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에 대한 기대감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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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에 대한 기대감

2017.02.16

작년 봄 낙상(落傷)하여 머리, 얼굴, 오른팔, 오른 다리를 다쳤습니다. 몇 달간 입원 및 통원 치료로 부상이 겉보기에 거의 회복된 듯싶습니다. 그러나 어깨와 발은 움직임이 자유스럽지 않아 재활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엄지발가락의 움직임이 둔해서 운동화에 발을 넣고 발가락과 발목만을 움직여서 신을 신는 게 잘 되지 않습니다. 옛날에는 잘 됐는데 말입니다. 

자동차 운전대를 잡지 않은 지 열 달 정도 됐습니다. 더 회복되면 운전을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앞으로 운전하는 게 마음을 불편하게 할 것 같습니다. 재활이 아주 잘 되더라도 발과 다리의 감각이 예전만 못할 것이고 나이는 계속 먹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자율주행차에 관한 뉴스가 나오면 예전과 달리 관심이 부쩍 높아졌습니다.   

자율주행차가 시대의 화두입니다. 자율주행차를 일컬어 무인차라고도 합니다. 또 인공지능(AI)과 센서 등 융합기술이 작동하는 ‘로봇 차’라고 할 수 있습니다. 로봇 차 기술의 발달은 생각보다 빨리 이루어지는 모양입니다.

지난 1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7(가전박람회 )에서 관람자들의 흥미를 끈 것은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아니라 자율주행차 시험 모델과 그 관련 기기였다고 합니다. 지난 몇 년간 애플, 구글 등 세계 굴지의 IT기업들이 자율주행차 시험 모델을 내놓아 세인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전기차 메이커의 선두주자 테슬라는 자율주행차가 재작년 사고를 일으켜 실험 참가자가 사망하는 말썽이 생겼지만 개발에 한층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차가 자동차 문화를 바꿀 새로운 산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업의 생존을 위해 기존 자동차메이커는 물론 신흥 IT기업들이 이 분야에 새로운 투자를 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한국도 이런 움직임을 가만히 앉아 방관만 할 수는 없었나 봅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13일 '제2차 자동차정책기본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그 내용을 보면 정부는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기업(현대자동차)은 신기술을 개발하여 2020년까지 '레벨 3' 수준의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한다는 목표를 잡고 있습니다. 

자율주행차의 기술 단계는 미국 자동차공학회(SAE)의 규범에 따라 ‘레벨 0’에서 ‘레벨 5’까지 6단계로 구분합니다. 레벨 3의 기술은 고속도로 등 제한적인 주행 환경에서 운전자가 운전조작을 전혀 하지 않고도 안전하게 달릴 수 있지만 돌발 상황에 대비하여 운전조작을 할 준비태세에 있어야 하는 단계를 말합니다. 이 정도로는 상업적으로 자율주행차를 일반 도로에서 사용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미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을 일찍 시작한 기업들은 ‘레벨 4’의 단계에 이르고 있다고 합니다. 레벨 4 단계는 심각한 기상악화 등 극히 제한적인 주행 환경을 제외하고는 자율주행 시스템을 완전히 작동시킬 수 있는 수준을 말합니다. 레벨 5의 단계는 목적지만 입력하면 운전이 합법화된 곳이면 어디서든 운전자가 필요 없이 운행할 수 있는 기술 수준입니다. 

인공지능과 센서 기술은 어디서 끝날지 모르게 발전하는 것 같습니다. 레벨 5의 단계에 오르면 자율주행차는 인류가 애용할 주요 품목이 되지 않을까 상상해 봅니다.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많은 사람들이 자율주행차를 필요로 할 것입니다. 자율주행차는 운전의 즐거움을 빼앗아버린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습니다만 전 세계 70억 인구가 모두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부상이나 지체부자유로 운전을 할 수 없는 사람, 노약해져 운전대를 잡을 수 없는 사람, 갓난아기를 안고 다니는 엄마에게 자율주행차는 매력적인 교통수단이 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사지가 멀쩡한 일반인도 자율주행차를 사용하는 이점에 매료될 것입니다. 스스로 알아서 목적지를 향해 안전하게 달리는 로봇 차를 타면 손과 마음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차 안에서 일을 할 수 있고 또 오락이나 기타 취미생활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자동차는 지금과는 아주 다른 문화의 패턴을 만들 것입니다. 

자율주행차는 다가오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 중요한 분야로 떠오릅니다. 산업적으로도 자율주행차 개발은 국가 간 먹거리 경쟁으로 치열해질 것입니다. 자동차는 안전이 생명이기 때문에 기술적인 규제와 법과 제도적 규제가 심합니다. 그러나 미국과 같은 자동차 선진국에서는 자율주행차를 실험할 수 있는 제도적 법적 장치를 정비하고 있습니다. 위험 요소는 최소로 줄여야 하지만 지나친 규제는 자율주행차의 발전을 지체시킬 것입니다. 

자율주행차를 비인간적인 로봇으로 볼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 인간을 기계로부터 해방시키는 시스템으로 보면 또 다른 세계를 그려볼 수 있습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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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김수종

한국일보에서 30년간 기자 생활. 환경과 지방 등에 대한 글을 즐겨 씀.
저서로 '0.6도' '다음의 도전적인 실험' 등 3권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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