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레라스의 ‘마이웨이’ Carreras's My way: VIDEO


Carreras's My way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의 결승 전야. 파바로티, 도밍고, 카레라스가 한 자리에 모여 최초의 ‘스리 테너 콘서트’를 열었다. 여기서 호세 카레라스는 필생의 열창으로 관객들을 들끓게 하였으니, 바로 프란체스코 칠레아의 오페라 <아를의 여인 L'arlesiana>에 나오는 테너 아리아 ‘페데리코의 탄식 Il lamento di Federico’이었다. 기품이 넘치는 서정적인 목소리, 혼신의 힘을 다해 모든 것을 쏟아내는 저 무서운 예술혼.


호세 카레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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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라스의 발성은 때로 듣는 이를 작은 불안에 빠트린다. 파바로티처럼 완벽하고 둥근 고음을 내지 못하며, 도밍고처럼 기름지고 윤택하지도 않다. 호흡이 얕아 아슬아슬한 순간을 연출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름답다. 불완전해서, 아슬아슬해서, 일종의 모성적 보호본능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는 <라 보엠>의 가난한 시인 로돌포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카레라스보다 이쁘고 미끈한 목소리를 지닌 후배 ‘시인’들은 지금도 많다. 그러나 그 누구도 카레라스만큼의 감동과 지지를 얻지는 못했다. 그의 로돌포는 차라리 ‘마법’에 가깝다고나 할까. 시대를 뛰어넘어 모든 이의 가슴을 울린 시인이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실황으로 들어본다.


 

불안과 절망에 잠식당한 영혼, 불운한 별자리를 타고난 고뇌하는 스페인의 왕자. 오페라 <돈 카를로> 속의 카를로 왕자만큼이나 카레라스와 잘 어울리는 배역이 또 있을까.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지휘봉을 든 빈 국립오페라의 1979년 6월 5일의 공연 실황이다. 최근 음반으로도 발매된 이 기념비적인 공연에서 카레라스는 약혼자인 엘리자베타를 아버지이자 스페인의 왕인 필리포 2세에게 빼앗기고 그 비통한 심정을 피 끓는 음성으로 토해낸다. 바리톤 피에로 카푸칠리가 로드리고를 맡아 유명한 ‘우정의 2중창’을 함께 노래한다.


 


이번엔 스페인의 세비야로 온 남미의 망명귀족이다. 베르디의 가장 어둡고 장중한 오페라 <운명의 힘 La Forza del Destino>의 남자 주인공 돈 알바로. 총기 사고로 약혼녀의 아버지를 죽이고 평생을 은둔자로 살아가는 남자다. 알바로 역은 워낙에 무거운 테너 배역이라 이탈리아에서도 마리오 델 모나코, 프랑코 코렐리, 주세페 쟈코미니 등 가장 중량감 넘치는 드라마틱 테너만이 이 배역을 노래할 수 있었다. 그러나 1978년, 당시만해도 <라 보엠>과 도니제티를 부르던 맑고 서정적인 목소리의 젊은 테너 카레라스가 겁도 없이(?) 돈 알바로에 도전했다. 그것도 기세등등하기로 유명했던 1970년대의 스칼라 관객들 앞에서. 그리고 그는 승리했다. 청중들을 광란으로 몰고 간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돈 알바로가 탄생한 것이다. 그가 노래하는 아리아 ‘오 천사의 품 안에 있는 그대여 O tu che in seno agli angeli’를 들어보자.




영원한 스페인의 왕자일 것만 같았던 카레라스도 이제 마지막 콘서트를 위해 전 세계를 순회하고 있다. 수 십 년째 아버지의 연주여행을 따라다니며 그를 도왔던 아들 알버트가 벌써 40대 중반을 훌쩍 넘겼으니 세월의 무정한 흐름은 그 누구도 막지 못하는 듯하다. 자연의 어쩔 수 없는 섭리에 따라 카레라스의 목소리는 이미 노쇠했다. 그러나 아직도 그의 노래 속에는 맑은 영혼과 찬연한 기품, 끝없는 열정이 넘쳐 흐른다. 나폴리 칸초네 <열정 Passione>이다. 조금은 힘없는 미성, 그러나 그의 무대 인생 전체를 표현하고 있는 듯한 곡이다. ‘카레라스의 마이웨이’라고 불러도 좋지 않을까. 그의 고향 바르셀로나에서, 60대의 카레라스가 부른다. 이제 우리는 그의 마지막 무대를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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