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에도 순서와 규칙이 있다"



종단은 서쪽, 횡단은 남쪽부터 번호

도로표지판은 왜 녹색일까

 

  꼬불꼬불 산길 많은 강원도. 4가족이 떠난 4일간의 여름휴갓길, 폭우 속에 길을 잃고 4시간을 헤매다 무심코 시계를 보니 4시44분이라면? 그때 눈에 들어온 도로의 번호가 444번이라면? 겨우 빠져나온 그 길이 다시 44번 국도와 만난다면?


출처 ul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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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지 놀랄 일도 아니고 드문 일도 아니다. 장마철·태풍철인 요즘, 4일 전에도 오늘도, 수많은 4인 가족이 빗줄기를 뚫고 4시44분에 444번 도로를 달리고 있었을 터이니까. 444번 도로는 양평~한계령~양양을 잇는 44번 국도에서 갈라져 나온, 홍천 갈마곡리~인제 미다리 구간의 지방도다.


국도와 지방도의 차이는 무엇이고, 도로번호는 어떻게 어떤 순서로 매겨지는 걸까. 무더위에 교통체증으로 짜증스런 휴갓길, 길에 얽힌 궁금증을 하나하나 풀다 보면, 스트레스도 덩달아 좀 풀리지 않을까 싶다. 길과 길을 구성하는 무수한 표지판들이 드러내는, 알 듯 모를 듯 한 내용과 신호를 알아봤다.


얽히고 설킨 도로에도 순서와 규칙이 있다

도로는 크게 고속국도(고속도로)와 일반국도, 국가지원지방도(국지도), 그리고 시·군도 등 지방도로 구분한다. 고속도로야 척 보면 알 수 있지만 국도·지방도는 도로 규모(차선 수와 폭 등)만으로는 일반인이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구별할 방법은 도로번호 표지판이다. 구별해서 무슨 도움이 되냐고? 좀 도움 된다. 국도보다 지방도와 시·군도가 덜 막히고 한적해 드라이브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때 묻지 않은 시골 경관과 마주칠 확률도 높다. 나아가 도로 번호에 숨은 규칙을 알면, 대체적인 현재 위치와 방향까지 짐작이 가능해진다.



고속도로는 방패 모양(왕관 모양) 표지 안에 숫자(도로 번호)가 적혀 있다. 일반국도는 청색 타원형, 지방도는 노란색 사각형 안에 도로 번호를 적는다. 시·군 단위에서 관리하는 도로는 흰색 네모난 표지를 쓴다. 국지도와 지방도 표지는 모두 노란색 네모꼴이지만, 국지도는 두 자리 숫자, 지방도는 세 자리 숫자여서 차이가 있다.




종단은 서쪽, 횡단은 남쪽부터 번호

도로 번호는 어떤 순서로 매겨질까. 이 순서와 규칙을 알면, 뒷좌석에서 잠자다 일어났더라도 도로 번호판만 보고 어디서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남북 축 도로엔 홀수 번호, 동서 축엔 짝수 번호를 쓴다. 번호가 붙는 순서는 남에서 북, 서에서 동 차례다. 예컨대 1번 국도(목포~서울)는 홀수이므로 남북 축 도로이고, 그중에서도 1번이므로 가장 서쪽에 위치해 있다. 2번 국도(신안~부산) 우리나라 가장 남쪽에 동서로 걸쳐 있는 국도다.


남북 축으로는 1, 3, 5 ,7번이, 동서 축으로는 2, 4, 6번이 우리나라 국도의 기본 축을 이루고, 이들을 연결하는 두 자리 숫자의 국도들과 여기서 뻗어나온 지방도들도 비슷한 형식으로 번호가 붙는다. 우리나라 국도 번호는 1번부터 99번까지 쓰인다.



고속도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애초엔 개통 순서에 따라 번호를 붙였으나, 2001년부터 남북 방향은 서쪽부터 15~65번 사이 홀수, 동서 방향은 남쪽부터 10~50번 사이 짝수로 바꿨다. 단, 경부고속도로는 대표 고속도로의 상징성을 고려해 1번을 그대로 유지했다.


또 하나 다른 것. 서울 등 대도시(광역시)의 둘레에 건설한 순환고속도로 번호 체계는 그 지역 우편번호에서 따왔다. 서울 외곽순환 고속도로는 100번이고, 대전 남부순환도로는 300번, 광주 순환도로는 500번, 부산은 600번, 대구는 700번이다.


주요 도로표지판은 왜 녹색일까

도로 표지판 색깔도 가지가지다. 도로 형식과 지역, 그리고 내용에 따라 표지판 색깔·크기가 달라진다. 전국 어디서든 가장 많이 눈에 띄는 색깔은 녹색이다. 눈에 피로를 덜 주고, 빛을 반사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밤에 전조등 불빛이 잘 반사돼 운전자의 눈에 쉽게 들어온다고 한다. 표지판의 겉면에는 빛을 잘 반사하는 ‘반사지’를 덧씌워 반사율을 높인다.



녹색 표지판은 주로 전국 도로망에 쓰이고, 시·군의 도심 지역에선 청색 표지판을 쓴다. 지역도로와 도심 도로를 구별하기 위해서다. 청색은 녹색에 비해 반사율이 다소 떨어지지만, 도심엔 네온사인·가로등 등 야간조명이 많으므로 효과는 비슷하다고 한다.




도로를 주행하다 갈색 표지판이 나타나면, 거기 볼거리가 있다고 보면 된다. 주요 문화재·관광지·명소들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갈색이다. 주요 도로 표지판 색깔은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명소 표지판은 대개 갈색을 쓴다고 한다. 주의·규제·지시를 알리는 교통안전 표지판은 붉은 선을 두른 황색 또는 흰색 바탕에 검은색 글씨로 표시된다.



도로표지판 색깔·글씨체도 진화중

도로의 기준 속도와 운전자 눈에 잘 띄는 거리를 고려해, 글짜 크기, 서체 등은 수시로 수정된다. 일반도로 표지판의 경우 1990년대엔 글자 모서리를 부드럽게 한 네모꼴 나루체를 썼지만, 2000년대엔 네모꼴 고딕체를 쓰다가, 최근 들어선 시인성(눈에 잘 띄는 정도)이 좋다는 한길체로 바뀌어가는 추세다. 교체 작업에 시일이 걸리므로, 지역에 따라서는 신구 표지판들이 혼용되는 구간도 있다.

이병학 선임기자 허핑턴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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