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核)가방 Nuclear briefcase

카테고리 없음|2017. 1. 23. 20:50


오형규 한국경제 논설위원 

   영화 ‘크림슨 타이드’(1995)는 핵미사일 발사를 둘러싼 일촉즉발의 긴장과 딜레마를 그린 스릴러다. 

Nuclear briefcase source  Business Insi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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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핵잠수함 앨라배마호가 3차대전을 꿈꾸는 러시아 군부 강경파의 핵기지 공격을 지시받지만 최종 발사명령만 남겨놓고 본국과의 통신이 두절된다. 설상가상 러시아 잠수함의 공격으로 엔진마저 정지된다. 발사하자는 백전노장 함장(진 해크먼)과 기다리자는 부함장(덴절 워싱턴)이 팽팽하게 맞선다. 상황종료 뒤 함장은 “둘 다 맞고, 둘 다 틀렸다”고 되뇐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함장·부함장이 모두 동의해야 핵미사일이 발사된다는 점이다. 이른바 ‘2인 감시원칙(two-man rule)’이다. 미국 대통령이 움직일 때마다 군 보좌관(소령급 이상)이 들고 따라다니는 ‘핵가방(nuclear briefcase)’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일명 ‘비스킷’이라는 발사 비밀번호를 소지하지만 부통령, 국무장관, 국방장관도 갖고 있다. 이 중 1인이 동의해야 공격명령이 유효하다.

핵가방은 미국과 러시아에 있다. 프랑스도 있지만 공식적으론 부인한다. 미국 핵가방은 ‘뉴클리어 풋볼(Nuclear football)’ 또는 ‘풋볼’로 부른다. 1950년대 아이젠하워 대통령 때 처음 생겼고 현재 사용법은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뒤 케네디 대통령이 만들었다. 제로할리버튼의 알루미늄 가방에 가죽을 입힌 것으로 무게는 18㎏에 이른다. 러시아도 1983년 안드로포프 서기장 때 핵가방 ‘체게트(Cheget)’를 만들었는데 가방은 미국산 쌤소나이트라고 한다.

핵가방에 핵 발사버튼이 들어있진 않다. 휴대용 위성통신장비, 핵공격 옵션 책자(블랙북), 대통령 진위 식별카드, 안전벙커 리스트 및 행동지침 등이 담겨 있다. 전쟁 발발시 대통령과 수행 군보좌관이 가방을 열어 옵션을 확인한 뒤 새트컴(위성통신)과 비밀번호를 통해 15분 내 핵공격을 명할 수 있다.

미 대통령 이·취임식 때 핵가방을 넘긴다. 군통수권 이양의 상징적 절차다. 또한 해외방문 때면 예외없이 핵가방을 언론에 노출한다. 여차하면 세계에 배치된 핵탄두 1000여기를 발사할 수 있으니 딴짓 말라는 경고다. 핵가방과 달리 ‘핵배낭(backpack nuke)’은 소형 원자탄이다. 무게는 25~50㎏에 불과하지만 위력은 TNT 10~1000t에 이른다. 소련 붕괴 때 흘러나온 핵배낭이 일부 테러집단에 흘러간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핵가방을 갖게 된 데 대해 미국 일부 주류 언론에서 불안감을 제기하고 있다. 미 언론들은 아직도 ‘미친 트럼프’로 묘사하고 싶은 모양이다.
ohk@hankyung.com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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