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지하화사업 지상에서 '난관'




서울 서부간선도·제물포터널, 地上 환기구 놓고 주민과 갈등

동부간선도로·경부고속도 등 잇단 지하터널 사업 논란 우려

주민들 "매연 굴뚝… 몰래 공사"

市 "화재 나면 연기 빼는 시설… 지하에 정화장치 달면 괜찮아"


  "굴뚝에서 나오는 미세 먼지는 어떻게 걸러낼 건가요?"


지난 17일 오후 1시 30분 서울 영등포구 양평유수지 공원. 서부간선지하도로와 제물포터널 배연구(排煙口) 공사 현장인 이곳에서 주민 김모(여·64)씨는 안전요원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안전요원은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다"고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김씨는 "국회의원이나 서울시는 '매연이 안 나온다'고 하는데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배연구는 터널에서 화재가 났을 때 연기를 빼내는 시설을 말한다.


영등포구 양평동 양평유수지에 들어설 서부간선 지하 도로와 배연구 조감도. 시는 “비상시 탈출과 화재 진압을 위해 배연구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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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도로 '배연 굴뚝' 논란

영등포·양천·구로 등 서울 서남권 지역이 지하터널 굴뚝 문제로 시끄럽다. 시는 상습 정체 구간인 제물포길과 서부간선도로(작년 3월 착공)를 땅속 50~80m에 묻어 지하화하는 공사를 2015년에 시작했다. 당초 지하터널의 환기를 위해 목동운동장·양평유수지 등에 환기용 굴뚝 4곳, 양평유수지에 비상 탈출용 굴뚝 1곳 등 총 5개의 굴뚝을 세울 계획이었다. 하지만 작년 8월 이 사실을 뒤늦게 안 구로1동 주민들이 "차량 매연이 쏟아져나올 것'이라며 굴뚝에 반대하고 나섰다. 이어 신도림, 양평동 주민들도 가세해 반발했다.


주민들은 "시가 애초부터 환기구 굴뚝임을 숨겼다"고 주장한다. 주수정 구로1동 비상대책위원장은 "유수지 앞에 '환경 조성 공사'라는 현수막을 붙여놓고 주민들에겐 '환경 개선 공사'라고만 했다"고 말했다. 유병림 양평동 비대위 부위원장도 "주민들은 축구장을 만드는 줄 알았다"고 했다. 시 도로계획과 관계자는 "2013, 2014년 수차례 주민 설명회와 공청회 등을 거쳤지만 많은 주민에게 설명을 해주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주민 반대가 거세지자 시는 작년 8월 서부간선도로 환기구 공사를 중단했다. 작년 연말엔 지하에서 필터로 공기를 정화하는 '바이패스' 시설을 터널 안에 설치하기로 했다. 차량 매연을 터널 안에서 걸러내고, 지상(地上)의 굴뚝은 화재 시 연기를 빼고 비상 탈출 용도로만 쓰겠다는 것이었다. 시 관계자는 "바이패스 시설을 설치해 미세 먼지와 일산화탄소, 질소산화물 배출 기준을 더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추가 공사 비용은 약 600억원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전례 없는 대심도(大深度) 터널이라 바이패스 시설을 설치해도 배연구를 통해 매연이 나올지 모른다"면서 "환경에 유해하지 않은지 검증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시는 "바이패스는 한국터널지하공간학회 등 전문 학회에서 검증한 방법"이라면서 "배연구는 화재를 대비해 꼭 필요하고, 비상 대피 공간도 있어야 한다"며 굴뚝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줄지은 지하터널 사업… 갈등 예고

두 개의 긴 터널이 자치구 4곳에 걸쳐있다 보니 지역마다 주민들의 이해관계도 엇갈린다. 구로·양평동 주민들이 "배연 굴뚝으로 매연이 나올지 모르니 아예 없애 달라"고 요구하자, 터널 출입구 지역인 여의도 주민들은 "터널 안에서 걸러지지 않은 매연이 우리 쪽으로 나올까 봐 불안하다"며 환기구 설치 방안을 부활시키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굴뚝 문제'는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시는 320만명이 사는 동북권과 강남권을 잇는 유일한 도로인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공사를 2018년 시작한다. 앞으로 전국적으로 과밀 도로의 지하화 사업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서부간선도로와 제물포터널의 굴뚝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제2, 제3의 논란이 불 보듯 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 관계자는 "동부간선도로 지하화도 바이패스 방식을 도입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며 "다양한 주민 의견을 듣겠다"고 밝혔다.

장형태 기자 조선일보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2/22/201702220024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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