 틈새를 더욱 줄인 뒤 결합할 수 있어 단열을 높이고 에너지 효율도 끌어올리게 된다.
이 같은 조합 방식은 건물을 해체하는 데에도 편리함을 준다.
기존 RC 공법 건축물은 완전히 무너뜨려야만 해체할 수 있는 반면 모듈러 건축은 이른바 볼트·너트 조합을 통해 유닛을 구분할 수 있고 각 구조물도 손쉽게 분리할 수 있어 빠른 해체가 가능하다. 각종 도시재생 사업 등을 고려할 때에도 모듈러 건축은 안성맞춤형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모듈러 건축 :
공작물의 최소 단위인 모듈(module) 개념을 도입해 공장에서 찍어내듯 주택 모듈을 생산한 뒤 이들을 결합하는 게 모듈러(modular) 건축이다. 일반 철근콘크리트(RC) 공법에 비해 공사기간이 절반 정도로 짧다.
[서진우 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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