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조 달러 인프라 시장’ 한국 참여 "회의적"

 

자국민 우선주의 강화

생소한 계약문화가 걸림돌

저조한 수주실적 건설업계 기대감 약화

“한국 건설사, 원도급자 아닌 하도급 계약할 수 밖에"


   미국 ‘1조 달러 인프라 시장’ 진출 가능성에 대해 국내 건설업계에서 회의적인 반응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국 우선주의, 생소한 계약문화, 저조한 미국 내 수주실적이 이유로 꼽히고 있다. 


source Construction Climate Challe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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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강한 미국 건설’을 공언했다. 그 일환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동안 ‘1조 달러를 투자해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공약을 설정했다. 실제 트럼프 취임 이후 미국 건설시장 확대 기대감에 건설사의 주가가 상승세를 타기도 했다. 


한국 정부는 미국 시장 공략법을 모색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내달 중부터 ‘미국 건설시장 진출전략 수립연구’에 착수할 방침이다. 미국 인프라 시장 진출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목적이다. 또한 국토부는 투자개발형 사업(PPP) 지원방안도 확대하려 한다. PPP를 통해 미국 인프라 공사 발주를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했기 때문이다. 투자개발형 사업은 민간이 사업제안부터 ▲설계 ▲자금조달 ▲시공 ▲운영 등 공사 전 과정을 책임진다. 일반 도급사업 대비 높은 수익성을 보인다. 


하지만 지난달 20일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달도 안돼 건설업계에서 ‘미국 인프라 시장 진출 가능성이 낮다’는 부정적인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의 자국 우선주의가 꼽힌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반이민 행정명령,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TPP) 탈퇴 등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에 인프라 시장 역시 미국 자국 기업 위주로 선별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해외 건설시장에선 자국 우선주의가 있다. 공사를 맡기더라도 자국 기업에 발주를 하려 한다. 그래야 일자리 창출도 되고 국내 경제가 더 활성화되기 때문이다”며 “미국은 특히 백인 우월주의가 강한 나라다. 여기에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자국 우선주의가 결합하고 있다. 인프라 물량이 발주된다 해도 국내 건설사가 (입찰에) 참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까다로운 계약문화도 국내 건설사의 미국 인프라 시장 진출의 걸림돌로 지적된다. 미국의 경우 철저하게 계약 위주로 업무가 진행된다. 일례로 건설사가 하청업무를 맡길 시 계약서에 규정된 범위 밖의 일을 지시하는 것은 불법이다. 다만 한국 건설사의 경우 계약서 외 사항을 지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국내 건설사가 미국 계약문화에 적응하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국내 건설사가 다수 진출한 중동, 사우디 등도 계약문화가 생소하다. 이에 구두로 합의한 사항이 다음날 손바닥 뒤집듯 없던 일로 뒤바뀌는 게 다반사다. 한국과는 다른 문화”라며 “미국의 경우 계약문화가 더 타이트하다. 철저히 계약서에 입각해 공사 및 업무가 진행된다”라고 말했다.


저조한 미국 진출 실적도 국내 건설사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설사가 미국 시장에서 수주한 신규공사는 총 9건이다. 모든 공사가 한국 발주처에 의해 이뤄졌다. 미국 민간, 공공기관 발주공사 수주건수는 0건에 불과한 상황이다. 


앞서 기자와 통화한 김정덕 국제무역원 수석연구원은 “1조 달러 미국 인프라 시장은 투자규모가 굉장히 크다. 이에 글로벌 기업이 아니고서 계약을 따내기 힘든 경향이 잇다. 결국 미국 또는 유럽에 있는 대형 기업들이 컨소시엄을 통해 자금조달을 거쳐 원도급 업체가 된다”며 “한국 건설사는 미국 내 공사 발주 시 1차 원도급자가 아닌 하도급으로 계약을 한다”며 국내 건설사의 미국 시장 진출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어려움에도 미국 인프라 시장은 건설업계에게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 바닥을 찍은 해외건설 수주실적에 미국 시장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액은 총 282억 달러로 나타났다. 이는 2007년(389억 달러) 이후 10년 새 가장 저조한 실적이다. 미국 인프라 시장을 통해 국내 건설업계가 수주반등을 노릴 수 있는 대목이다.


김정덕 수석연구원은 “국내 건설사가 (미국 인프라 시장의) 원천 프로젝트를 따내기가 힘들다. 그렇지만 무작정 우리 기업이 (인프라 시장 참여가) 제한된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한 뒤 “하도급으로라도 발주되는 사업들은 틈새가 있다. 국내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춰 도전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최형균 기자 chg@sisajournal-e.com 시사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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