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급식에 억장 무너진 '학부모들'

카테고리 없음|2017. 3. 2. 14:12


“유기농 재료만 사용한다고 하더니”

한끼 6천원 짜리 급식…악몽은 시작됐다


  학부모들은 그날 이후로 밥도 먹지 못하고, 제대로 잠을 잘 수도 없다고 말한다. 


악몽은 새학년, 새학기 시작을 코 앞에 둔 지난주, 아이들이 다니던 영어학원의 한 교사가 학부모들에게 양심제보를 하면서부터 시작됐다.


2월 셋째 주, 해당 영어학원 유치부 급식2월 셋째 주, 해당 영어학원 유치부 급식


학부모들이 받은 사진에는 그날 점심 아이들이 먹은 급식 반찬이 고스란히 나와 있었다. 그런데 한 달에 12만 원, 한 끼에 6천 원이나 하는 급식 반찬은 부침개 한 조각과 깍두기, 단무지에 사과 몇 조각이 전부였던 것이다.


“유기농 재료만 사용한다고 하더니”…억장 무너진 학부모들

놀란 학부모들은 학원을 찾아 어떻게 된 일인지를 따져 물었고, 그제서야 놀라운 사실이 하나둘 드러나기 시작했다.

당초 원생 모집 때 학원 측은 유기농 재료만을 사용하는 유명 급식 업체로부터 급식을 공급받는다고 광고했다.


하지만 실제로 학원에 급식을 공급해 온 곳은 학원장의 친어머니가 운영하던 식당이었고, 학부모들이 해당 식당을 찾았을 때 냉장고에서 발견한 건 썩어서 물이 흘러내리는 과일, 유통기한이 지난 식료품들 뿐이었다. 길게는 2년이나 유통기한이 지난 식료품들을 보며 학부모들은 억장이 무너져내릴 수밖에 없었다.



급식 공급 업체 냉장고에서 발견된 상한 과일급식 공급 업체 냉장고에서 발견된 상한 과일


유통기한이 지난 식료품들유통기한이 지난 식료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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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원장은 KBS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자신의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에 급식을 위탁한 건 맞지만 이같은 사실을 알고 있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또 유통기한이 지난 식료품이 아이들의 급식에 사용되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취재진이 현장에서 확인한 결과 해당 식당은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되어 있었지만 간판조차 붙어있지 않았고 애초에 식당으로는 운영하지 않는 곳이었다.


해당 업체가 2013년부터 급식을 납품한 영어학원은 서울과 경기도에 각각 한 곳. 이 곳에서 급식을 먹은 유치부 원생들만 매년 2백여 명이 넘는다. 


관할 구청의 행정처분에도 아쉬움은 여전

관할 구청 역시 학부모들의 항의가 있고 나서야 부랴부랴 단속에 나섰고, 그 결과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해당 식당에 행정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구청 측이 해당 식당에 대해 이전에 위반 사항을 발견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보다 철저한 단속으로 사전에 위반 사항을 발견했더라면, 아이들이 지금까지 부실한 급식을 먹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드는 부분이다.


학원 본점은 책임없나?

해당 학원은 기본적으로 가맹점 형태로 운영된다. 파문이 확산되자 본사 측은 즉각 해당 지점에 대한 가맹 계약을 해지하고 본사에서 직접 운영 인력을 파견했다. 본사 측은 다른 지점에서는 이와 같은 일이 결코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 앞으로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해 이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본사 측 역시 취재 결과 단 한 번도 문제가 된 급식 공급 업체를 직접 방문한 적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 학부모는 아이가 집에 오면 배가 고프다고 밥을 찾을 때, 너무 많이 먹는 것이 아니냐며 아이를 탓한 적이 있었다고 눈물을 훔쳤다. 아이가 그토록 부실한 급식을 먹었을거라고는 꿈에도 몰랐다면서. 다른 학부모도 아이가 그 동안 상한 음식을 먹을 동안 자신은 까마득히 몰랐다며 너무나 미안하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만난 학부모들은 대부분 직장에 다니는 워킹맘들이었다. 학부모들은 평소 직장생활 탓에 아이들을 제대로 챙겨주지 못했다며 최고의 교육을 받게 해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랬기에 한 달에 백만 원을 훌쩍 넘기는 학원비에도 불구하고 좋다는 학원을 찾아 이곳으로 온 것이다. 하지만 그런 학부모들에게 지금 남은 건 씻을 수 없는 상처와 미안함 뿐인 상황이다.

정새배 기자(newboat@kbs.co.kr) 이화진 기자(hosky@kbs.co.kr)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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