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구려 제설제` 쓰는 지자체..."차량부식·도로파손 빈번"



지자체 친환경 제설제 사용비율 

강원도 2% 서울 4%

정부 권고비율 20%에 한참 못미쳐 

환경·안전불감증


   강원도를 비롯한 중부 지방에 많은 눈이 내린 지난 30일. 강릉에 있는 친가를 찾은 박선철 씨(45)는 설 연휴 마지막 날 귀경길을 앞두고 인근 카센터를 찾아 부랴부랴 차량 하부코팅을 의뢰해야 했다. 


29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도로에서 제설 차량이 작업 중이다. [남양주시 페이스북 갈무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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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 가격은 30만원. 부모님 용돈에 조카들 세뱃돈까지 쥐어주느라 팍팍한 주머니 사정이었지만 연휴 마지막 날까지 많은 눈이 내릴 것으로 예보돼 내린 불가피한 결정이었다. 


이날 카센터를 찾아 확인한 박 씨의 차량 하부 곳곳에는 녹이 슬어 있었다. 출고 2년만인 신차였지만 박 씨가 식품도매업을 하면서 서울과 강원도를 자주 오갔던 탓이다. 박 씨는 "차량 아래쪽은 눈에 띄지 않는 곳이라 이정도로 부식이 심할지는 몰랐다"며 "올 귀경길에 제설차 뒤를 졸졸 따라다니면 부식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들어서 보험혜택도 딱히 없는 상황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조치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설 연휴 폭설로 전국 각지에서 제설작업이 한창 진행중인 가운데 친환경제설제 사용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조차 환경오염 및 도로파손 등을 이유로 친환경제설제 사용을 권장하고 있지만 높은 가격 부담 때문에 지자체들이 사용을 꺼리고 있다는 것이다. 


30일 매일경제가 새누리당 장석춘 의원(경북 구미을)으로부터 단독 입수한 '지자체별 제설제 사용현황'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전체 제설제 사용량 대비 친환경 제설제의 사용량은 17.4%에 머물렀다. 특히 해당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최근 3년간 친환경 제설제의 사용량은 평균 4.7% 수준에 머물렀고, 매해 전국에서 가장 많은 눈이 오는 강원도의 친환경 제설제 사용량은 채 2%도 되지 못했다. 


정부가 권고하고 있는 20%의 10분의 1 수준으로 지자체의 안전과 환경 불감증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금속이 염화칼슘에 닿으면 5~6배에 달하는 속도로 부식이 진행된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눈도 산성화돼 있는데다 눈은 비와 다르게 차에 붙어 있고, 제설제에 있는 염화칼슘도 차에 녹이 스는 원인 중 하나"라며 "안전을 위해 눈을 맞았을 경우 차량 전체를 세차를 해야 하지만 운전자들이 눈이 올 때마다 차량 하부까지 세차를 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들이 제설작업에 주로 사용하는 염분 성분의 제설제는 도로 파손의 주범으로 손꼽히고 있어 운전자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연구원 관계자는 "겨울과 초봄 사이 제설제의 염분 성분이 콘크리트 내 물과 함께 얼고 녹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도로 파손 유발의 원인이 되곤 한다"며 "이 과정에서 도로가 파손 돼 구멍(포트홀)이 생기면 도로 주행에 사고를 유발할 위험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더욱이 제설제에 포함된 염분 성분은 철과 콘크리트를 쉽게 부식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교량 등 콘크리트 또는 강재구조물 부식의 주요 원인이 된다. 


환경부 역시 염분 성분이 있는 제설제가 토양의 산소결핍 상태를 만들고, 식물의 수분 흡수와 양분 공급을 저해하는 등 막대한 환경적 피해를 낳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OECD도 오래전부터 이같은 이유에서 염분 성분의 제설제 사용을 자제하도록 요청 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우리 정부 역시 지난 2007년부터 '환경친화형 제설제' 사용을 권고해 왔다. 각 지자체들은 제설제의 위험성에 대해 공감을 하면서도 현실적인 개선 방안이 없다는 주장이다. 제설제의 주요 원료인 소금과 염화칼슘이 1t당 각각 8만원과 23만원의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친환경 제설제는 37만원을 웃도는데다 일반 제설제에 비해 빨리 녹지 않는 등 사용 효과를 담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장석춘 의원은 "현행법상 공공기관은 전부 친환경 제설제를 구매·사용해야 하지만 지자체에는 딱히 규정이 없다"이라며 "안전과 환경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데도 정부가 지자체의 일반 제설제 사용을 통제하지 못하는 실태를 개선하기 위해 제도적 보완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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